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버스인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캔버라(Canberra)로 향했다. 20여 년 전에는 시드니에서 10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캔버라로 갔는데 이번에는 버스로 간다. 버스 안에 무료 와이파이가 있어 그리 무료하진 않았다. 푸른 하늘과 뭉게 구름이 펼쳐진 바깥 세상은 평온하고 한적해 보였다. 눈이 시리면 잠시 잠을 청했다. 날이 어두워져 캔버라에 내리니 방향 감각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버스에서 찾아본 지도를 머리에 그리며 무사히 숙소를 찾았다. 아침에 일어나 모처럼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캔버라 구경에 나섰다.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280km 떨어져 있는 캔버라는 호주의 수도다. 연방정부의 주요 행정기관과 국회의사당이 여기에 있다. 1901년 호주가 대영제국의 자치령이 되었을 때 수도 유치를 위해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 두 곳, 즉 시드니와 멜버른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다. 두 도시가 최종 타협을 이룬 1908년에 그 중간에 있는 캔버라를 수도로 정하고 건설에 들어간 것이다.

 

벌리 그리핀 호수(Lake Burley Griffin) 북쪽에 있는 커먼웰스 공원(Commonwealth Park)으로 가다가 마라톤 행렬을 만났다. 어디서나 조깅을 즐기는 호주인들이 벌이는 지역 커뮤니티의 행사로 보였다. 몸매가 넉넉한 여성들도 속도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열심히 응원하던 한 여성의 피켓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들고 있기 힘들거든. 빨리 좀 뛰라고!’라는 문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날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산이 없어 그냥 맞을 수밖에 없었다. 걸어서 호주 국립 보태니컬 가든스(Botanical Gardens)를 찾았다. 블랙 마운틴(Black Mountain) 기슭에 조성된 정원은 220 에이커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 정원은 8개 테마 가든으로 나눠져 모두 6,300종의 호주 토착 식물이 심어져 있다고 한다. 안내 센터에서 우산을 하나 빌려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비에 젖은 정원을 홀로 음미할 수 있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정원에서 맞는 호젓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캔버라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올랐다.


20년 전 업무 출장으로 다녀간 적이 있던 캔버라 컨벤션 센터가 눈에 띄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개최한 마라톤 대회의 모습. 응원하는 사람들의 재치가 더 재미있었다.




호주 국립 보태니컬 가든스로 들어섰다. 안내 센터에 있는 서점과 보태니컬 아트를 전시하는 공간도 둘러보았다.










나무 사이로 길을 낸 메인 패스 루프(Main Path Loop)를 따라 걸으며 호주 토착 식물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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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5.12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거보면 소소한 소통이 저절로 웃음을 짓게 만들고 사회를 살맛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따듯한 기운이 느껴져요

    • 보리올 2018.05.14 0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지 않은 커뮤니티 행사라서 더욱 그럴 거다. 사람 사는 마을의 훈훈함이 묻어 있다고나 할까. 즐겁게 동참하는 자원봉사자도 많고.

 

노스 쇼어(North Shore)의 산악 지형을 연결해 만든 48km의 장거리 트레일로 노스 밴쿠버의 딥 코브(Deep Cove)에서 시작해 웨스트 밴쿠버의 홀슈베이(Horseshoe Bay)까지 이어진다. 이 트레일 이름은 영국군 장성 출신으로 세계 스카우트 운동의 창시자였던 베이든 파웰경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전반적으로 오르내림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지만 시모어 캐니언(Seymour Canyon), 린 크릭(Lynn Creek), 캐필라노 리버(Capilano River) 등 강이나 계류를 몇 군데 건너야 하고, 사이프러스 주립공원의 블랙 마운틴(Black Mountain, 1217m) 정상을 지나기도 한다. 이 트레일을 하루에 종주하기엔 좀 무리가 따른다. 여름철이면 전구간을 두 번에 나누어 걸으면 무난하고, 겨울철이라면 보통 네 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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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17m의 블랙 마운틴을 오르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920m 높이에 있는 사이프러스(Cypress)  스키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쉽게 오를 수 있고, 아니면 하우 사운드(Howe Sound)에 면해 있는 이글리지(Eagleridge)에서 산행을 시작해 1,140m의 등반고도를 지닌 서쪽 사면을 오르면 된다. 이 코스는 꽤나 힘든 산행이 기다린다. 하지만 겨울철 눈길 산행에는 이 코스가 적합치 않아 주로 쉬운 코스를 택한다. 우리도 스키장을 통해 블랙 마운틴을 오르기로 했다. 왕복 7.5km 거리에 등반고도는 약 300m, 산행시간은 대략 3~4시간 잡으면 된다.

 

구름이 제법 많은 날씨였지만 그래도 푸른 하늘이 보여 기분은 좋았다. 산뜻한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스키 슬로프 옆으로 난 눈길을 따라 걸었다. 스노슈즈를 신고 걷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젠만 하고 눈 위를 걷는 사람도 있었다. 눈이 다져져 그리 깊이 빠지진 않았다. 유 호수(Yew Lake)를 지나쳐 지그재그로 눈길을 올랐다. 하얗게 분장을 한 나무들이 다소곳이 서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캐빈 호수(Cabin Lake)를 지나 블랙 마운틴 정상에 닿았다. 멀리 하우 사운드에 떠있는 섬들이 보였다. 눈 위에 누워 배낭을 베개 삼아 여유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고, 손바닥에 빵 조각을 얹어놓고 그레이 제이(Gray Jay)를 유혹하는 사람도 있었다. 올라온 길과는 반대편으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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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성호랑이 2014.03.11 0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멋져요... 블랙마운틴..짱!!

  2. 설록차 2014.03.12 0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창한 숲에 엄청 많은 눈이 내려서 만드는 풍경은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멋지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에요...^^

    • 보리올 2014.03.12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멋진 설경이네요. 하늘로 쭉쭉 뻗은 침엽수림에 내려앉은 하얀 눈도 이름답고요. 사실 자주 보는 풍경이라 저는 그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해발 1,217m의 블랙 마운틴 정상을 오르는 산행은 물론 아니다. 블랙 마운틴을 사이프러스(Cypress) 스키장에서 오르지 않고 서쪽 바닷가에서 오르면 상당히 힘이 든다. 산 높이만큼 에누리없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웨스트 노브는 블랙 마운틴 중턱에 걸려있는 조그만 바위 전망대로 그 위에 서면 하우 사운드(Howe Sound)와 보웬 섬(Bowen Island)이 내려다 보이고 인근 섬으로 향하는 페리도 눈에 띈다. 산행은 이글 리지(Eagle Ridge) 드라이브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베이든 파웰(Baden Powell) 트레일을 타고 가다가 두 번의 갈림길에서 모두 왼쪽으로 꺽어야 한다.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 이글 블러프(Eagle Bluff)나 도너트 블러프(Donut Bluff)의 절벽을 타고 오른 후 블랙 마운틴으로 향하는 험난한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물 웅덩이에 살얼음이 생겼고, 어느 조그만 늪지엔 빨간 다리를 가진 개구리를 보호하자고 팻말을 세워 놓았다. 이 산행 코스에 대한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라인 검색하면서 발견한 어느 클럽의 GPS자료를 인용하면, 웨스트 노브의 해발고도는 750m, 등반고도 600m, 산행 거리 왕복 13.8km, 소요시간 5시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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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rtyLUV 2013.11.15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지네요!!^^
    저도 함 가보고 싶네요~~

  2. 보리올 2013.11.15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밴쿠버 산악 풍경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아름다운 곳임엔 분명합니다. 언제 시간 내서 꼭 한번 다녀 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