브뤼셀에서의 출장 업무를 마치고 2011 3 17, 독일 함부르크(Hamburg)로 건너왔다. 여기서 지낸 2 3일도 회사 업무의 연장이었지만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왜냐 하면 난 이 지역에서 5년이란 세월을 살았기에 남보다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마치 제 2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라 할까. 늦은 저녁에 잠깐 본 함부르크 풍경은 눈에 익어 여행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옛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어 나름 감회는 새로웠다.  

 

북해에서 엘베(Elbe) 강을 따라 110km 거슬러 올라온 위치에 자리잡은 함부르크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는 180만명이 조금 못 된다. 역사적으로 자유한자동맹을 이끌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정식 도시 명칭도 ‘Hansestadt Hamburg’를 쓰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의 도시명도 그 약자를 써서 ’HH’로 표기를 한다. 하나의 도시이면서 독일 연방에 속한 하나의 주 역할을 한다.

 

저녁 시간에 잠시 짬을 내 들른 곳은 시청사 광장이었다. 1897년 지어진 시청사 건물은 언제 보아도 위풍당당하다. 어느 도시든 이런 상징적 건물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12m에 달하는 타워도 위엄이 넘친다. 시청 광장을 출발해 성 베드로 성당, 알스터(Alster)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옛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저녁은 시청사 인근의 이태리 식당에서 했다. ‘라 포체타(La Forchetta)’란 작은 식당이었는데 땅달막한 주인이 꽤 인상적이었다. 전형적인 이태리 사람인 식당 주인은 낙천적으로 보이는데다 좀 수다스러웠다. 식당 내부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왜 사진을 찍느냐, 어느 나라 사람이냐 꼬치꼬치 묻는다. 파스타 메뉴 중에서 하우스 라자니아(Haus Lasagne)와 샐러드를 시켰다. 치즈 맛이 무척 강했지만 정통 이태리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진한 치즈 맛은 역시 진한 향의 독일 맥주가 기분 좋게 상쇄시켜 주었다.

 

 

 

 

 

장소를 옮겨 레퍼반(Reeperbahn)으로 향했다. 예전에 고국에서 온 손님들이 예외없이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라 거의 수 십 번은 다녀가지 않았을까 싶다. 오페라 하우스 같은 문화 공간도 있지만 이곳은 함부르크의 환락가로 더 유명하다. 환락가로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더불어 유럽의 쌍두마차로 보면 된다. 긴 항해에 지친 선원들이 객고를 달래던 곳이라 보면 된다.  

 

테이블 댄스로 유명한 돌하우스(Doll House)를 지나쳤다.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흥정을 벌이거나 길거리까지 나와 호객을 하는 아가씨들도 볼 수 있었다. 이도 옆으로 멀찌감치 비켜 갔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부 단속 때문인지, 아니면 경기 침체 때문인지 사람들 왕래도 부쩍 줄었다.

 

원래 레퍼반은 배나 항구에서 사용하던 로프를 만들던 곳이었다. 레퍼(Reeper)가 로프 만드는 사람 또는 회사를 의미하고, (Bahn)은 똑바른 길을 의미한다. 17~18세기에 로프를 만들던 곳이 장거리 항해에 지친 선원들 객고를 달래주고 이제는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변신한 것이다. 1960년대 초반에 무명의 비틀즈(Beatles)가 이곳에서 클럽들을 돌며 공연을 했다면 아마 믿기가 어려울 것이다.

 

 

 

 

 

 

 

벨기에에 비해 기분이 좋았던 것은 호텔 때문이었다. 함부르크 국제공항 바로 앞에 있는 래디슨 블루 호텔에 들었는데 브뤼셀 호텔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은 몇 배나 훌륭했다. 예전에 내가 여기 살 때는 없었던 호텔인데 새로 생긴 모양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함부르크도 아주 변화가 없는 도시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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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4.06.12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집에 들어왔을때 어린 시절 독일에 살때 틈틈히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까.. 갑자기 아빠 블로그 유럽 사진첩에 들어와봤는데.. 사진이 고작 5개 ㅠ_ㅠ 더 보고싶어요!!!!!!!!!!!!!! 괜히 독일이 정말 제 고향같이 느껴지네요. 4년 남짓 살았지만..생각도 안나지만.. 뭔가 향수가 있는 건 확실하다니까요..

