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하이웨이를 타고 알버타로 들어와 버밀리언(Vermillion)에 있는 히든 호수(Hidden Lake)에서 멋진 석양을 맞았다. 원래는 에드먼튼(Edmonton)까지 내처 달릴까 하다가 히든 레이크 캠핑장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야영을 한 것이다. 장기간 운전에서 온 피곤이 몰려온 탓이리라. 아침 일찍 에드먼튼으로 가는 길에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Elk Island National Park)부터 들렀다. 1913년에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국립공원답게 우리가 버펄로라고 부르는 바이슨(Bison)이 여기저기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어느 녀석은 아스팔트 길을 가로막고 비켜주질 않았다. 가끔 엘크도 눈에 띄었다. 공원 안에 산재한 호수에서 카누를 즐기고 숲길을 따라 하이킹도 할 수 있다지만 시즌이 끝난 공원은 정적 속에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알버타의 주도인 에드먼튼에 닿았다. 난 이미 몇 차례 다녀간 곳이지만 일행들은 초행이라 주의사당과 웨스트 에드먼튼 몰(West Edmonton Mall)만 잠시 들르기로 했다. 1912년에 그리스 양식으로 지어진 주의사당은 에드먼튼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무료 내부 투어를 신청할 수가 없었다. 주의사당을 한 바퀴 돌며 그 모습을 몇 장 찍고는 웨스트 에드먼튼 몰로 향했다. 이 쇼핑몰은 북미에서 가장 큰 실내 쇼핑몰이라 한다. 엄청난 면적에 800개의 상점과 100개가 넘는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그것만이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관과 호텔, 골프장, 워터파크, 아이스링크 외에도 놀이동산까지 실내에 갖추고 있어 눈이 휘둥그레진다. 심지어는 콜럼부스가 미 대륙을 발견할 당시 탔던 산타마리아호 모형도 물 위에 떠있다. 그 때문인지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버밀리언에 있는 히든 호수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맞았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야생동물 보호에 앞장서는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에서 바이슨을 만났다.





에드먼튼의 상징으로 통하는 알버타 주의사당








페르시아 전통 바자르에서 착상을 얻었다는 에드먼튼 쇼핑몰에는 상점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호텔 외에도 각종 놀이시설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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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ndersuy 2017.12.12 1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

  2. justin 2017.12.21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드몬톤도 캘거리만큼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상상하기를 캐나다에서 살게 되면 캔모어, 캘거리, 또는 에드몬톤에서 살고 싶어했습니다~

    • 보리올 2017.12.22 14: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난 에드먼튼이 그리 마음에 들진 않더라. 재스퍼도 네 시간 거리에 있고. 캔모어는 느낌이 아주 좋았는데...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꽤나 복잡했다. 오르락내리락 급경사 도로가 많았고 이면 도로는 폭이 좁았다. 일방통행로도 많아 우리가 갈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도 빙 돌아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차를 운전하는 내내 짜증이 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쇼핑몰이 밀집한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나 케이블카를 타려고 갔던 파웰 스트리트와 마켓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은 더 번잡했다. 주차장을 찾아 헤매다가 멀리 떨어진 뒷골목에 주차를 하곤 걸어다녔다. 그제사 도심의 풍경이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웰-마켓 스트리트엔 케이블카의 방향을 돌리는 턴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긴 케이블카 탑승을 기다리는 인파가 너무 많았다. 줄이 길어 우리 차례까지 오려면 하세월일 것 같아 케이블카 탑승은 그만 두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드디어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을 멈추는, 아니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존재 같았다. 시속 9마일로 느릿느릿 달리는 케이블카에서 아날로그적 낭만을 느꼈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곳 케이블카는 하늘을 날지 않는다. 전차처럼 도로 위 레일을 달리지만 구동은 도로 아래에 설치된 케이블로 한다. 이 세상에 딱 하나 남은 수동 케이블카 시스템이라 이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로 통한다. 한 블록 안에 급커브가 여덟 군데나 연달아 이어지는 롬바르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도 내겐 꽤 인상적이었다. 어떤 영화 속에선 여길 미친 듯이 질주하는 차량이 있었는데 실제 교통 표지판엔 시속 5마일로 가라고 적혀 있었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은 대도시다운 면모를 과시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운전하기가 좀 성가신 도시였다.

