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가트 바자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1.08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2> (2)
  2. 2012.11.07 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1> (4)

 

 

깜깜한 새벽, 키친보이의 굿모닝, 밀크티!란 외침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오로지 자기 두 다리를 믿고 열심히 걸어야 한다. 안개가 자욱한 마을을 지나쳤다. 꼭 우리나라 50년대의 빛바랜 흑백 풍경 사진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공기 속에 습기가 많아 아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찐득찐득한 것이 꼭 열대지역에 온 듯 했다.  

 

아르가트 바자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게들이 즐비한 시장 마을이었다. 산 속 깊이 사는 사람들은 며칠을 걸어 내려와 여기서 일용품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간다. 먼 지역이라면 왕복 1주일은 족히 소요되리라. 문명의 혜택을 모르고 사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한 지도 모르겠다. 자연이 살아있고 문명이 발달하지 않아 우리는 여길 찾는데, 이네들은 그런 우리를 어떻게 볼까? 우리의 방문이 과연 그네들 삶을 윤택하게 해줄까?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무서운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부디 간다키(Budhi Gandaki) 강을 따라 며칠을 걸어야 한다. 여긴 해발 1,000m도 안 되는 저지대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손목시계에 붙은 온도계는 한낮에 섭씨 35도를 가르킨다. 히말라야엔 하얀 설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무더위에 모두들 녹아나고 있으니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설산을 보기도 전에 일사병으로 쓰러질 판이다. 가끔 계곡 물에 세수를 하며 열을 식힌다.

 

추수가 멀지 않은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그나마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무거운 나무 등짐을 이마에 두른 띠에 의존해 운반하는 이네들 방식이 처음엔 신기하더니 나중엔 보기에 힘이 들었다. 어깨에 메어도 무거울텐데 목뼈로 저 무거운 짐을 지탱해야 한다니 솔직히 끔찍했다. 왜 이런 식으로 짐을 운반하는지 궁금해졌다. 소티 콜라(Soti Khola)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더위에 지친 육신을 맥주 한 잔으로 달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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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2.11.22 0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앗간, 재봉틀의 모습이 한복에 구두 신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그들의 힘든 삶을 벗어나는 것이 좋긴한데.. 너무 어울림을 강조하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이겠죠.

  2. 보리올 2012.11.22 0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들이 살아가는 형편은 우리보다 못하지만 아마 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우리보다 결코 낮지 않을 겁니다. 물질 문명을 경험하지 않았고 서로 비교를 하지 않으니 말이요. 우리 눈으로 보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우리 자유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들이 느낄 행복도를 우리 가치 판단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생각이 되는구려.

 

우리는 고산 등반이나 단순 트레킹을 목적으로 히말라야를 찾은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한왕용 대장의 클린 마운틴 캠페인에 참가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번 대상지가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이기 때문에 <클린 마나슬루 캠페인>이란 이름을 사용하였다. 대원은 남녀노소 골고루 섞여 모두 12. 고소 적응엔 다소 개인차를 보였지만 클린 마운틴에 대한 열정은 모두 같았다.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에 속하는 마나슬루(Manaslu, 해발 8,163m)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잘 알려진 트레킹 코스도 아니고 트레킹 구간 중에 식사나 숙박이 가능한 로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젓함을 즐기려는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 구간에서 만나는 네팔 사람들의 순박함, 구김살 없고 악의 없는 그네들 표정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허름한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를 떠나 아르가트 바자르(Arughat Bazar)로 향했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이른 새벽임에도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고 길가 좌판엔 과일이 잔뜩 쌓여 있었다. 버스가 잠시 정차하면 생수나 과자를 들고 아이들이 몰려든다. 삼삼오오 학교로 몰려가는 학생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손을 흔들면 부끄러워하면서도 꼭 답례를 한다. 모두 순박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들이다.

 

나딩질라부터 버스는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힘들게 오른다. 움푹 파인 곳에 바퀴가 빠져 멈추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기를 몇 차례. 결국 골라반젠 마을을 조금 못 가 바퀴가 큰 웅덩이에 빠지면서 아예 주저앉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발품을 팔아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하지만 전혀 고되지가 않았다. 이 마을 저 마을을 지나 살얀타르(Salyantar)에 이르는 길은 시골 노인들과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히말라야 산속 마을의 적나라한 삶을 훔쳐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절로 기꺼워진다.    

 

아르가트 바자르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을 더 가야 하는데 살얀타르에서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마을 옆 공터에 급히 텐트를 쳤다. 30명이 넘는 동네 아이들이 우리 야영장으로 몰려와 이방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어떤 녀석은 영어로 어딜 가냐며 우리 행선지를 묻는다. 우리같은 원정대를 처음 보는 모양이다. 하긴 이 마을에 원정대가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식당 텐트에서 비박을 하겠다고 시건방을 떨다가 거머리에게 머리를 물려 밤새 헌혈을 하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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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2.11.22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기가 있는 사진, 사진 속의 풍경들이 가까이 와 닿습니다. 원색의 순수함이 가득하네요.

  2. 보리올 2012.11.22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곳 한 번 가보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 하시구려. 100% 장담은 못하지만 머리 속에 각인해 두리다.

  3. 모니카 2012.11.22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당신과 둘이 방문할 기회가 올 거라 믿어요. 히말라야 트레킹은 꿈도 못 꾸었었는데 어느 새 네팔에 가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
    순전히 산 좋아하는 당신 영향입니다...

  4. 보리올 2012.11.23 0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몸은 좀 힘이 들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히말라야 아닌가 싶소. 천진난만한 네팔 아이들이 또 보고 싶구려. 설산과 네팔 아이들 만나러 가는 것을 우리의 버킷 리스트에 올려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