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이모에서 빅토리아(Victoria)로 내려가면서 처음 들른 곳이 바로 슈메이너스였다. 이 도시는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보잘 것 없던 마을을 꽤나 유명한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슈메이너스는 한때 목재산업으로 번창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를 지탱하던 홀슈베이 제재소가 문을 닫으면서 마을 전체가 경제적인 위기에 봉착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차에1982년부터 해마다 건물 외벽에 벽화를 몇 점씩 그려 넣어 이제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문화마을로 탄생한 것이다. 벽화로 마을을 도배했다고나 할까. 40여 점의 벽화를 보기 위해 매년 40만 명의 관광객이 여기를 찾아와 돈을 쓰기 때문에 경기도 어느 정도 살아났다고 한다. 마을에 도착해 관광 안내소에서 나눠준 지도를 들고 벽화를 찾아 나섰다. 코위찬(Cowichan) 원주민 부족 얼굴부터 초기 탐험가나 벌목공들의 생활상, 주민들의 일상을 그린 벽화를 둘러보며 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북미를 여행하다 보면 한때는 광산이나 벌목으로 호황을 누리다가 광산이 폐쇄되거나 벌목이 중지되면서 하루 아침에 유령도시도 변한 마을을 만난다. 고스트 타운(Ghost Town)으로 전락해 사람도 없이 지도 상에나 겨우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역경을 지혜롭게 이겨낸 경우도 많다. 슈메이너스처럼 주민들이 모여 그들의 미래 테마를 결정하고 마을을 새롭게 꾸미는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주에도 슈메이너스의 케이스를 그대로 모방한 곳이 있다. 조지안 베이(Georgian Bay)에 면해 있는 미드랜드(Midland)라는 도시는 경제를 이끌던 조선소가 문을 닫고 철도마저 다른 곳으로 옮겨가자, 1991년부터 예술가를 고용해 건물 외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주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독일 바바리안 마을로 변신한 레벤워스(Leavenworth)나 옛날 풍의 서부도시로 마을을 꾸민 윈스롭(Winthrop)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마을 전체에 벽화를 그려 변신에 성공한 슈메이너스는 첫눈에도 깔끔하고 잘 정돈된 마을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벽화를 그려 놓아 인간과 건축물을 잘 조화시키고 있었다.

 

 

 

 

 

 

 

 

 

 

벽화를 통해 마을의 역사와 문화, 옛 생활상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벽화 하나하나에 이름이 붙어 있지만, 슈메이너스 바닷가로 들어오는 레인디어(Reindeer)란 배를 바라보는 원주민 여인,

이 지역에 살았던 원주민 부족의 얼굴을 그린 벽화는 꽤나 유명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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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9.26 0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미술이 슈메이너스의 몫을 톡톡히 하네요! 참 매력있습니다 ~ 저도 최근에 미술 전시회를 종종 가곤합니다.

    • 보리올 2016.09.26 0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 마을이나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 이처럼 아이디어라면 아이디어의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지. 인생 경륜이나 여행이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하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유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도슨 시티로 들어섰다. 도슨 시티는 화이트호스에 주도의 역할을 넘겨준 1953년까지 55년간 유콘 준주의 주도였다. 1898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곳이 바로 이 도슨 시티였다. 무스 사냥에 나섰던 세 명의 남자가 클론다이크 강의 지류인 래비트 크릭(Rabbit Creek)에서 야영을 하다가 사금을 발견한 것이 골드러시의 시초였다. 나중에 래비트 크릭은 보난자(Bonanza) 크릭으로 이름을 바꿨다. 도슨 시티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이었다.

 

보난자 크릭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퍼져나갔다. 세계 각지에서 수 만 명의 탐광꾼들이 불나방처럼 몰려 들었다. 멀리 호주나 남아공에서도 일확천금을 노려 바다를 건너왔다니 말하면 뭐하랴. 그런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40,000명이 북적대던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도장이나 살롱, 극장, 호텔 등의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이 동토의 땅에 번잡한 도시가 생겨났으니 이 모두가 금이 선물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이 뭐가 있을까. 금의 열기가 사라진 오늘날은 인구 1,300명을 가진 조그만 도시로 변해 버렸다. 옛날의 영화를 모두 잃은 유령도시가 된 것이다.   