 

케이블카와는 달리 전기로 구동하는 트램도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통하는 케이블카. 도로 아래에 포설된 케이블에 의해 구동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파웰 스트리트와 마켓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케이블카 턴테이블과 그 앞에서 외롭게 홀로 춤을 추던 거리공연자

 

 

 

언덕배기가 많은 샌프란시스코라 아래쪽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인근의 러시안 힐에서 마주친 풍경.

 

 

 

 

롬바르드 스트리트는 짧은 구간에 급커브가 여덟 번이나 이어지는 급경사 도로가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전기차를 렌트해 움직이고 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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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7.15 0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케이블카인지 몰랐습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에서 운전하실때 어머니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 보리올 2016.07.15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떤 반응을 기대하셨을까? 그리 놀라지는 않던데. 샌프란시스코엔 저 정도 경사를 지닌 도로가 많아 그리 놀랍지는 않더라. 짧은 거리에 커브를 여러 개 만들어 놓은 것은 좀 신기했지만서도.

 

어떤 품목에 대한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 아들과 둘이서 당일로 벨링햄을 다녀왔다. 여행이라 하기엔 좀 어색하지만 그래도 아들과 둘이 떠난 길이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벨링햄은 밴쿠버에서 시애틀(Seattle)로 가다가 국경을 건너 가장 먼저 만나는 도시다. 시애틀까지는 벨링햄에서 90 마일을 더 달려야 한다. 인구는 82,000명으로 대도시에 속하진 않지만 꽤 큰 도시다. 동쪽으로는 베이커 산(Mt. Baker), 그리고 서쪽으론 태평양에 속하는 벨링햄 베이(Bellingham Bay)가 자리잡고 있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장이라 할만했다.

 

벨링햄은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가깝다 보니 국경도시로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국경 근처에 사는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주유를 하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캐나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벨링햄 쇼핑몰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캐나다에서 건너온 사람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벨링햄 지역 경제에 캐나다 사람들의 지갑이 큰 기여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벨링햄을 처음 간 것은 아니었다. 몇 번인가 들른 적이 있었지만 너무 가까운 곳이라 여행을 왔다는 생각이 없어 사진조차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카메라를 챙겨 갔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다운타운은 그다지 볼 것이 없었다. 도심에 있는 가게나 부티크, 갤러리 등은 나름 고풍스런 느낌을 주었지만 그리 특별나지는 않았다. 벨링햄 사람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웬만한 도시라면 이 정도의 고풍스러움은 갖추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도시의 역사는 깊은 편이다. 영국 해군의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 선장이 1792년 이 지역을 탐사하면서 윌리엄 벨링햄 경(Sir William Bellingham)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명명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미국에선 결코 짧은 역사는 아니지 싶다.

 

 

 

 

 

챔피언 스트리트에 있는 마운트 베이커리 카페(Mount Bakery Cafe)를 찾아갔다. 베이커 산을 좋아하는 나에겐 너무나 친근한 상호라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 바쁜 일도 없기에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아들과 이야기나 할까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빵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라 이름값을 하는 듯 했다. 각종 여행 안내책자에 꽤나 많이 소개가 된 곳이었다. 하지만 손님들 대부분은 외지인이라기보다는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로컬 사람들 같았다. 대기석에 앉아 자리나기를 기다리다가 우리가 지레 지쳐 커피와 마리온베리 스콘(Marionberry Scone)을 사들곤 차에서 분위기없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소개해주겠다는 식당이 있어 점심은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녀석은 언제 이곳을 다녀갔는지 벨링햄 지리나 맛집도 훤히 꿰차고 있었다. 다나스 카페 이탈리아노(D’Anna’s Café Italiano)라 불리는 이곳은 벨링햄에선 꽤 유명한 파스타 식당이란다. 식당 주인인 다나 패밀리는 원래 시애틀에서 파스타 면을 만들어 식당에 공급하다가 1990년대 초 벨링햄에 파스타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35개 좌석만 가지고 하다가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리자, 지금은 확장 공사를 거쳐 99석을 가진 식당이 되었다. 난 간단한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를 시켰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호두를 가미한 소스와 스파게티 면을 요리해서 나온 파스타의 맛이 깔끔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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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04.29 04: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나름 해외(?)로 남자들끼리 갔다온 유쾌한 여행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익숙하게 아버지를 모시고 벨링햄 여기저기 갔다온 것도 신났습니다. 나중에 또 필요하시면 가이드로 써주세요 ~

    • 보리올 2014.04.29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가이드 덕분에 벨링햄은 아주 편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왔지. 다른 곳도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에 안내해 주려무나. 난 아들과 간다면 어느 곳이나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