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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8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7>
  2. 2013.01.10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6>

 

날이 맑은 대신 바람이 무척 강했다. 이 바람을 뚫고 헬기가 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위성 전화로 카트만두에 연락해 헬기를 요청했다. 이 정도 날씨면 헬기 뜨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회신도 들어왔다. 한 대장과 김덕환 선배가 남아 원 선배를 보내고 뒤쫓아오기로 했다. 나머지 일행은 당말 베이스 캠프(해발 4,800m)로 출발했다. 완만한 오르막 길을 따라 오르는 중에 헬기가 계곡 사이를 통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랑레 카르카를 지나면서 고산 식물들의 키가 현저히 작아진 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무는 대부분 시야에서 사라졌고 땅에 바짝 웅크린 식생들만 조금 남았다. 히말라야의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다. 그에 비해 시야는 훨씬 넓게 트였다. 멀리 눈을 뒤집어쓴 설봉과 거기에 둥지를 튼 빙하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우리가 가는 방향 저 앞에 곧 마칼루가 나타난다고 해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처음으로 마칼루의 진면목을 대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런 순간인가.

 

빙하 위 모레인 지역을 걸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고도 4,000m를 넘어서면 하루에 고도 700m를 올리는 것도 솔직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리며 머리 모두 무거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행 속도를 늦추고 심호흡을 자주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작은 고개 위에 올라서자, 우리 눈 앞에 거대한 설산 하나가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시야를 꽉 채우며 다가오는 저 산이 정녕 마칼루란 말인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솟구치는 감동을 추스려야 했다.

 

그 다음엔 오르막도 거의 없었다. 한 시간은 걸어야겠지만 저 끝에 당말 베이스 캠프가 보였다. 당말 베이스 캠프는 마칼루 남벽 아래에 바룬 계곡이 갑자기 확 넓어지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칼루와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 어떤 원정대가 여기를 베이스 캠프로 쓸까 궁금했다. 바룬 강은 이제 폭 2~3m의 작은 개천으로 변해 있었다.

 

이른 오후에 당말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아직도 서편에 햇살이 많이 남아 있어 그 동안 사용했던 텐트, 침낭을 꺼내 말렸다. 야영지도 크고 평평해서 텐트 간격을 널찍하게 쳤다. 우리 도착에 앞서 매점이 문을 열었다. 어제 만났던 다와 부자가 우리 소식을 듣고는 급히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맥주 한 병에 600루피씩 달라니 누가 그 비싼 맥주를 사먹겠는가. 더구나 고산병 걱정에 다들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말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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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잠을 편히 잤다.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 점검부터 한다. 사지 멀쩡하고 머리, 배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다. 고소 증세가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 이제 고소 적응을 모두 끝냈다는 의미인가? 코스도 어제에 비해 훨씬 쉬웠다. 해발 4,400m까지 올라간 다음엔 미리스티 강(Miristi Khola)이 있는 3,500m 지점까지 내려 간다. 오늘은 강가 어디선가 야영을 한다고 들었다. 고산병 증세에 마음을 뺐겨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에 안나푸르나 주봉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안나푸르나를 만난 것이다.

 

중간에 닐기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건너야 하는 곳이 있었다. 폭이라야 2m 정도 되었을까. 가운데 돌이 놓여져 있어 건너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수량이 엄청났고 그 아래는 폭포라 행여 다리를 잘못 디뎌 떨어지면 수십 미터를 똑바로 낙하해 격류 속으로 휩쓸일 판이다. 일단 미끄러지면 살 확률은 전혀 없어 보였다. 벼랑 아래를 보고 나니 다리도 떨리고 속으로 겁도 났다. 다행히 세르파 한 명이 중간에 버티고 서서 한 사람씩 손을 잡고 무사히 건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산 아래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구름이 눈에 보였다. 오전에는 맑았다가 오후에 흐려지는 이 지역 특유의 날씨 패턴이 되풀이된다. 미리스티 강까지 꽤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야 했다. 이 경사길을 내려가면서 하행 구간에는 이 경사를 치고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지레 한숨이 나왔다. 왜 이 코스는 꾸준히 오르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널뛰듯 해 우리를 이리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야영지는 빙하 지대라 했다. 빙하 지대라면 이 아래가 커다란 얼음덩어리란 말 아닌가. 오랜 기간 흙이 쌓이고 나무가 자라 빙하 지대란 낌새를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마쳤다. 빙하 녹은 물로 오랜 만에 세수도 하고 발도 닦았다. 포터들은 바위 옆에 모닥불을 피워놓곤 빙 둘러앉아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추위를 잊으려는 그들 나름의 고육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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