    • 보리올 2014.06.12 1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가 태어난 곳이라 아무래도 애착이 많은 모양이구나. 나도 많이 생각이 나지. 예전에 찍은 사진을 올리면 장난이 아닐텐데. 그냥 디지털로 찍은 최근 사진이나 올릴란다.

 

벨기에 특유의 음식은 무엇일까? 우선 벨기에 맥주와 초코렛은 세계적으로 꽤 유명한 편이다. 이번에 브뤼셀에 가게 되면 꼭 먹어 보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 세 가지 있었다. 바로 홍합탕과 와플, 초코렛이었다. 이 세 가지 명물은 브뤼셀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지명도 측면에선 초코렛이 단연 최고일 것이다. 브뤼셀에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초코렛 가게일 정도로 초코렛 파는 가게들이 많다.  

 

첫날 점심은 르 피아크레(Le Fiacre)란 식당에서 홍합탕을 주문했다. 홍합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실제 먹어보는 것은 솔직히 처음이었다. 여기선 홍합을 물(Moules)이라 부른다. 사실 이 음식은 벨기에 고유 음식은 아니다. 네덜란드나 북부 프랑스 지역에서도 많이 먹는다 들었다. 그런데도 브뤼셀 명물 음식으로 통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난 홍합탕 기본에 통겔로(Tongerlo)란 맥주를 한 잔 시켰다. 진한 맥주 맛은 마음에 들었지만 홍합탕의 맛은 좀 별로였다. 우리나라 홍합 국물의 담백한 맛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동남 아시아에서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 냄새가 물씬 풍겼다. 홍합탕은 삶은 홍합에 벨기에의 또 다른 명물, 감자 튀김이 함께 나오는데, 이렇게 해서 €14 유로를 받는다. 만약 와인이나 맥주, 매운 소스 등을 가미한 홍합탕을 시키면 가격이 좀더 비싸진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 좀 황당했다. 주머니에 유로가 없어 카메라를 맡기고 은행 단말기를 찾아 갔건만 기계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를 거부한다. 결국 다른 식당 웨이터에게 미 달러를 유로로 환전해서 겨우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형편없는 환율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벨기에에 대한 인상이 좀 흐려졌다.

 

 

 

저녁에도 홍합요리를 먹기 위해 부셰 거리(Rue de Bouchers)를 찾았다. 이태리 사람들이 장악한 이 먹자 골목은 대부분 해물 요리를 주종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집집마다 밖으로 나와 지나는 행인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한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잡아 끌듯이 말이다. 이번에는 홍합탕에 매운 소스를 첨가해 달라 했더니 중국제 핫소스를 넣어 약간 맵게 만들어 가져왔다. 가격은 홍합탕만 €20 유로를 받는다.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벨기에는 초코렛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초코렛 소비량이 많은 나라이고, 300개가 넘는 회사들이 초코렛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래서 벨기에를 초코렛의 나라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초코렛 브랜드 가운데 벨기에 산이 의외로 많다. 노이하우스(Neuhaus), 고디바(Godiva), 레오니다스(Leonidas), 거이리안(Guylian)과 같이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초코렛 회사들이 모두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브뤼셀 거리를 걸으며 화려하게 치장한 초코렛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와플도 이곳 별미 중 하나다. 길을 가다가 조그만 와플가게에서 만들어 내놓은 와플을 보면 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려 와플 하나로 아침을 때우는 사람도 많다. 토핑이 없는 와플 하나에 €1.50 유로를 받아 처음엔 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위에 딸기를 토핑으로 얹었더니 €4.50 유로를 달란다. 이처럼 와플에 초코렛이나 과일, , 시럽 등의 토핑을 얹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래도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와플에 비해도 벨기에 와플이 더 쫀득하고 달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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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비가 내릴 듯 칙칙했지만 그럼에도 브뤼셀의 건물들은 무척 아름다웠다. 시내에 고풍스런 석조 건물들이 무척 많았다. 프랑스와 접해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인지 고딕 양식의 성당들도 도처에 깔려 있었다. 사원들은 문을 열어 놓아 어렵지 않게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파리의 노틀담 사원이나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같이 웅장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성 미셀 성당과 성 니콜라스 교회는 그런대로 기품이 있었다.

