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스코샤 하면 가장 먼저 페기스 코브 등대(Peggy’s Cove Lighthouse)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노바 스코샤를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존재다. 핼리팩스에서 남서쪽으로 43km 떨어져 있는 동명의 어촌 마을에 위치한다. 높이 15m의 팔각형 등대로 1914년에 세워졌으니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 페기스 코브를 방문했을 때 바닷가 화강암 위에 빨간 지붕을 가진 하얀 등대 하나가 홀로 서있는 모습을 보곤 이것이 전부야?”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페기스 코브 등대가 왜 유명해졌는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바위에 걸터앉아 탁 트인 대서양을 벗삼아 역동적인 바다의 움직임을 감상하기엔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겐 등대보다 바위 사이에 자리잡은 조그만 어촌마을이 더 매력적이었다. 인구 60명이 산다는 어촌마을엔 조그만 조각배 몇 척과 어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바다와 바위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마을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나 화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바닷가 화강암 암반 위에 세워진 페기스 코브 등대는 노바 스코샤의 심볼 같은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등대를 둘러보곤 바위에 걸터앉아 대서양을 조망하는 시간도 갖는다.

 

 

 

 

 

 

 

 

 

바닷가에 외롭게 서있는 등대보다는 그 옆에 있는 어촌마을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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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ee[나무] 2019.10.16 2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등대가 어떻게 저렇게
    그림같이 있을까요..
    진짜 멋있네요

    • 보리올 2019.10.17 0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바 스코샤의 바닷가에는 앙증맞은 크기의 하얀 등대가 많습니다. 왜 페기스 코브 등대가 유명해졌는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양방향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곳 포트 렌프류를 출발해 북상해도 되고, 반대로 북쪽 기점인 뱀필드(Bamfield)에서 남으로 걸어도 된다. 양쪽 기점에서 하루에 30명씩 들여 보낸다. 일종의 쿼터 시스템인 것이다. 포트 렌프류에서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로 드는 날이 하필이면 내 생일이었다. 바깥으로 떠돌며 생일을 맞는 경우가 많아 그리 서글프진 않았다. 남은 밥을 삶아 아침을 해결하고 인스턴트 커피로 건배하며 생일을 자축했다. 보트를 타고 고든(Gordon) 강을 건너 트레일 입구에 섰다. 퍼시픽 림 국립공원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 앞에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큰 배낭을 멘 사진작가가 씩씩하게 먼저 출발한다. 2주 동안 트레일에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한다고 했다.

 

우리도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배낭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얼마 가지 않아 75km 지점을 알리는 거리 표식이 나왔다. 처음부터 꽤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사다리 몇 개도 오르내렸다. 반대편에서 오는 하이커 세 명을 만났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지만, 그들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끝내는 날이다. 40대 아들이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를 모시고 왔다. 나이를 묻다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말하게 되었고, 갑자기 그들이 생일 축가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72km 지점을 지나자, 길 옆에 놓인 동키 엔진이 보였다. 무슨 용도로 쓰였길래 숲 속에 버려진 것일까. 오래 전에 통신 케이블 포설작업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 잔재가 아닐까 싶었다. 5km 걸으니 스레셔 코브(Thrasher Cove)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첫날 야영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린 8km를 더 걸어 캠퍼 베이(Camper Bay)로 가기로 했다.

 

오웬 포인트(Owen Point)를 경유하는 해안길은 만조 시간이라 포기하고 그냥 숲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나타나 눈은 즐거웠지만, 며칠 간 내린 비 때문에 길은 무척 미끄러웠다. 물웅덩이에 진흙탕, 나무 뿌리, 외나무다리, 보드워크 등이 포진해 있어 방심을 하면 순간적으로 엉덩방아를 찧을 가능성이 높았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했다. 진행 속도가 무척 더뎠다. 어떤 구간은 1km를 가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이처럼 오르내림이 심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은 사실 이 구간을 포함해 남쪽 22km에 집중되어 있다. 그 이야긴 초반 이틀은 힘이 들겠지만 날이 갈수록 짐도 가벼워지고 트레일도 순해진다는 의미다. 여기를 다시 걷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걸음에 힘을 냈다.

 

66km 지점 표식을 지나서 바다로 내려섰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반대편에서 바닷가를 따라 내려오는 두 팀이 보였다. 우리도 얼마간 해안을 걸었다. 다시 숲길로 올라와 캠퍼 베이까지 내처 걸었다. 케이블 카를 손으로 당겨 캠퍼 크릭(Camper Creek)을 건너자 바로 캠프 사이트가 나왔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한 팀이 쉬고 있었다. 부목 사이의 모래 위에 텐트를 쳤다. 개울물로 대충 씻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도착해 우리 옆에다 텐트를 친다. 무척이나 지친 기색이었다. 한국말로 대화를 하기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둘은 부자지간으로 빅토리아(Victoria)에 산다고 했다. 내 말에 그리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많아 뻘쭘하게 뒤로 물러섰다. 어둠이 내려앉는 해변을 걷곤 텐트에 누워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포트 렌프류의 퍼시픽 림 국립공원 인포 센터에서 보트를 타고 고든 강을 건넜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남쪽 기점을 알리는 퍼시픽 림 국립공원 표지판이 고든 강가에 세워져 있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두 팀을 만났다. 생일 축가를 불러준 팀은 뒤에 오던 팀이었다.

