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에 입성했다. 류블랴나라는 말이 슬로베니아어로 사랑하다란 의미를 지녔다니 이름이 꽤나 낭만적이었다. 예전에 슬로베니아가 유고 연방의 일원으로 있었을 때 이곳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기억나는 것은 도시 이름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류블랴나는 인구가 3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 수도와 비교하면 작아도 너무 작았다. 하지만 도시 인구 가운데 대학생이 5만 명에 이른다니 젊은 피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심도 크지 않았다. 도심을 관통하는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볼거리들이 몰려 있어 천천히 걸어다니며 감상하기에 좋았다. 게다가 이름있는 레스토랑이나 노천 카페가 강가에 자리잡고 있어 도심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 가운데 자리를 잡고 슬로베니아 전통 음식이나 커피, 맥주를 음미하며 가까이에서 도심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류블랴나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류블랴나에 도착한 시각이 어중간한 오후라 숙소부터 체크인을 하고 시내 구경을 겸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딸이 웹에서 검색한 식당은 율리아(Julija)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프란체 프레셰렌 시인의 첫사랑 이름이 율리아였던 것이 떠올라 마음에 들었다. 율리아 식당이 있는 골목이 류블랴나의 먹자 골목인 모양이었다. 식당도 많았고 사람들 왕래도 잦았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 테이블도 간신히 잡았다. 이 식당에서 유명하다는 낙지 요리를 시켰다. 육질은 부드러웠지만 맛은 그리 뛰어나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곤 트리플 브리지라고도 불리는 트로모스토브예(Tromostovje) 다리로 산책에 나섰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하는 세 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디자인이 특이하고 밤에는 조명이 비춰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다리를 건너면 프레셰레노브 광장(Prešerenov Trg)이 나오는데, 거기서 프레셰렌 동상과 프란시스코회 성당을 비롯한 주변 건축물, 특수 조명으로 밝힌 야경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류블랴나 도심으로 걸어가는 길에 부드러운 햇살이 노란색을 칠한 건축물에 내려앉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요제 플레츠니크(Jože Plečnik)가 설계한 국립 & 대학 도서관 건물은

책을 펼친 모양으로 창문을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류블랴나 성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곧 류블랴니차 강에 닿았다.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서점과 가게, 식당, 카페 등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었다.

 

식당이 늘어선 골목에서 앞치마나 소품에 옛 재봉틀을 이용해 문자나 경구를 수놓는 가게, 베쩨니나(Vezenina)를 만났다.

 

우리의 먹자 골목에 해당하는지 식당이 줄지어 나타났다.

 

 

 

율리아 식당에서 슬로베니아산 와인과 요리로 저녁 식사를 즐겼다.

 

 

트리플 브리지와 프란시스코회 성당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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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축창고 2019.12.04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네 느낌이 너무 좋아요 ㅎㅎ

    건물 느낌도 좋구요~^^

  2. Choa0 2019.12.04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작년 여름에 방문했었는데요.
    구시가도 예쁘고
    그렇게 크지 않아 도보로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어요.^^

  3. 주연공대생 2019.12.05 0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정말!
    좋은 자료 잘보고 갑니다. 구독할게요!^^

    • 보리올 2019.12.05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축구, 그 중에서도 EPL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잘 하지도 못 하면서 열심히 공을 차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4. 해인 2020.01.07 1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라 이름에 LOVE가 들어가는 유일한 나라, slovenia. 그래서 수도 이름에도 사랑이 들어가는군요! 사랑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나라였나요?

    • 보리올 2020.01.07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시 이름에 사랑이란 의미가 들어가서 그런 것은 아니고 류블랴나는 원래 아담하고 예쁜 도시다. 너도 직접 보게 되면 좋아할 거다.

 

 

포르투에 어스름이 찾아왔다. 이제 포르투가 자랑하는 야경을 볼 차례다. 난 솔직히 도시의 야경에 그리 관심이 많지는 않다. 건물이나 조명 등 너무 인위적인 면이 많아서 그럴 게다. 하지만 포르투의 야경은 좀 느낌이 달랐다. 사람이 만든 풍경이지만 그래도 내겐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할까. 특히 세라 필라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꽤 근사한 풍경을 선사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의 조명에 도우루 강이 만들어내는 반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면 야경에 시간을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우루 강 양안을 두루 구경하며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걸었다. 다리 위엔 야경을 보기 위해 나온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포르투 역사지구로 내려서 골목길의 붉은 조명 아래를 걷기도 하고 강가로 나가 건너편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포르투의 야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와인을 준비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성화였다.

