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은 특이하게도 수도가 세 개로 나뉜다. 흔히 요하네스버그를 수도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행정수도는 프리토리아(Pretoria), 입법수도는 우리가 이번에 방문한 케이프타운(Cape Town), 사법수도는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이다.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의 최대 도시일 뿐이고, 케이프타운이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남아공 남서쪽 끝단에 자리잡은 케이프타운은 1652년 얀 반 리벡(Jan van Riebeeck)이란 사람이 여기에 상륙해 케이프 식민지를 건설하고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보급기지로 삼은 것이 도시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이 지역으로 유럽인 이주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현재도 백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요하네스버그와 비교하면 치안도 훨씬 안전하다. 인구는 광역으로 치면 4백만 명에 가깝다.

 

희망봉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올라와 가장 먼저 이 도시의 상징적 존재인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으로 향했다. 테이블 마운틴은 산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정상은 해발 1,087m로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케이프타운에서 바라보면 그 산세가 우람하기 짝이 없다. 테이블이란 이름을 쓴 것은 정상 부위가 식탁처럼 평평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상까지는 걸어 오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관광객답게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정상은 상당히 넓었다. 카페와 기념품가게도 있고, 가장자리를 따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걸어 다니며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케이프타운이 눈 아래 펼쳐지고, 저 멀리 케이프 반도도 한 눈에 들어왔다.

 

산에서 내려와 워터프론트(Waterfront)를 찾았다. 여기서 바라보는 테이블 마운틴의 위풍당당한 면모가 더 장관이었다. 워터프론트 지역은 테이블 베이(Table Bay)에 면해 있는 항구로, 19세기에 세워진 건물을 개축한 호텔과 레스토랑, 쇼핑센터가 모여 있는 관광 명소다. 케이프타운은 백인이 많이 사는 도시라 워터프론트에도 백인들이 무척 많았다. 치안도 다른 지역에 비해선 좋아 보였다. 눈을 들면 테이블 마운틴이 바라다 보이고 그 반대편으론 항구와 선착장이 펼쳐져 관광지로서는 매력적인 조건을 갖췄다. 붐비는 인파를 헤치며 바닷가 산책에 나섰다. 테이블 마운틴이 보이는 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포토존을 설치해 놓은 곳이 많았다. 빨간 벽으로 장식한 시계탑(Clock Tower)와 그 옆에 있는 스윙 브리지(Swing Bridge) 주변이 아무래도 볼거리가 많았다. 앰피씨어터(Amphitheatre) 앞에선 20여 명의 원주민들이 무리를 지어 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 테이블 마운틴 정상으로 올랐다.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는 음식을 파는 카페와 기념품가게도 있었다.

 

 

 

평평하게 생긴 테이블 마운틴 정상엔 산책로 세 개를 만들어 놓아 서로 다른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워터프론트에서 테이블 마운틴의 위용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시계탑과 스윙 브리지가 있는 지역이 워터프론트의 중심지답게 사람들 왕래가 많았다.

 

1806년부터 매일 정오에 대포를 발사해 시각을 알린다는 눈건(Noon Gun)이 있는 시그널 힐(Signal Hill)이 눈에 들어왔다.

 

 

스윙 브리지를 건너 레스토랑과 바, 기념품가게, 공예품점이 있는 거리를 거닐었다.

 

흑인 원주민 20여 명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공연팀이 춤과 노래로 거리 공연을 펼쳤다.

 

 

노벨 스퀘어(Nobel Square) 옆에 음식을 파는 푸드 마켓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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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는아빠 2021.01.04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입법수도, 행정수도, 사법수도 다 다른 거군요. 전 왜 당연히 케이프타운일 거라 생각한 걸까요ㅎ
    포스팅을 볼 때마다 무식이 치유(?)되는 기분이네요ㅎㅎ

    • 보리올 2021.01.04 1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식이 치유된다니 과분한 칭찬입니다. 솔직히 남아공의 수도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제 아셨으니 누구보다도 빠른 셈입니다.

  2. 유량자 2021.01.04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아공 정말 매력있는 나라네요,
    전혀 생각해본적 없던 나라인데
    치안만 좋다면 꼭 한번 가봐야 겠네요

