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은 옐로스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다. 가끔 수십 미터 물기둥을 쏘아 올리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 바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주변에는 간헐천이 너무나 많아 다 돌아볼 수가 없었다. 크게 세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은 어퍼 베이신(Upper Basin)에 속해 있다. 미드웨이(Midway), 로워(Lower) 가이저 베이신까지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는 잡아야 할 것 같아 어퍼 베이신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간이 없으면 선택과 집중이 최고 아닌가.  

 

간헐천에서 뿜어대는 물줄기를 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우리가 듣기론 60~70분 간격으로 한 번씩 분출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안내판을 찾아 갔더니 10시간에서 4일 간격으로 4~5분간 비정기적으로 뿜어져 나온다고 적혀 있지 않은가. 내심 낙담이 되어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로지 라운지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물줄기가 올라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읽은 안내판은 다른 간헐천에 대한 것이었다. 바로 옆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멀리서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옐로스톤을 떠나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다양한 지형과 자연 현상을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외계의 혹성이 행여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분기공이나 간헐천이 무려 수 백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옐로스톤은 자연에 대한 우리 시각을 바꿀 수 있는 귀중한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 시간이 나면 꼭 다시 오리라 다짐을 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옐로스톤 아래에 위치한 그랜드 티톤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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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나서며 옐로스톤 호숫가를 좀 걸었다. 이미 해가 높이 떠 구름에 걸렸다. 호수는 엄청나게 컸다. 그 둘레 길이만 177km이고 면적은 360 평방킬로미터라고 한다. 서울특별시 면적이 600 평방킬로미터이니까 대략 그 절반보다는 조금 크다고 생각하면 된다. 호수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 호수 주변으로 둘레길 하나 만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옐로스톤의 해발 고도가 2,400m 정도이니 북미 지역에선 이런 높이에 있는 가장 큰 호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스트 썸 가이저 베이신(West Thumb Geyser Basin)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 앞 숲 속에서 연기가 난다. 그것도 여기저기서 말이다. 처음엔 산불이라 생각했다. 911에 신고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웨스트 썸 간헐천이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으로 분출되는 수증기가 더욱 짙어 마치 연기 같았다. 간헐천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이른 새벽에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무가 타는 듯이 수증기를 뿜어 올리는 장관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웨스트 썸 간헐천을 둘러 보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는 예전에 여기 간헐천 중 하나인 빅콘(Big Cone) 바로 옆에서 물고기를 낚시로 잡아올려 간헐천에서 요리해 먹었다는 설명이었다. 그것을 훅 앤드 쿡(Hook & Cook)’이라 불렀단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바로 끓는 물에 삶아 먹는다는 발상이 신기했다. 요즘은 공원 당국에서 허용할 리가 없으리라. 그만큼 낭만이 줄었단 의미겠지. 

  

따로 간헐천을 한 바퀴 돈 집사람은 판자길 위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재롱떠는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내게 다가와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 미국산이라 더 예쁜가?”였다. 여기 다람쥐가 미국 태생이란 것을 그 때 알았다. 그 미국산이란 말에 옛 추억 하나를 떠올렸다. 월남에 파병되었던 사촌형이 귀국하면서 선물로 건네준 미제 파카 만년필. 그 때는 미제라면 최고로 쳤다.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으니. 지금은 쓸만한 미제가 별로 없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으로 가다가 옐로스톤을 지나는 컨티넨탈 디바이드(Continental Divide)를 만났다. 일반인들에겐 좀 생소한 지리적 개념일 수도 있겠다. 캐나다 로키가 이에 해당되기에 산행하면서 자주 만났던 개념인데, ‘대륙분수령이라면 쉽게 이해하려나? 물줄기를 동해, 서해, 남해로 가르는 우리 나라 백두대간처럼 북미 대륙의 물줄기를 동서로 나누는 산줄기를 말한다. 한쪽은 대서양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태평양으로 물을 흘려 보낸다. 마침 옐로스톤에 세 군데 컨티넨탈 디바이드 표식이 있어 그 중 한 군데에 내려 일부러 사진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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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3.06.12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호호. "미국산이라 더 이쁜가?" 웃고가요~ :) 아빠도 미제 만년필을 받으시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니시던 때가 있었군요! 헤헤.

  2. 보리올 2013.06.12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엔 미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많았지. 미군부대를 통해 나온 물건을 구하려 줄을 섰던 사람들도 많고. 그러고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지리적, 생물학적 보고라 불릴만 하다. 한 마디로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이자, 자연의 만물상 같은 곳이다. 화산 활동이 만든 온천이나 분기공, 간헐천 외에도 옐로스톤에는 산과 호수, , 계곡, 폭포 등이 포진해 있으며 각종 야생돌물들도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다. 버펄로와 늑대. 그리즐리 곰, 흑곰, 무스, 대머리 독수리, 링스 등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로 18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누렸고, 1978년에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국립공원 지정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1871년 미국 지리조사단에 윌리엄 잭슨(William Jackson)과 토마스 모런(Thomas Moran)이란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이 찍고 그린 사진과 그림으로 이 아름다운 옐로스톤의 자연 경관을 설명해 당시 그랜트 대통령을 설득했고 그 결과 국립공원 지정을 관철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리 공부를 하려면 옐로스톤이 딱이다. 64만 년전인가, 이 지역에서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나 산들이 날아가고 칼데라 호수가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마그마가 지표에서 불과 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그 덕분에 마그마가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현상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분기공을 통해 수증기가 솟아 오르고 간헐천에서는 가끔씩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진흙탕도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어느 곳에서든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옐로스톤을 지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곳(The place where hell bubbled up)’이라 표현을 했다.