 

 

도우루 강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어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조망하기 좋은 세라 필라 수도원 건물에 조명이 들어왔다.

 

 

 

 

동 루이스 1세 다리와 도우루 강, 그 뒤에 자리잡은 포르투 역사지구가 불을밝히면 아름다운 포르투 야경이 살아난다.

 

 

가이아 지구에서 강 건너편 야경을 담았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에 서면 도우루 강 양안이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이번엔 포르투 역사지구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가이아 지구의 야경을 담았다.

 

 

 

조명을 받아 낮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포르투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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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9.11.15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르투갈 여행, 작년 이 맘때쯤이었는데, 아직도 생생해요.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인생여행지입니다. 요즘에도 포르투갈여행 사진 일부러 찾아보곤 추억에 젖기도 하지요. 기억에 오래 오래 남는 여행 선물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빵 ♥

    • 보리올 2019.11.15 1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 큰 딸들과 여행 스타일이 달라 곤혹스러울 때도 있었다만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일이고. 딸들이 모두 시집가도 가끔은 이런 여행할 수 있겠지?

  2. 원집 2019.11.16 0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해인이가 여기 사진 보내 준걸 보고 혼자 여행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따라 갔었는데 언젠가는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 1-2년 전쯤 방영했던 포르투를 배경으로 한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요즘 해인이랑 같이 보면서 서로 여행 했던 추억을 공유중입니다.

    • 보리올 2019.11.16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네도 포르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구만. 언제나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부부가 그런 기억을 공유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고.




울룰루를 빠져나와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관광버스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도착한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이 테이블을 꺼내 놓고 와인 한 잔씩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몰을 기다리는 사이, 가이드는 취사도구를 꺼내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재료를 준비해와 쉽게 조리를 한다. 해가 지평선으로 내려올수록 울룰루의 붉은색이 점점 진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일몰이 울룰루 투어의 하이라이트라 부를 만했다. 이 일몰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길 찾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햇빛이 사라지자, 바위의 붉은색도 사라졌다. 어쨌든 울룰루 일몰을 보았다는 안도감과 약간은 허전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에어즈락 캠핑장에 도착해 캠프파이어를 준비하고 하룻밤 묵을 스웨그(Swag) 캠핑을 준비했다. 스웨그는 야외 매트리스라고 보면 된다. 커버가 있어 침낭을 그 안에 넣고 들어가 잔다. 땅바닥에서 자면 뱀을 어찌 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이드 설명이 걸작이었다. 우리가 뱀을 싫어 하듯이 뱀도 사람을 싫어해 사람이 많은 곳은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는 말에 다들 안심하는 눈치였다. 남반구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과 함께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울룰루 일출을 보기 위해 530분에 기상했다. 어제 일몰을 보았던 장소로 다시 갔다. 해가 울룰루 위로 뜨는 것이 아니라 훨씬 왼쪽에서 떠올랐다.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세우며 울룰루의 일출을 감상했다. 일몰에 비하면 일출은 좀 별로였다.


버스만 주차할 수 있는 일몰 장소에 많은 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해가 내려갈수록 울룰루의 붉은색이 점점 밝게 빛났다.




가이드가 저녁으로 준비한 파스타



호주 아웃백에서 맛볼 수 있는 호주 전통의 스웨그 캠핑







전날 일몰을 보았던 장소에서 일출도 감상할 수 있었다.


투어 버스에 매달린 트레일러에 주방기구와 스웨그를 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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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7.14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순서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잔뜩 기대하고 그 장면을 마주치는 것보다 어딜 향하다가 뜻밖의 펼쳐지는 풍경의 놀라움이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8.07.16 0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우연을 만나면 훨씬 감동이 크겠지.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 울룰루는 사진으로 보던 장관과는 좀 차이가 있더라.

 

이미 포르투의 관광명소가 된 동 루이스 1(Dom Luis I) 다리를 걷는 것도 꽤 낭만이 넘쳤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Teophile Seyrig)가 이 다리를 설계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리가 에펠탑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다리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버스나 승용차가 다니고 2층은 전철이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둘다 이용할 수 있어 다리를 오고갈 때 층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전철이 다니지 않을 때는 철로가 놓인 공간을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것도 내 눈엔 좀 특이하게 보였다. 그 아름답다는 포르투의 야경은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다리를 건너 가이아 지구에서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난 본래 도시의 야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포르투는 다른 도시의 경우완 좀 달랐다.