    • 보리올 2021.01.06 1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답지 않은 나라라고 합니다. 대도시의 치안은 좀 그렇지만 밖으로 나가면 그런 것도 느끼기 힘듭니다. 시간되시면 언제 한번 다녀오시죠.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에 입성했다. 류블랴나라는 말이 슬로베니아어로 사랑하다란 의미를 지녔다니 이름이 꽤나 낭만적이었다. 예전에 슬로베니아가 유고 연방의 일원으로 있었을 때 이곳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기억나는 것은 도시 이름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류블랴나는 인구가 3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 수도와 비교하면 작아도 너무 작았다. 하지만 도시 인구 가운데 대학생이 5만 명에 이른다니 젊은 피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심도 크지 않았다. 도심을 관통하는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볼거리들이 몰려 있어 천천히 걸어다니며 감상하기에 좋았다. 게다가 이름있는 레스토랑이나 노천 카페가 강가에 자리잡고 있어 도심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 가운데 자리를 잡고 슬로베니아 전통 음식이나 커피, 맥주를 음미하며 가까이에서 도심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류블랴나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류블랴나에 도착한 시각이 어중간한 오후라 숙소부터 체크인을 하고 시내 구경을 겸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딸이 웹에서 검색한 식당은 율리아(Julija)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프란체 프레셰렌 시인의 첫사랑 이름이 율리아였던 것이 떠올라 마음에 들었다. 율리아 식당이 있는 골목이 류블랴나의 먹자 골목인 모양이었다. 식당도 많았고 사람들 왕래도 잦았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 테이블도 간신히 잡았다. 이 식당에서 유명하다는 낙지 요리를 시켰다. 육질은 부드러웠지만 맛은 그리 뛰어나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곤 트리플 브리지라고도 불리는 트로모스토브예(Tromostovje) 다리로 산책에 나섰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하는 세 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디자인이 특이하고 밤에는 조명이 비춰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다리를 건너면 프레셰레노브 광장(Prešerenov Trg)이 나오는데, 거기서 프레셰렌 동상과 프란시스코회 성당을 비롯한 주변 건축물, 특수 조명으로 밝힌 야경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류블랴나 도심으로 걸어가는 길에 부드러운 햇살이 노란색을 칠한 건축물에 내려앉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요제 플레츠니크(Jože Plečnik)가 설계한 국립 & 대학 도서관 건물은

책을 펼친 모양으로 창문을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류블랴나 성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곧 류블랴니차 강에 닿았다.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서점과 가게, 식당, 카페 등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었다.

 

식당이 늘어선 골목에서 앞치마나 소품에 옛 재봉틀을 이용해 문자나 경구를 수놓는 가게, 베쩨니나(Vezenina)를 만났다.

 

우리의 먹자 골목에 해당하는지 식당이 줄지어 나타났다.

 

 

 

율리아 식당에서 슬로베니아산 와인과 요리로 저녁 식사를 즐겼다.

 

 

트리플 브리지와 프란시스코회 성당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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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축창고 2019.12.04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네 느낌이 너무 좋아요 ㅎㅎ

    건물 느낌도 좋구요~^^

  2. Choa0 2019.12.04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작년 여름에 방문했었는데요.
    구시가도 예쁘고
    그렇게 크지 않아 도보로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어요.^^

  3. 주연공대생 2019.12.05 0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정말!
    좋은 자료 잘보고 갑니다. 구독할게요!^^

    • 보리올 2019.12.05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축구, 그 중에서도 EPL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잘 하지도 못 하면서 열심히 공을 차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4. 해인 2020.01.07 1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라 이름에 LOVE가 들어가는 유일한 나라, slovenia. 그래서 수도 이름에도 사랑이 들어가는군요! 사랑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나라였나요?

    • 보리올 2020.01.07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시 이름에 사랑이란 의미가 들어가서 그런 것은 아니고 류블랴나는 원래 아담하고 예쁜 도시다. 너도 직접 보게 되면 좋아할 거다.

 

 

뉴질랜드 제 1의 도시인 오클랜드(Auckland)에 왔건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반나절뿐이었다. 하룻밤 묵은 호텔이 퀸 스트리트(Queen Street)에 있어 그 길을 따라 좀 걸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라 한산할 것으로 예상했던 오클랜드 도심은 오고 가는 인파로 몹시 붐볐다. 비록 수도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지만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이면서 경제 중심지가 분명했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1/3이 여기 산다고 하니 그럴만도 했다. 발길 가는 대로 시내를 걸으며 길거리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뉴질랜드에 사는 후배를 만나 털보 순대국집도 소개를 받았다. 저녁 먹은 것을 소화도 시킬 겸 페리 터미널을 지나 윈야드 크로싱(Wynyard Crossing) 근처에 계류된 요트를 구경했다. 꽤 비싸 보이는 고급 요트가 많아 모처럼 눈이 호강을 했다.

 

 

 

 

 

 

 

 

 

 오클랜드의 퀸 스트리트를 걸으며 한가롭게 도심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몇 종류의 맥주를 직접 생산한다고 해서 찾아간 마이 바(My Bar)란 펍에서 생맥주 한 잔을 했다.

 

 

 

뉴질랜드에 사는 후배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던 한국식당. 메인 메뉴인 순대국이 입맛에 잘 맞았다.

 

 

 

 

 

 페리 터미널을 지나 윈야드 크로싱을 건넜다. 요트 계류장에는 엄청 고가의 요트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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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07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층빌딩이 많이 없는거만 빼면 밴쿠버와 느낌이 꽤 흡사했습니다 ~

    • 보리올 2016.05.07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시 배경으로 산이 없어 난 느낌이 상당히 달랐는데 그렇게 보았구나. 호사스런 요트는 밴쿠버보다 엄청 많아 좀 놀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