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11.21 남덕유산
  2. 2014.01.23 [스노슈잉] 요호 국립공원 오하라 호수 ③ & 에머랄드 호수 (6)
  3. 2013.12.11 태백산 시산제 (4)

 

대전에 있는 친구로부터 덕유산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산에 가자고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그러자 했다. 금요일 저녁 KTX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그 친구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상남리로 향했다. 두 친구가 추가로 합류해 일행은 모두 네 명. 규모가 단출해서 좋았다.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새벽 5. 하늘엔 별이 총총했고 달도 밝았다. 랜턴도 필요가 없었다. 경남 교육원을 지나 산길로 접어 들면서 랜턴을 꺼냈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았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육십령에서 올라오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올랐다. 옛 친구를 만난 듯 몹시 반가웠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 길을 몇 번인가 지나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선 채로 간식을 먹었다.

 

서봉으로 오르던 능선 위에서 일출을 맞았다. 산에서 맞는 해돋이는 늘 가슴을 뛰게 한다. 서서히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어오더니 건너편 능선 위로 태양이 치솟는 것이 아닌가. 시야가 탁 트인 바위 위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태양을 맞았다. 산자락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는 행복을 누가 알런가 모르겠다. 이런 맛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서두르는 것 아니겠는가. 하늘은 대체로 청명한데도 서봉과 남덕유산 주변에는 구름이 몰려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서봉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산은 점점 겨울산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무엔 설화나 상고대가 피었고 산길에선 눈이 밟히기 시작했다. 이제 겨울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봉은 해발 1,492m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봉우리로 일명 장수덕유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산은 남덕유산과는 달리 백두대간 주능선에 속해 있다. 서봉에 올라 바라보는 덕유능선의 장쾌함이 단연 압권이다.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이 능선길을 난 좋아한다. 언젠가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달빛을 벗삼아 이 능선길을 홀로 걷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곤 있지만 아직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남덕유산은 바로 서봉 옆에 위치해 있는데,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섰다가 남덕유산으로 올랐다. 해발 1,507m의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까지 눈에 담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영각지킴터로 하산을 서둘렀다. 경사가 꽤 급하긴 했지만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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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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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침낭 안에서 뒤치락거리다가 아침 준비나 하자고 일어났다. 어제와 같이 설렁탕 면에 누룽지, 떡점을 넣고 끓였다. 몇 끼를 먹은만큼 식자재가 줄어 배낭 무게가 많이 가벼워졌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모두 봉지에 담아 배낭에 넣었다. 여긴 가져온 쓰레기를 모두 들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가 넘어 산장을 나섰다. 꿈같은 산장 생활을 마치고 문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하라 호수에 들러 잠시 얼음 위를 걸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여름에 다시 한 번 왔으면 좋으련만 그 때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다.   

 

다시 11km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이 길을 오를 때 엄청 길었다는 느낌이 내리막에선 들지 않았다. 금방 1km씩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나무에 걸린 거리 표식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배낭이 가벼워진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스노슈즈도 이젠 발에 익어 눈 위를 걷는 모양새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마음이 뿌듯했다. 오랜만에 진짜 스노슈잉다운 겨울 산행을 즐겼기 때문이다. 밴쿠버로 돌아가도 당분간은 스노슈잉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았다. 4km를 걸어 7km 지점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또 쉬지 않고 4km를 걸어 3km지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쉬기도 했다.  

 

이제 주차장까지 단숨에 뻬자고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는데, 산 아래에서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고 올라오는 그룹을 만났다. 캘거리에서 그룹으로 온다는 이들 때문에 우리가 이틀만에 방을 빼는 것이었다. 20명 일행 중에는 75세 할아버지도 있었다. 그 나이에 크로스 컨트리 스키라니 참 젊게 사는 양반이다. 제일 뒤에서 스노슈잉을 하면서 홀로 올라오던 친구가 스키 트랙을 걷는 우리를 보고 잔소리를 한다. 스키 트랙을 망가뜨리지 말고 신설 위를 걸으라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배운 적이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앞사람이 만들어 놓은 트랙을 따라온 것이다.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 친구 말하는 폼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스키 트랙을 벗어나 신설 위에 새로운 흔적을 남기며 열심히 걸었다. 이렇게 걷는 것이 훨씬 에너지 소모가 많아 종아리에 근육이 팍팍 생기는 것 같았다.  

 