 

포르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역시 프란세지냐(Francesinha)였다. 이것은 일종의 샌드위치인데 빵 안에 햄이나 소시지, 고기를 넣고 빵 위에 치즈와 소스를 얹는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으나 치즈가 많이 들어가 좀 느끼했다. 이것을 맛보기 위해 식당 두 군데를 가보았는데 맛이나 요리 방식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와인을 사들고 저녁 늦게 갤러리 호스텔로 돌아왔다. 호스텔 안에 있는 바에서 밖에서 사온 와인을 꺼내 한국 젊은이들과 나누어 마셨다. 흔쾌히 테이블을 사용하라며 우리에게 와인잔도 건네 주었다. 호스텔의 서비스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설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온라인에서 평점이 무척 좋다고 들었다. 와인잔을 기울이며 젊은이들에게 포르투에 대한 인상을 물었더니 다들 칭찬일색이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도우루 강변의 풍경은 정말 일품이었다.

 

 

세라 필라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에 서서히 어스름이 찾아왔다.

수도원 앞 공터는 포르투 야경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유명하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포르투의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야경은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너 가이아 지구로 건너가 바라보는 것이 더 좋았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도우루 강변의 야경

 

 

 

포르투 도심의 식당에서 맛본 프란세지냐

 

갤러리 호스텔 안에 있는 바에서 와인을 나누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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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oony 2016.02.01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력적인 도시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16.02.01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포르투 정말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저도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매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 한 셈이더군요.

 

배낭을 꾸려 아랫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테이블 가운데 비스켓이 담겨 있는 바구니가 있어 몇 개 집어 먹었다. 처음엔 순례자들을 위해 누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바구니 안에 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것도 도네이션을 요구하고 있었다. 비스켓 값으로 2유로를 통에 넣었다. 알베르게를 나서니 구름이 역동적으로 움직여 일출이 장관일 것 같았다. 일출까지는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걸어가는 도중에 동이 트는 것을 보기로 했다. 마을을 벗어나 30분쯤 걸었을까. 붉게 물든 구름이 동녘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 설레는 장면이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 자리에 서서 붉은 하늘에 푹 빠져 들었다.

 

예전에 템플 기사단의 영지였다는 테라디요스(Terradillos)에 도착했다. 벽돌로 지은 성당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돌로 지은 성당이었는데 여긴 벽돌로 지은 것이었다. 석조 건물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렇게 건축 양식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돌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문이 잠겨 있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모라티노스(Moratinos)엔 조그만 언덕 아래 굴을 파서 그 안에 와인을 저장하는 셀러를 만들어 놓았다. 저장고 앞으로 갔더니 안은 들여다 볼 수 없었지만 와인 냄새는 풀풀 풍겨 나왔다. 화살 표식이 분명치 않아 마을에서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밭 사이로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길을 따라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San Nicolas del Real Camino)에 닿았다. 여기도 땅에 굴을 파서 와인 저장고를 만들었다.

 