 

부글부글 끓는다는 느낌을 처음 접한 곳은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이었다. 옐로스톤을 홍보하는 사진이 여기서 찍혔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여기저기 분기공에선 스팀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가이저(geyser)라 불리는 간헐천에선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분기공이나 간헐천의 모양도 가지가지였다. 생각같아선 간헐천에 손가락을 넣어 실제 온도를 재보고 싶었지만 규정상 공원 당국에서 마련한 판자길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기에 있는 스팀보트는 지구 최대의 간헐천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물을 뿜어 올린다고 하는데, 여간한 행운이 아니면 그 광경을 보기는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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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타워를 떠나 옐로스톤(Yellowstone)으로 향했다. 90번 하이웨이를 타고 질레트(Gillette)을 거쳐 버펄로(Buffalo)에 도착해 16번 하이웨이로 바꿔 타고는 코디(Cody)로 향했다. 하루 종일 운전만 한 날이었다. 햇살은 뜨거운데 공기는 서늘했다. 운전을 하면서 바라본 와이이밍은 광대한 대평원이었다. 지평선을 경계로 두 가지 색이 뚜렷이 대비가 되었다. 이 세상에 오직 푸른 하늘과 누런 들판만 있는 듯 했다. 낮은 구릉 사이를 똑바로 뚫린 고속도로가 지난다. 가끔 목장만 하나씩 나타나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란 냄새를 풍겼다. 무척 심심한 풍경인데 나름 묘한 매력이 있었다.

 

 

 

옐로스톤에 가까이 다가가서야 눈 덮인 산봉우리도, 굽이치는 강물도 나타나고 코디같은 제법 큰 도시도 나타났다. 코디는 서부 개척 시대의 전설적 인물 빌 코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역사가 있는 도시였지만 그냥 지나쳤다. 치프 조셉 시닉 하이웨이(Chief Joseph Scenic Highway)라는 도로를 타고 주 경계선을 넘어 몬태나(Montana) 주로 들어갔다. 쿡 시티(Cooke City)란 작은 마을의 모텔에 들었다. 모텔과 식당, 주유소만 있는 산속 마을인데 빈방을 구하기 힘들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진입했다.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공원과 묶어서 입장료 25불을 받는다. 그랜드 티톤을 가지 않는 사람은 좀 억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 5배 크기인 9천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대부분 와이오밍 주에 있지만 그 일부가 몬태나 주와 아이다호 주에도 걸쳐 있다.

 

옐로스톤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마주친 동물은 그라우스(Grouse) 새끼들이었다. 우리는 그라우스를 산닭이라 부른다. 어찌 보면 꿩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어미도 없이 아스팔트 길을 용감하게 건너고 있었다. 강을 따라 난 길을 운전하는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뭔가를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영화를 촬영하는줄 알았다. 그들이 설치해놓은 망원경이나 촬영장비가 대단했다.

 

강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버펄로 떼가 나타났다. 그 뒤로 버펄로 떼는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었다. 무리를 지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에서 평화가 느껴졌다. 수세기 전만 해도 6천만 마리의 버펄로가 북미 대륙 들판을 누볐지만 19세기 들어 사람들의 마구잡이 총질에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 정책적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원 당국에서 버펄로 떼를 건강하게 키우려고 천적인 늑대를 캐나다에서 수입해 뿌려놓은 것이다. 늑대 공격에 열심히 도망을 다녀야 버펄로가 건강해진다는 자연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대단히 현명한 처사였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타워 폭포를 먼저 들렀다. 기대를 하고 갔건만 전망대에서 나무 사이로 쳐다본 폭포가 전부였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낙차가 크거나 수량이 엄청나지도 않았다. 이런 평범한 폭포보다는 옐로스톤 강이 만든 계곡에 더 관심이 갔다. 집사람을 폭포 전망대에 두고 뛰듯이 강가로 내려갔다. 강물에 손을 담갔다. 뜨거운 온천수가 흐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여느 계곡물처럼 맑고 차가웠다. 오랜 세월 강물에 침식된 계곡이 아름다웠다.

 

 

 

 

매머스 온천(Mammoth Hot Springs)은 우리에게 처음으로 옐로스톤의 화산 활동을 보여주었다. 온천에 함유된 유황이 오랜 세월 바위에 덧칠을 해서 노란색을 띠는 계단식 테라스를 이뤘다. 테라스는 생김도 다양했고 색깔 또한 다채로웠다. 노란색만 있다고 했다간 큰코 다칠 일이었다. 판자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벌써부터 자연의 경이에 입이 벌어졌다. 특히, 소금처럼 생긴 하얀 석회암 결정 위에 나무 몇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은 실로 경탄할만 했다. 비록 죽은 나무처럼 생기는 없었지만 말이다. 코를 자극하는 유황 냄새는 그런대로 참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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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가진 2013.06.07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의 아기자기한 자연이 멋있고 풍치가 있듯이 미국이나 러시아의 엄청난 스케일의 대자연을 볼 때에도 자연의 위대한 색다른 모습에 감탄하게 됩니다.
    근데, 글 중에도 적어주셨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같은데서 옐로스톤 국립공원 전체가 거대한 화산이란 프로를 보고 옐로스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과 함께 살짝 쫄기도(?) 합니다. ㅎㅎ
    일반 화산은 그냥 폭죽수준... ㅎㄷㄷ

    미국의 자연에 관련된 블로그를 볼 때 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님의 대사 "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하거든!"이 항상 생각납니다.
    올려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신다니, 또 이렇게 다니시니 부럽습니다. ^^

  2. 보리올 2013.06.07 14: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가진님도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인 모양입니다. 한국은 한국대로 아름답고 수려한 반면, 땅덩이가 큰 나라는 그 나름대로 볼거리가 많더군요. 옐로스톤의 변화무쌍한 화산 지형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꼭 한번 다녀가실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