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투레레 산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9.14 [뉴질랜드]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③ (2)
  2. 2017.09.11 [뉴질랜드]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② (2)
  3. 2017.09.09 [뉴질랜드]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① (7)



오투레레 산장에서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s)와 레드 크레이터(Red Crater), 망가테포포 산장를 지나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가는 날이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하늘이 맑아지길 빌었건만,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도 변함이 없다. 레인저가 일기 예보를 업데이트 하기를 기다렸다. 오전 8시 직전에 새로운 일기 예보가 벽에 붙었다. 강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날씨야 하늘이 정하는 일인만큼 어쩔 수 없다 쳐도 내 운이 박한 것은 온전히 내 탓이다.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란 미련을 떨치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일 듯 했다. 비옷을 갖춰 입고 빗속으로 들어섰다. 바람도 제법 불었다. 금방 옷이 젖는 것 같아 카메라도 배낭에 집어 넣었다. 기분이 좀 울적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빗속에 기기묘묘한 바위가 나타나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드 크레이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희한한 모양으로 굳은 것이다. 두 시간 가량 걸린다는 에머랄드 호수를 1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흐릿하게 호수가 보였지만 몇 개인지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카메라를 꺼내 억지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당일 산행 코스로 꽤나 유명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Tongariro Alpine Crossing Track)을 만났다. 블루 호수(Blue Lake)로 가는 것은 이미 포기를 했기 때문에 휴식도 없이 바로 레드 크레이터로 오르기 시작했다.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 나왔고 운무가 짙어 불과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도 엄청 불어 몸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행여 크레이터 안으로 떨어지면 비명횡사할 판이라 최대한 바깥쪽으로 걸었다.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거센 비바람만 불어오는 상황이라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해발 1,868m의 레드 크레이터를 넘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상에선 가장 높은 지점인데 발길을 재촉하기 바빴다. 통가리로 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도 그냥 지나쳤고, 응가우루호에 산으로 가는 갈림길도 시선 한번 주는 것으로 그쳤다. 내리막을 꾸준히 걷자니 제법 많은 인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중에 평상복 차림의 중국인 젊은이 예닐곱이 올라왔다. 관광을 온 것 같은데 이런 복장으로 비와 바람을 어찌 견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 시간 걸려 소다 스프링스(Soda Springs) 갈림길에 닿았다. 운무가 조금씩 걷히더니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풍경이 뛰어난 구간을 지나고 나서야 햇살이 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응가우루호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이 굳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젖은 옷과 카메라를 말렸다. 이제서야 통가리로와 응가우루호에 산자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도 고마울 뿐이었다.

 

계류를 따라 망가테포포 산장에 도착했다. 데크 위에 우비와 배낭 커버, 등산화를 널고 한 시간 반을 쉬었다. 레인저가 여기 묵을 거냐고 물어 예약을 하지 못 해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간다 했더니 침상에 여유가 있단다. 온라인으론 없던 자리가 현장에선 이처럼 나온다. 쿠키로 점심을 대신하고 산장을 나섰다. 정상을 잠깐 보여준 응가우루호에 산을 뒤로 하고 걷다 보니 눈 앞에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빤히 보인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가 곧 끝난다는 의미다. 화카파파 마을을 20여 분 남겨놓고 개울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물에 담갔다. 화카파파 마을에 도착해 샤토 통가리로에 있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무사 일주를 자축했다. 오늘 하루 21.3km를 걸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좀 길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잘 걷는 사람이라면 전구간을 1 2일에 진행해도 될 것이라 판단이 섰다. 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일정은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나 맞을 것 같았다.


오투레레 밸리는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을 만났지만 비바람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에머랄드 호수 가운데 하나




짙은 운무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레드 크레이터를 올랐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올라왔다.



소다 스프링스를 지나면서 하늘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응가우루호에 산이 거의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개면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져 망가테포포 산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즐거웠다.