11 40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하라 호수에서 사진을 찍는다 늦장을 부린 것을 감안해도 하산에 3시간 30분은 걸린 셈이다. 전체가 12km 눈길이니 그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았다. 내 경험으론 겨울철 스노슈잉은 하루 10km 내외에 4~5시간 산행이 적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로 이동해 호수 위를 걷는 스노슈잉을 한두 시간 더 하기로 했다. 이렇게 호수가 꽁꽁 언 때가 아니면 언제 호수 위를 걸어볼 수 있겠는가.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겨울철 로키 산행의 묘미를 연장하고 싶었다. 에머랄드 호수 주차장에 도착해 베이글로 점심을 때웠다. 날씨는 어제와 비슷해 약한 눈발을 날리고 있었다. 호수에는 크로스 컨트리 스키나 스노슈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아쉽게도 에머랄드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이 대부분 구름에 가려 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밟아서 그런지 눈에 빠지진 않았다. 트레일을 2km 정도 걸은 후에 호수로 들어섰다. 눈이 많지 않아 걷기에 너무 편했다. 기분도 상큼했다. 호수 위를 걷는다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지 않는가. 거기에 호젓하기까지 하니 금상첨화다. 일행들 역시 이 분위기를 너무 좋아한다. 특히, 캐나다 로키 산행이 처음이라는 전영철 선생은 로키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았다. 다음에 동부인해서 에머랄드 로지에 묵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 에머랄드 호수에 있는 로지와 선물가게는 겨울철에도 문을 열었다. 겨울 내내 도로 제설작업을 하니까 방문객이 꾸준하게 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골든(Golden)의 팀 홀튼스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스노슈잉 일정을 마무리했다. 커피 한 잔을 이렇게 맛있게 마실 수 있었던 것도 추운 눈길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의 마무리는 래디엄 핫 스프링스(Radium Hot Springs)에서 피곤한 몸을 온천수에 담그는 것으로 했다. 한겨울에 노천에서 온천욕이라니 이 또한 신선놀음 아닌가. 수온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보통 여기는 물 온도를 섭씨 39도나 40도에 맞추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미지근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는 것이 어딘가. 온천에서 날아오른 수증기가 나무에 설화를 만들어 밤하늘을 수놓았다. 스노슈잉을 마친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보너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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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sora 2014.01.23 1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여행정보 잘봤구요 너무 부럽네요 ㅎㅎ

  2. 권선호 2014.02.13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자네처럼 그 Hut에서라면 분위기 때문에 잠을 못들 것 같네..ㅎ
    커피, 와인 한 잔 하면서 책 보고 음악 듣고..천국의 생활일 듯..

    Wiwaxy-Oesa-Opabin 트레킹하던 때를 생각하면
    햇살이 없는 겨울 설경은 좀 실망이네..
    그때의 그 색감 잊을 수가 없거든..

    Emerald, Golden의 커피집...자네도 역시 나를 고문하는 듯..

    날씨가 여의치 못했던 것이 좀 애석하지만 원없이 눈을 즐겼다니 좋았겠네..

    • 보리올 2014.02.13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할 때가 색감으로는 최고일 걸세. 거기에 에머랄드 빛 오하라 호수가 더해지면 정말 장관이지. 겨울은 그에 비해 풍경이 좀 단조로운 편이야. 호수도 얼어붙고 온통 설경만 있으니 말이지. 설경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이겠지만.

  3. 설록차 2015.05.22 05: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이 마치 흑백사진 같아 운치가 있고 멋지네요..^^

 

캐나다로 이주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고국에서 다녔던 회사로부터 다시 부름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을 안고 바로 고국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와중에 회사 산악회에서 준비한 태백산 시산제에 초청을 받았다. 예전에 산악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많아 낯을 가릴 일도 없었다. 혼자 차를 몰아 집결지인 태백 화방재로 향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미 몇 차례나 지나쳤던 곳이라 눈에 익은 곳이다. 시산제에 참석할 직원들을 싣고 서울에서, 거제도에서 버스 3대가 도착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2월의 태백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날씨는 좀 풀렸다 하지만 화방재엔 운무가 자욱했다. 산행을 시작할 무렵엔 운무가 더 짙어진다. 산길로 접어 들자, 밤새 나무에 맺힌 눈꽃이 우리 산행을 축복하는 듯 활짝 피었다. 눈도 거의 녹아 산행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가끔 얼음으로 덮힌 구간이 나타나 좀 미끄럽긴 했다.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수밖에 별 수가 없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지 모르겠다. 캐나다에선 이런 단체 산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말이다. 옛 동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유일사를 지나 능선 위로 올라서니 운무가 우리 발 아래를 덮고 있었다. 산자락은 운무에 가렸지만 그 봉우리는 구름 위로 삐쭉 솟아 있었다. 거기에 설화와 상고대까지 피어 우리 눈을 즐겁게 하지 않은가. 주목나무와 어우러진 자연 경관에 그저 고맙고 행복할 뿐이었다. 능선길은 사람들로 꽤나 붐볐다. 우리처럼 시산제를 지내러 산행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태백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 앞에서 시산제를 올렸다. 참가 인원이 많아 부서별로 절을 올리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나도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절을 올리고 돼지 주둥이에 봉투를 하나 꽂았다. 하산은 망경사를 지나 당골매표소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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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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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2.12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닝커피와 함께 산사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데요...그냥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어요...^*^

  2. 보리올 2013.12.12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캐나다 산이 아기자기한 맛에 있어서는 한국의 산세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한국에 있는 산들이, 산친구들이 그립습니다.

  3. 설록차 2013.12.14 0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들어 사귄 친구는 묵은 장아찌같은 깊은 맛이 덜한것 같아요...세월의 때가 더 묻으면 달라질런지~

  4. 보리올 2013.12.14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어릴 적 친구들은 묵은 장아찌같은 맛이군요. 재미난 표현인데요. 아무래도 나이를 들어 친구를 사귀면 이해타산이 많이 들어가지 않갰습니까. 말도 쉽게 놓을 수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