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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2>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2. 11. 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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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새벽, 키친보이의 굿모닝, 밀크티!란 외침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오로지 자기 두 다리를 믿고 열심히 걸어야 한다. 안개가 자욱한 마을을 지나쳤다. 꼭 우리나라 50년대의 빛바랜 흑백 풍경 사진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공기 속에 습기가 많아 아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찐득찐득한 것이 꼭 열대지역에 온 듯 했다.  

 

아르가트 바자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게들이 즐비한 시장 마을이었다. 산 속 깊이 사는 사람들은 며칠을 걸어 내려와 여기서 일용품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간다. 먼 지역이라면 왕복 1주일은 족히 소요되리라. 문명의 혜택을 모르고 사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한 지도 모르겠다. 자연이 살아있고 문명이 발달하지 않아 우리는 여길 찾는데, 이네들은 그런 우리를 어떻게 볼까? 우리의 방문이 과연 그네들 삶을 윤택하게 해줄까?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무서운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부디 간다키(Budhi Gandaki) 강을 따라 며칠을 걸어야 한다. 여긴 해발 1,000m도 안 되는 저지대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손목시계에 붙은 온도계는 한낮에 섭씨 35도를 가르킨다. 히말라야엔 하얀 설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무더위에 모두들 녹아나고 있으니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설산을 보기도 전에 일사병으로 쓰러질 판이다. 가끔 계곡 물에 세수를 하며 열을 식힌다.

 

추수가 멀지 않은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그나마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무거운 나무 등짐을 이마에 두른 띠에 의존해 운반하는 이네들 방식이 처음엔 신기하더니 나중엔 보기에 힘이 들었다. 어깨에 메어도 무거울텐데 목뼈로 저 무거운 짐을 지탱해야 한다니 솔직히 끔찍했다. 왜 이런 식으로 짐을 운반하는지 궁금해졌다. 소티 콜라(Soti Khola)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더위에 지친 육신을 맥주 한 잔으로 달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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