산길에서 만난 헤더(Heather)와 커먼 마운틴 데이지(Common Mountain Daisy)


지의류에 해당하는 라이킨이 돌 위에 기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트레킹 끝자락에 응가우루호에 산과 루아페후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리 화카파파 빌리지에 있는 샤토 통가리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종착점인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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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2 14: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읽는내내 날씨가 좀만 더 일찍 개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산행 끝나기 전에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저도 저번에 산행하면서 느낀거지만 표지판에 걸리는 시간과 저희가 실질적으로 걷는 시간의 차이가 꽤 있습니다~

    • 보리올 2017.10.14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후에 비가 그쳐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 아니겠냐. 이정표에 표시된 시간은 너무 여유로운 일정이라 좀 줄여도 별 문제 없겠더라.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라던 일기 예보가 아침이 되니 바뀌어 버렸다. 약한 비가 내린다 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산장을 나서니 하늘은 곧 비를 뿌릴 듯 잔뜩 찌푸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도 모두 구름 속으로 자태를 감췄다. 와이호호누 산장에서 오투레레 산장까지 지도 상에는 7.5km, 3시간이라 적혀 있지만 산장 앞 이정표에는 8.1km, 3시간 45분으로 쓰여 있었다. 이 정도 오차면 꽤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오투레레 산장에 도착한 것은 와이호호누 산장을 출발한지 두 시간 뒤였다. 두 시간 걷고 하루 산행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난생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망가테포포 산장이 만원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좀 황당하긴 했다. 한 마디로 두 산장의 간격이 너무 가까웠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어제 여기까지 와서 전체 일정을 1 2일에 끝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와이호호누 산장을 출발한 직후 능선을 넘기 위해 오르막을 탔다. 너도밤나무가 무성한 숲도 지났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지라 고개를 돌려 주변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지표에서 자라는 식생에도 눈길을 주려 애썼다. 조그만 개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응가우루호에 산의 남동쪽 사면을 걸었다. 작은 돌과 모래로 된 바닥 위에 누워 살아가는 식생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화산 지형인데다 고도는 높고 날씨 또한 변화무쌍한 곳이니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퍽퍽할까. 오전 11시도 되기 전에 아무도 없는 산장에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구름에 가린 풍경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산장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랬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점점 짙어지더니 6시부턴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때문인지 레인저가 오지 않았고 자연 헛톡도 무산됐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와이호호누 산장 앞에 세워진 이정표를 살피고 나서 오투레레 산장으로 향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풍경 또한 칙칙했다.




지표면에서 살아가는 야생초나 관목도 자연에선 소중한 존재다.


커다란 혹을 안고 살아가는 나무도 눈에 띄었다.


비치라 불리는 너무밤나무 숲을 지났다.


유속이 제법 빠른 와이호호누 스트림의 지류를 건넜다.


원형으로 군락을 지어 살아가는 이끼류



응가우루호에 산의 남동쪽 사면은 황량한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땅바닥에 누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식생들도 있었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지형을 걸어 오투레레 산장에 닿았다.


26명이 묵을 수 있는 오투레레 산장은 시설이 좀 낡은 편이었다.


저녁 무렵부터 밤새도록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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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0 1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김이 새는 일정인 것 같습니다~! 날씨도 시원찮고 남은 시간에 혼자서 뭐 하셨을까 상상해봅니다.

    • 보리올 2017.10.14 1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날이 하루 있어도 좋을 것 같더니만 솔직히 너무 심심해서 혼났다. 산장에 비치된 책을 읽다가 낮잠도 자고 산장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지.



며칠 동안의 일기 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밤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젖은 텐트와 매트리스를 대충 거둬서 화카파파 홀리데이 파크 리셉션에 맡겼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Tongariro Northern Circuit)에 들면 텐트 대신 산장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오전 9시가 되어서 비가 그치기에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트레일헤드로 걸어갔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 또한 대부분 구름에 가렸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은 왜 그리 강하게 부는지 모르겠다. 비를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비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싶다. 뉴질랜드에 사는 후배가 첫 손가락으로 꼽은 트레킹 명소가 이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였는데 말이다.

