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285m의 베이커 산(Mt. Baker)은 미국 땅에 속해 있다. 이 산을 가려면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를 밟아 미국 워싱턴 주로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며 사람들은 베이커를 찾는다. 왜냐 하면 밴쿠버와 그 인근의 프레이저 밸리 어느 곳에서나 고개만 들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베이커고, 베이커를 매일 접하는 이곳 사람들에겐 일종의 모산(母山) 같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에겐 그랬다.

 

베이커는 케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s)에 속한다. 미국 워싱턴 주 산악지형 자체가 이 산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면 된다. 케스케이드 산맥의 줄기는 알래스카에서 발원한 해안 산맥에서 가지를 뻗은 것으로, 밴쿠버 인근의 가리발디 산(Mt. Garibaldi)에서부터 시작해 국경을 넘어 베이커와 레이니어 산(Mt. Rainier), 세인트 헬렌 산(Mt. St. Helens)을 지나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진다. 베이커는 이 산맥의 북단에 위치해 있는데 주능선에서는 조금 서쪽으로 치우쳐 있다.

 

베이커 산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레일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타미간 리지 트레일(Ptarmigan Ridge Trail)을 꼽는다. 오르내림도 그리 심하지 않고 거리도 적당하다. 산행 기점부터 콜맨 피너클(Coleman Pinnacle)까지 왕복 16km에 등반고도 400m를 올린다. 소요시간은 대략 7시간. 이 트레일을 걸으며 베이커와 셕샌 산(Mt. Shuksan)을 바라보는 조망은 한 마디로 끝내준다. 고산 특유의 풍경과 식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후덕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인다고나 할까. 산행 초반부터 벌어진 입을 내내 닫지 못했다.

 

산행 출발점은 아티스트 포인트. 차로 오를 수 있고 주차 공간이 넓다. 산행 초반에는 682번 체인 레이크(Chain Lakes) 트레일을 타고 걷는다. 급경사 초원지대를 트래버스하고 테이블 산(Table Mountain)의 하단부를 가로 지른다. 길이 뚜렷하고 평탄하다고는 하지만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잔돌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2km쯤 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왼쪽 길을 택한다. 오른쪽은 체인 레이크 트레일(Chain Lakes Trail)이고 왼쪽이 우리가 가는 683번 타미간 리지 트레일이다.  

 

연두색과 초록색이 적당히 섞인 초원지대, 야생화 군락, 7월인데도 군데군데 남은 잔설 등이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대단했다. ,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덧 콜맨 피너클 아래에 섰다. 여기가 우리의 목적지였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좀 더 진행하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베이커를 지척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암릉에 이르기 때문이다. 

 

암릉으로 연결된 마지막 오르막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거저 대할 수는 없는 법. 미끄러운 설원과 돌밭을 지나 콧등에 땀이 맺힐 때가 되어서야 공룡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카로운 능선 위에 올라섰다. 눈 앞에 깎아 지른 절벽이 나타나고 그 건너편에는 베이커의 웅장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정상을 살짝 드러내고 우리를 맞는 베이커. 그저 머리 속이 멍해지며 할 말을 잊었다. 베이커에 대한 첫 인상이 강하게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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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통과해 글레이셔(Glacier) 서비스 센터에서 주차권을 먼저 구입한다. 여기서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향해 가다가 37km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산행 기점인 오스틴 패스(Austin Pass) 나타난다. 지점의 높이가 1,433m. 산행 목적지인 호수의 해발 고도도 이와 비슷한 1,463m 불과하다. 그렇다고 길이 평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도차 580m 이르는 오르내림이 기다리고 있다. 전체 산행 거리는 13.2km.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오스틴 패스를 출발해 스위프트 크릭(Swift Creek) 계곡을 따라 600 트레일을 걷는다. 평온해 보이는 초원 지대도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오른쪽으로 베이커 (Mt. Baker) 바라보며 걸을 있는데,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웅자를 수는 없었다. 호수는 셕샌(Shuksan)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셕샌은 북미 인디언 말로 높이 솟은 이란 의미라는데,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해발고도 2,783m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고 험한 봉우리로 여겨진다.

 

 

한여름이면 짙은 에메랄드 빛을 자랑하는 호수도 아직까지 잔설을 머금고 있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녹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오라는 의미리라. 호숫가에서 잠시 쉬고는 셕샌 산자락에 매달린 로워 커티스(Lower Curtis) 빙하 끝자락까지 올라가 보았다. 빙하가 가끔 묘한 소리를 내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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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종인 2012.11.01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 이 근처에서도 저런 빙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트레일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저번에 아버지와 조회장님과 같이 갔던 곳 근처는 아니겠죠
    ? 저랑 같이 다시 가서 한여름 짙은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고 오면 되겠네요! 제가 운전해드리고 밥을 사드릴테니 아버지께서 가이드를 해주세요.

    • 보리올 2012.11.02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에 조 회장님과 갔던 곳은 호프(Hope) 아래 로스(Ross) 호수고, 여긴 국경 넘어 베이커 산 인근에 있는 트레일이란다. 일년에 한 두번은 베이커 쪽으로 가 보렴. 산세도 좋고 경치도 일품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