 

밴쿠버 섬의 웨스트 코스트, 즉 서해안은 온대우림이 널리 분포된 지역으로 유명하다.

 

 

숲길은 오르막이 길고 까다로운 구간이 많아 시간도 무척 많이 걸렸다.

 

 

 

숲길을 벗어나 해안으로 나오니 시야가 탁 트였다.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 주의 올림픽 국립공원이 보였다.

 

 

 

다시 숲길로 들어오니 까다롭고 성가신 구간이 우릴 반긴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에 진행 속도는 자연 느려졌다.

 

 

사다리를 몇 개나 오르내리고 케이블 카를 손으로 끌어 캠퍼 크릭을 건넌 후에야 캠프 사이트에 닿았다.

 

 

고단한 첫날 여정이 끝났다. 캠퍼 베이 캠핑장의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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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02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첫날부터 엄청난 진흙, 물웅덩이, 사다리, 케이블카, 해변가 돌들 등 너무 생생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관문들이었습니다!

 

컬럼비아 강을 건너 오레곤 주로 들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마운트 후드(Mt. Hood)였다. 해발 3,429m의 높이를 가진 산으로 오레곤 주에선 가장 높은 봉우리다. 오레곤 주 북부 지역, 특히 컬럼비아 강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하늘로 우뚝 솟아 있는 마운트 후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아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26번 하이웨이를 타고 샌디(Sandy)를 지나 발견한 스틸 크릭 캠핑장(Still Creek Campground)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오랜만에 즐기는 캠프 파이어도 낭만이 있었고, 나무 빼곡한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마운트 후드 지역에서 산행에 나설 곳은 미러 호수 트레일(Mirror Lake Trail). 하이웨이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여기선 트레일에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라 664번 트레일이라 불렀다. 미러 호수까지 왕복하고 거기에 호수를 한 바퀴 돌아도 거리는 2.8마일, 4.5km에 불과했다. 이건 산행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산책에 가까웠지만 일행들 컨디션에 따르기로 했다. 힘이 남는 사람은 호수 뒤에 있는 톰 딕 해리 리지(Tom Dick Harry Ridge)로 오르면 더 뛰어난 풍경을 즐길 수 있다고 들었지만 우린 호수를 한 바퀴 돌고는 하산을 했다.

 

캠프 크릭(Camp Creek)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하얀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베어 그라스(Bear Grass)가 여기저기 눈에 띄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나무가 빼곡한 숲길을 걸어 그리 어렵지 않게 미러 호수에 도착했다. 너무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호수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마운트 후드의 반영을 담기엔 충분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라니 언제 시간이 되면 빛이 좋은 시각에 이곳을 다시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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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밴프는 캐나다 로키로 가는 전진기지였다. 물가나 숙박비가 좀 비싸긴 했지만 그 주변에 포진한 산을 찾기엔 밴프만큼 편한 곳이 없었다. 늘 동행들을 이끌고 찾았던 밴프를 이번에는 회사 업무로 3년만에 방문하게 되니 기분이 좀 묘했다. 숙소는 컨퍼런스가 열리는 밴프 센터(Banff Centre)로 잡았다.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다 보이는 캐나다 로키의 연봉들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밴프 시가지 뒤로 자리잡은 케스케이드 산(Cascade Mountain)의 위용에, 그리고 밴프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의 고풍스런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던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밴프를 벗어나 인근 호수를 찾았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투 잭 호수(Two Jack Lake). 미네완카 호수(Lake Minnewanka)로 가는 도중에 있는 중간 크기의 호수인데, 밴프 남쪽을 지키고 있는 런들 산(Mt. Rundle)의 위용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이면 호수에 비친 런들 산의 반영이 아름답지만 호수에 눈이 쌓이는 겨울철에 그런 반영은 기대할 수가 없다. 대신 하얀 호수를 앞에 두고 곱게 분칠한 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이런 모습을 그리며 여기를 찾아오지 않았던가.

 

 

 

 

 

다시 차를 몰아 버밀리언 호수(Vermilion Lakes)로 향했다.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각에 한 줌 빛이 런들 산 꼭대기에 내려앉으면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곳이 따로 없을 정도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풍경화가들을 매료시킨 곳이 바로 여기다. 많은 화가들이 붉게 물든 산자락과 버밀리언 호수에 비치는 런들 산의 반영을 화폭에 담았고,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기를 찾는 사진작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따라 노을이 그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그 앞에 서서 숨을 쉬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난 충분히 감격적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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