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1.10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6>
  2. 2012.11.20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9> (2)

 

모처럼 잠을 편히 잤다.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 점검부터 한다. 사지 멀쩡하고 머리, 배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다. 고소 증세가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 이제 고소 적응을 모두 끝냈다는 의미인가? 코스도 어제에 비해 훨씬 쉬웠다. 해발 4,400m까지 올라간 다음엔 미리스티 강(Miristi Khola)이 있는 3,500m 지점까지 내려 간다. 오늘은 강가 어디선가 야영을 한다고 들었다. 고산병 증세에 마음을 뺐겨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에 안나푸르나 주봉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안나푸르나를 만난 것이다.

 

중간에 닐기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건너야 하는 곳이 있었다. 폭이라야 2m 정도 되었을까. 가운데 돌이 놓여져 있어 건너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수량이 엄청났고 그 아래는 폭포라 행여 다리를 잘못 디뎌 떨어지면 수십 미터를 똑바로 낙하해 격류 속으로 휩쓸일 판이다. 일단 미끄러지면 살 확률은 전혀 없어 보였다. 벼랑 아래를 보고 나니 다리도 떨리고 속으로 겁도 났다. 다행히 세르파 한 명이 중간에 버티고 서서 한 사람씩 손을 잡고 무사히 건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산 아래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구름이 눈에 보였다. 오전에는 맑았다가 오후에 흐려지는 이 지역 특유의 날씨 패턴이 되풀이된다. 미리스티 강까지 꽤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야 했다. 이 경사길을 내려가면서 하행 구간에는 이 경사를 치고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지레 한숨이 나왔다. 왜 이 코스는 꾸준히 오르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널뛰듯 해 우리를 이리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야영지는 빙하 지대라 했다. 빙하 지대라면 이 아래가 커다란 얼음덩어리란 말 아닌가. 오랜 기간 흙이 쌓이고 나무가 자라 빙하 지대란 낌새를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마쳤다. 빙하 녹은 물로 오랜 만에 세수도 하고 발도 닦았다. 포터들은 바위 옆에 모닥불을 피워놓곤 빙 둘러앉아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추위를 잊으려는 그들 나름의 고육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새벽부터 산행 준비에 부산하다. 당일로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해발 4,800m)에 올라 청소를 마친 다음, 사마 가운으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제 하루 공친 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날씨는 맑았고 마나슬루 정상은 온모습을 드러낸채 우리를 굽어 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마나슬루 정상이 마치 산신령 같았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갈라진 틈새가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고 가끔 굉음을 내며 눈사태가 발생해 몇 분간이나 눈을 쓸어 내린다. 도중에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트레일을 제대로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4,000m 이상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눈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앞사람이 러셀해 놓은 길을 한발 한발 힘겹게 올라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먼저 출발했던 덴지가 중간에 식당 텐트를 치고 칼국수를 준비해 놓았다.

 

이태리 팀이 진을 친 4,600m 베이스캠프에서 4,800m 베이스캠프까지 200m 고도를 오르는 일이 요원해 보였다. 정상 공격에 나선 등반가들이 왜 2~300m를 남겨 놓고 뒤돌아서는지를 알만 했다. 칼날 능선은 또 왜 그리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 발을 헛디디면 수백 미터 아래로 미끄러질 판이다.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몇 차례. 드디어 4,800m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았다. 

 

예상했던대로 베이스에는 눈이 더 깊었다. 한 대장의 기억과 오스트리아 원정팀의 세르파 도움으로 눈 속에서 보물을 캐내듯 쓰레기를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내려오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직접 짊어지고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제 베이스 캠프를 내려가야할 시각이 되었다. 여건만 된다면 베이스 캠프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떠나기 싫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주변 설산들이 더욱 자태를 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지 않을 수 없는 일. 우리에겐 하행 트레킹이 남아 있다. 하행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조만간 베이스 캠프보다 더 높은 해발 5,200m의 라르케 패스(Larke Pass)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지길 몇 차례 거듭하며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다음에야 마을로 귀환할 수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지인 2012.11.20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아빠가 저 무시무시한 곳에 가계셨다니.. 저때 저는 강철인과도 같은 아빠 걱정도 안하고 띠까띠까 놀고 있었는데..... 이젠 아빠 저렇게 아름답지만... 무서운 자연속으로 못 보내겠어요..ㅠㅠ

  2. 보리올 2012.11.20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위험하면 아빠같은 겁쟁이가 어찌 저런 곳을 가겠냐?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너도 열심히 체력이나 단련해 두거라. 혹시 아냐? 아빠가 우리 딸 데리고 마나슬루 한 번 더 가고 싶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