 

뉴질랜드에는 아홉 개의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가 있다. 북섬 중앙에 있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도 그 가운데 하나다. 43km 길이의 루프 트레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길 찾는 사람들은 대개 2 3일 또는 3 4일에 걷는다. 난 애초부터 2 3일 일정으로 계획을 짜 와이호호누 산장(Waihohonu Hut)과 망가테포포 산장(Mangatepopo Hut)에서 하루씩 묵을 예정이었으나, 망가테포포 산장에 침상을 구하지 못 해 부득이 그 중간에 있는 오투레레 산장(Oturere Hut)에서 하룻밤 묵어야 했다. 그 때문에 둘째 날 구간은 무척 짧았다. 두 시간 걷고는 정오도 되지 않아 하루를 마감해야 했다. 너무나 여유로운 일정이라 오히려 얼떨떨했다. 낮게 깔린 구름과 흩뿌리는 빗방울에 산장 밖으로 나갈 일도 없어 침상에 누워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로 첫발을 디뎠다. 누런 터석(Tussock)이 넓게 자라는 평원이 펼쳐졌고 조그만 크기의 숲도 나타나곤 했다.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황량한 느낌이 강했다. 궂은 날씨 탓일 게다. 정면에 포진한 응가우루호에 산(Mount Ngauruhoe)은 정상만 살짝 보여주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산길 오른쪽으론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지났던 타라나키 폭포 갈림길을 지났다. 폭포를 보러 아래로 내려가진 않았다. 어퍼, 로워 두 개의 호수로 구성된 타마 호수(Tama Lakes) 갈림길에선 어딜 갈 것인지 잠시 고민을 했다. 20분 걸려 로워 타마 호수를 내려다 보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왔다.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어 제대로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터석과 관목이 넓게 자리잡은 평원을 지나 1904년에 지었다는 히스토릭 와이호호누 산장에 잠시 들렀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는 가장 오래된 산장이라 했다. 현재는 사람이 이용하진 않고 전시관으로 쓰는 듯 했다. 4시간 20분 걸려 와이호호누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 걸은 거리가 14.3km.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지형이라 힘들 것도 없었다. 새로 지은 산장은 깨끗하고 널찍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오히네판고 스프링스(Ohinepango Springs)에 다녀왔다. 지하에서 엄청난 수량이 솟는 샘으로 바로 강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강바닥에 녹색의 물이끼가 자라 묘한 색상을 만들었다. 휘오(Whio)라 불리는 블루 덕(Blue Duck)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물이 깨끗하고 유속이 빠른 곳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산장으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헛톡(Hut Talk)에 지각을 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로 드는 트레일헤드



터석이 많은 지역이라 산색은 노란색과 녹색이 주를 이뤘다.


누런 초원 뒤로는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웅자를 뽐내고 있다.



황량한 풍경 속에 묘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타마 새들(Tama Saddle)


타마 호수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타마 레이크스 정션(Tama Lakes Junction)


로워 타마 호수 전망대



산길은 와이호호누 개울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진다.



지표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식생들


와이호호누 산장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줄곧 이어진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히스토릭 와이호호누 산장



새로 지어진 와이호호누 산장은 시설이 훌륭했다.



엄청난 샘물이 솟는 오히네판고 스프링스(Ohinepango Springs)


아니카(Arnica)로 보이는 야생화가 씨앗을 뿌릴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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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쮜미니~♡ 2017.09.09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싸1빠

  2. 쮜미니~♡ 2017.09.09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저기가고시푸다=~=

    • 보리올 2017.09.09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빠로 답글을 다네요. 댓글이 간단명료하면서도 가고싶은 심정이 잘 담겼습니다.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루어질테니 걱정마십시요.

  3. 농돌이 2017.09.09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여행하셨습니다 부럽!

    • 보리올 2017.09.10 0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산에도 열심히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뉴질랜드 트레킹은 올 3월에 다녀온 기록을 이제사 정리하고 있습니다.

  4. justin 2017.09.28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뉴질랜드 후배라는 분이 저도 만나뵜던 삼촌인가요? 저번에 영상앨범 산 보니까 밀포드 트랙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찍으셨더라구요! 그나저나 화산 근처라서 그런지 주위가 황량한 감이 크네요~! 오히려 Historic 와이호호누 산장 색깔이 더 돋보입니다!

    • 보리올 2017.10.05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클랜드에서 너도 그 친구를 만났나? 그 친구는 <영상앨범 산>에 여러 차례 출연을 했고 허화백님과 집단가출도 몇 차례 했지. 최근엔 호주 40일 여행을 함께 했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