 

 

 

 

 

 

약간은 퇴락해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 나에겐 도리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길가에 세워진 건물 하나 하나에도 역사가 살아 숨쉬는 듯 했다. 과감하게 원색을 쓴 현대식 건물과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예술 감각이 살아있는 도시에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1890년부터 1910년까지 벨기에를 중심으로 전개된 건축 양식으로 곡선을 많이 사용한 아르누보 양식의 왕궁 건물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아 아쉽게도 들어가 볼 기회가 없었다.

 

 

 

 

 

 

 

 

 

지도 하나 달랑 들고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녔다. 왕립 미술관과 예술의 언덕(Mont des Arts)도 지났다. 가끔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 건물도 있었지만 그냥 밖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눈에 쏙 들어오는 건물들이 나타나면 카메라를 꺼냈다. 나중엔 너무 많은 건물을 보아서 그런지 그 모습이 그 모습 같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건물들을 이름도 모른채 지나치는 것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마침 어느 광장에서 벼룩 시장이 열려 또 다른 소일거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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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8.15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거리에 보이는 건물이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보입니다...지나는 사람도 저절로 우아하게 행동하겠죠? ㅎㅎ 세번째 사진의 성당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수수하고 차분한 색으로 장식한,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편안해질것 같은 그런 분위기... (물론 제 이름에서 짐작하셨겠지만~)^*^

  2. 보리올 2013.08.15 0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벨기에, 특히 브뤼셀은 크진 않지만 고풍스런 건물이 많아 꽤나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전형적인 카톨릭 국가라 성당도 무척 많습니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브뤼셀 도착 첫날이 일요일이라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가능하면 도보로 시내를 구경하려 했지만, 좀 멀리 가는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브뤼셀 대중교통망을 빨리 익혔다. 지하철(M)과 트램(T), 버스(B)를 골고루 타 볼 기회가 있었다. 현지 적응이 빠른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브뤼셀의 중심은 당연 그랑 플라스(Grand Place). 15세기에 지어진 광장으로 수 세기 동안 상업 중심지 노릇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브뤼셀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가로 70m, 세로 110m 크기인 이 광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한 마디로 브뤼셀 최고의 명소이자 브뤼셀 관광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우두커니 앉아 있어도 전혀 심심치 않을 것 같았다. 브뤼셀 시청사와 길드 하우스, 브라반트 공작관 등도 그랑 플라스 광장을 꾸미는 일등공신이다. 이 광장에 매료된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그랑 플라스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칭찬을 했다. 199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

 

  

 

 

 

그랑 플라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줌싸개 동상이 있다. 여기선 마네킨 피스(Mannekin Pis)라 불리는 이 동상은 무척이나 유명하다. 브뤼셀을 찾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이 동상을 보러 온다. 하지만 좁은 도로 모퉁이에 있는 이 동상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동상이 왜 그리 유명한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대부분 실소를 터뜨린다.

 

줄리앙이라 이름 붙여진 이 소년은 1619년에 세워졌다. 나이로 본다면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 오지만 대부분 믿기는 어렵다. 그랑 플라스에 있는 시립 박물관에 가면 이 오줌싸개 동상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700여 벌의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는 우리 나라 꼬마 도령의 한복도 전시되어 있어 반가웠다.

