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친구로부터 덕유산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산에 가자고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그러자 했다. 금요일 저녁 KTX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그 친구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상남리로 향했다. 두 친구가 추가로 합류해 일행은 모두 네 명. 규모가 단출해서 좋았다.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새벽 5시. 하늘엔 별이 총총했고 달도 밝았다. 랜턴도 필요가 없었다. 경남 교육원을 지나 산길로 접어 들면서 랜턴을 꺼냈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았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육십령에서 올라오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올랐다. 옛 친구를 만난 듯 몹시 반가웠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 길을 몇 번인가 지나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선 채로 간식을 먹었다.
서봉으로 오르던 능선 위에서 일출을 맞았다. 산에서 맞는 해돋이는 늘 가슴을 뛰게 한다. 서서히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어오더니 건너편 능선 위로 태양이 치솟는 것이 아닌가. 시야가 탁 트인 바위 위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태양을 맞았다. 산자락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는 행복을 누가 알런가 모르겠다. 이런 맛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산행을 서두르는 것 아니겠는가. 하늘은 대체로 청명한데도 서봉과 남덕유산 주변에는 구름이 몰려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서봉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산은 점점 겨울산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무엔 설화나 상고대가 피었고 산길에선 눈이 밟히기 시작했다. 이제 겨울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봉은 해발 1,492m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봉우리로 일명 장수덕유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산은 남덕유산과는 달리 백두대간 주능선에 속해 있다. 서봉에 올라 바라보는 덕유능선의 장쾌함이 단연 압권이다.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이 능선길을 난 좋아한다. 언젠가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달빛을 벗삼아 이 능선길을 홀로 걷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곤 있지만 아직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남덕유산은 바로 서봉 옆에 위치해 있는데,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섰다가 남덕유산으로 올랐다. 해발 1,507m의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까지 눈에 담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영각지킴터로 하산을 서둘렀다. 경사가 꽤 급하긴 했지만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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