 

차를 세우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옛 영화를 지닌 가옥이나 가게가 나에겐 정겹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슨 시티를 캐나다 북부의 파리라 부르는 모양이었다. 새로 단장한 팰리스 그랜드 극장에서 가스라이트 폴리스(Gaslight Follies)를 구경하거나 다이아몬드 투스 거티스(Diamond Tooth Gertie’s)의 도박장에도 가보고 싶었으나 시즌이 지나 이도 문을 닫아 버렸다. 도슨 시티 관광 안내소 안에 진열된 자료와 전시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과일과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글로서리에도 잠시 들렀다. 가게에서 파는 물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밴쿠버에 비해 과일은 두 배에 가까웠고, 생수는 거의 5배나 비싸게 판다. 운송비가 비싸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미드나이트 돔(Midnight Dome)에 올랐다. 해발 887m의 높이에서 도슨 시티와 유콘 강을 내려다보기 좋은 곳이었다. 원래 이곳은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에는 자정에도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석양 또한 유명한 곳이라 일몰을 촬영하겠다고 삼각대에 커다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몇 명 보였다. 우리도 여기서 일몰까지 기다릴까 했지만 날씨가 너무 쌀쌀해 내려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도슨 시티에 있는 모텔에 짐을 풀었다. 와이파이가 연결은 되지만 위성 사용료가 비싼 탓인지 인터넷 속도가 엄청 느렸다. 프론트에서 왜 봉지 커피를 잔뜩 안겨주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느린 인터넷 속도에 열 받지 말고 커피나 마시며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그 깊은 속내를 말이다.

 

 

<사진 설명> 캐나다 국가 유적지로 지정된 케노(Keno)는 마요(Mayo)에서 채굴한 광물을 실어나르던 증기선이었다. 1922년에 지어져 1951년 퇴역하였다. 1960년 도슨 시티로 옮겨진 후 유콘 강가에 전시되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 관광 안내소에서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에 사용하던 용품과 각종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설명> 도슨 시티는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의 옛 영화를 잘 간직하고 있어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제법 고풍스럽기는 했지만 어째 유령도시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사진 설명> 낮이 가장 긴 하지면 해가 지지 않는다는 미드나이트 돔은 유콘 강과 도슨 시티를 조망하기 아주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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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2.18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슨시티.. 여긴 서부개척시대 분위기가 나네요..

    • 보리올 2014.02.18 1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도슨 시티를 돌아볼 때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미국에 있는 어떤 도시보다 더 서부시대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죠.

 

2011 4 4일부터 4 6일까지 2 3일 일정으로 미시간(Michigan) 주에 있는 디트로이트(Detroit)를 다녀왔다. 업무 출장으로 바삐 다녀왔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시내 구경을 할 시간은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하면서 잠시 도심을 일견해 보고 블랙베리를 이용해 사진 몇 장 찍을 기회가 있었다. 이런 식의 도시 방문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도심 구경을 통해 디트로이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이 도시가 자랑하는 식당도 가보았으니 여행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디트로이트는 낮과 밤이 완연히 다른 도시다. 낮에는 도심에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흑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는 특징은 있지만 백인들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도심을 빠져나가 마치 유령도시같이 변한다. 간혹 사람이 눈에 띄면 대개 흑인들이었고 어떤 사람은 말을 걸어 오면서 푼돈을 요구했다. , 이래서 디트로이트가 위험한 도시란 이름을 얻었는 모양이다.  

 

과거 2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디트로이트에 살았다 하는데, 지금은 얼마나 살고 있는지 아는 분이 있을까? 오래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나도 전에는 알지 못했으니까. 현재 인구는 70만명이란다. 인구가 1/3로 줄어들었다. 도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생활 터전이 모두 외곽으로 빠져 나가 도심은 한 마디로 공동화가 되었다. 그 결과 흑인이 디트로이트 인구의 80%를 넘겼고 대도시 범죄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이게 디트로이트의 진면모는 아니다. 이 도시는 미국 내에서 엄청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미국, 아니 나아가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 불리는 곳이 바로 디트로이트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산업의 빅3가 모두 여기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GM 본사 건물 앞에 섰을 때 유난히 감개가 무량했다. 예전에 고국에서 근무할 때 오로지 대우차 밖에는 살 수 없었던 나에겐 이 건물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야구단의 홈구장도 잠시 겉으로나마 볼 수 있었고, 도심 13개 역만 도는 두 량짜리 모노레일, 피플 무버(People Mover) 50센트를 내고 타보았다. 그래도 나에게 가장 신기했던 것은 캐나다 윈저(Windsor)란 도시가 디트로이트 남쪽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캐나다가 미국의 북쪽에 있는데, 이 상식을 완전히 깨는 특이한 경우라 좀 놀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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