 

 

 

 

브뤼셀 외곽에 있는 아토미엄(Automium)102m 타워 구조물인데, 워낙 그 형태가 특이해 금방 알아 볼 수가 있다. 거기서 멀지 않은 브뤼셀 천문관(Planetarium)을 찾았다. 돔 형태의 스크린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찾아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35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공간에 겨우 서너 명이 앉아 여유롭게 우주쇼를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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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다는 설레임을 안고 다시 찾은 브뤼셀. 마지막으로 유럽을 다녀온 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옛날 여권을 꺼내 입국 스탬프를 확인해 보았더니 마지막 스탬프가 찍힌 것이 2003 3월이었다. 정확히 8년이란 세월을 훌쩍 건너 뛰고 다시 유럽을 찾게 된 것이다. 1988년부터 만 5년간 독일에서 살았던 나는 그 후에도 자주 출장을 갔었기 때문에 유럽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내심 궁금하기는 했다.

 

2011 3 13일 브뤼셀에 도착해 3 17일 그곳을 떠나 독일로 갔다. 핼리팩스에서 몬트리얼로, 몬트리얼에서 다시 미국 뉴저지 뉴왁(Newark)으로, 그리곤 뉴왁에서 브뤼셀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이륙한지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핼리팩스 상공을 날고 있다는 운항 정보가 단말기에 나타났다. 이렇게 하루 종일 뺑뺑이를 돌리고 제자리로 왔는데 그래도 항공권 가격은 훨씬 싸지니 이 무슨 요지경 세상인가 싶었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런던 상공을 날고 있다고 알린다. 하늘이 밝아지면서 햇살이 구름 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래로는 구름 바다가 펼쳐져 런던의 흔적도 볼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브뤼셀 공항은 예상외로 사람들로 붐볐다. 유럽 연합의 수도라서 그런지, 아니면 어떤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방문객이 많아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잔뜩 구름을 머금은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잠시 고민하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버스라는 생각에 버스를 택했다. 회사 경비 몇 푼 아꼈다는 자부심도 좀 들었고. 난 어느 도시에 가던지 버스만 제대로 탈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든, 어떤 종류의 여행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버스가 내겐 외지에서의 적응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라고나 할까.

 

 

버스에 오르며 기사에게 다운타운으로 가냐고 확인하고 탔는데도 도심과는 좀 떨어진 지하철 역에서 내리라고 한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종점이라니 별 도리가 없었다. 공항에서 구한 지도에서 현위치를 확인하곤 가방을 끌고 시내로 걸었다. 한 시간쯤 걸어 호텔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 덕분에 그랑 플라스(Grand Place)도 구경하며 지나쳤고 도심의 윤곽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유럽 여행은 회사 업무와 관련한 전시회가 브뤼셀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낮에는 전시회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시간을 이용해 브뤼셀 도심을 걸어볼 기회가 있었다. 브뤼셀도 사실 초행길은 아니었다. 독일에서 근무할 때 두 번인가, 세 번을 여행삼아 다녀간 적이 있다. 그 때도 그랑 플라스 광장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오줌싸개 동상의 초라함에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 외에 엑스포를 기념해 세웠다는 분자 형태의 대형 조형물, 아토미엄(Atomium)을 보았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래도 전에 왔었던 곳이라고 훨씬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내가 묵은 곳은 베드포드(Bedford) 호텔이었는데 이름만 별 네 개 호텔이지, 시설이나 서비스는 너무 형편없었다. 우리는 하루에 €150 유로로 예약을 했지만 방에는 하루 숙박비가 €260 유로라 버젓이 적혀 있었다. 솔직히 시설은 캐나다 모텔보다도 훨씬 못해 보였다. 외국에서 단체 여행을 온 고등학생들이 방에서 무슨 놀이를 하는지 괴성을 지르며 시끄럽게 굴었다. 인터넷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사용이 쉽지 않았고,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방에선 쾨쾨한 냄새가 어찌나 진동을 하던지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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