산 니콜라스를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팔렌시아 주에서 레온(Leon) 주로 들어섰다. 순례길엔 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없어 도로로 나가 차량용 표지판을 찍어야 했다. 멀리 사아군(Sahagun)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까닭인지 길을 우회해 작은 성당으로 향하게 했다. 비르헨 델 푸엔테(Virgen del Puente) 성당이라고 한다. 사아군도 큰 도시답게 성당이 무척 많았다. 현재는 알베르게로 사용하고 있는 트리니다드(Trinidad) 성당과 그 옆에 있는 산 후안(San Juan) 성당을 둘러보고 산 베니토(San Benito) 수도원의 잔재인 아치형 문도 보았다. 지금은 그 문 아래로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놓였다. 베니토 수도원은 알폰소 6세를 지원하는 정치적 도박에 성공해 한때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수도원으로 군림했었다. 오랫동안 엄청난 영화를 누리다가 18세기 대형 화재로 한 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산 베니토 수도원 뒤에 있는 산 티르소(San Tirso) 성당을 둘러보곤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산 로렌쏘(San Lorenzo) 성당도 찾아갔다. 사아군은 무데하르 건축 양식의 태동지라 불리는데, 무데하르(Mudejar) 양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두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성당을 둘러보면서 무데하르 건축 양식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무데하르란 12~17세기에 유행한 것으로 유럽의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에 스페인을 점령했던 아랍의 건축 양식이 혼합된 스페인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말한다. 이 양식은 주로 벽돌을 사용하고 특히 종루에 벽돌과 타일을 세련되게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아군에서 베르시아노스 델 카미노(Bercianos del Camino)까지 10km 구간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솔직히 오후가 되면 늘 그랬다. 왼쪽 발목은 거의 회복이 되었는데 이젠 오른쪽 발가락에 생긴 티눈이 문제다. 요즘 들어 통증이 상당했는데 이것도 오후가 되면 더 심해졌다. 칼싸다 델 코토(Calzada del Coto)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 오리지널 루트를 택했다. 거기서 베르시아노스까지는 5km. 도네이션제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어떻게 운영하는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시설은 형편없는데도 침대는 거의 다 찼다. 사람은 도착하지 않았는데 누가 먼저 와 침대를 미리 잡아놓은 것 같았다. 나중엔 침대가 모자라 방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자기도 했다. 난 운좋게 침대 하나를 잡아 숙박비와 식사비로 10유로를 기부함에 넣었다.

 

밖으로 나가 석양을 촬영하고 식사 시간에 맞춰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에 투숙한 모든 사람이 식당에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자원봉사자 두 명이 식사를 준비했는데, 저녁 메뉴는 렌틸콩을 넣은 파스타였다. 빵과 와인도 나왔다. 원래는 34명분을 준비했는데 사람이 늘어 45명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파스타도 양이 무척 적었고 빵과 와인도 마찬가지였다. 음식을 먹기 전에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고 감사의 노래를 부른 다음에 식사를 하는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음식은 적었지만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도네이션제 숙소는 확실히 젊고 가난한 순례자들이 많아 보였다. 도네이션을 하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네이션제 숙소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칼싸디야를 벗어나 도로 옆으로 난 길을 걷다가 일출을 맞게 되었다.

 

정서 방향으로 향하는 순례길 위에 키가 큰 그림자 하나가 나를 반겼다.

 

테라디요스 마을을 벗어나 멀리서 뒤를 돌아보며 사진 한장 찍었다.

 

모라티노스에서 산 니콜라스 레알 카미노로 이어지는 순례길을 걷고 있다.

 

땅 속에 굴을 파고 그 안에 와인을 저장하는 와인 셀러가 자주 보였다.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 마을. 무데하르 양식을 사용한 산 니콜라스 성당을 지나쳤다.

 

카스티야 레온 자치주의 팔렌시아 주에서 레온 주로 들어섰다.

 

사아군으로 들어가면서 길을 우회해 방문한 비르헨 델 푸엔테 성당

 

알베르게로 쓰이는 사아군의 트리니다드(Trinidad) 성당 앞에 세워진 순례자 상

 

트리니다드 성당 옆에 있는 산 후안 성당은 문이 닫혀 들어갈 수가 없었다.

 

베니토 수도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정문으로 쓰였던 아치형 문만 남아 옛 영화를 대변하고 있었다.

 

베니토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산 파쿤도(San Facundo) 수도원을 지었으나 지금은 시계탑만 남았다.

 

 

벽돌로 지은 산 티르소 성당. 사아군에서 무데하르 양식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건축물이다.

 

 

산 로렌쏘 성당 역시 이슬람 영향을 받아 벽돌로 지었다.

 

1085년 알폰소 6세에 의해 건립된 아치형 칸토 다리

 

칼싸다 델 코토 마을의 모습. 여길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난 오리지널 루트를 택했다.

 

아스팔드 도로 옆으로 나란히 놓인 순례길을 따라 가로수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순례길에서 멀지 않은 철로 위를 스페인 국영 철도(renfe)가 지나가고 있다.

 

베르시아노스 마을에 도착했다. 햇볕이 강한 때문인지 마을 노인들이 모두 해를 등지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고풍스런 모습의 베르시아노스 알베르게. 도네이션제로 운영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로 해가 떨어졌다. 일출 못지 않게 일몰도 환상적이었다.

 

 

모든 투숙객이 알베르게 식당에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재미있게 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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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2.02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땅 속에 굴을 파고 와인 셀러를 만들어놓으면 두더지가 가장 신날거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