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거리를 달려와 노던 로키스에서 세 밤을 머물렀지만 결국 오로라를 보는데는 실패했다. 우선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았다. 눈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었고 하늘은 시종 짙은 구름으로 덮혀 잔뜩 찌푸린 모습만 보여 주었다. 로지 리셉션에 물어 오로라 예보(Aurora Forecast)와 지수를 수시로 살피며 시종 가슴만 졸이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둘째 날인가는 오로라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지수가 떴다고 해서 새벽 2시까지 로비에 머물며 수시로 밖으로 나가 하늘을 살폈지만 오로라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영하 20도의 추위와 세찬 바람만 우릴 반길 뿐이었다. 캐나다 여행작가인 로빈 에스락도 몇 번인가 오로라를 보러 갔다가 매번 허탕을 쳤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린 첫 번째 도전였으니 그 사람에 비하면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리산 일출도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던데 오로라 역시 그런 모양이었다.

 

로지에 머무르면서 낮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리어드 리버 온천(Liard River Hotsprings)에서 온천욕을 즐기기도 하고,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북으로 드라이브도 다녀왔다. 리어드 리버 온천은 땅에서 바로 온천수가 솟기 때문에 샘에서 얼마나 가까운 위치냐에 따라 수온이 다르다. 멋모르고 샘 가까이 갔다가 피부에 화상을 입는 줄 알았다. 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따뜻한 온천수에 목만 내놓고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이태백의 시에 나오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세상이 여기 아닌가 싶었다. 유콘 쪽으로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했다. 버팔로라 부르는 바이슨(Bison)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 근방에서만 바이슨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혹시 온천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들이 코로 눈을 헤치며 풀을 뜯고 있었다. 순록이라 부르는 카리부도 몇 마리 나타났다.





리어드 리버 온천이 있어서 유명해진 면도 있지만 그래도 주립공원으로 지정될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지니고 있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쉬어가는 리어드 리버 온천은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온천이라 한다.





도로로 나온 우드 바이슨과 카리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한때 이 지역에서 멸종되었던 우드 바이슨을 복원했다고 한다.




문초 호수 주변에 있는 주유소를 겸한 식당을 찾았다.

로지에서 먹는 음식이 너무 비싸 밖으로 나왔지만 여기 음식은 너무 성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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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3.09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어드 리버 온천이야말로 정말 자연 그대로의 온천이네요! 한국과 일본에서 즐긴 온천은 갑자기 굉장히 인위적인 곳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보리올 2018.03.13 0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이 온천을 다녀왔는데, 자연 속에 있어서 그런지 정말 분위기가 좋더구나. 차로 알래스카 가는 경우엔 꼭 들러보거라.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타고 계속 북으로 달렸다. 어느 지점에서인가, 노던 로키스(Northern Rockies)로 들어선다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노던 로키스는 지정학적으로 리어드 리버(Liard River)에서 시작하는 캐나다 로키 산맥의 가장 북쪽 지역을 의미한다. 때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지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든 간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가장 북쪽까지 왔고 유콘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멀지 않다는 이야기다. 포트 넬슨(Fort Nelson)을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노스웨스트 준주(Northwest Territories)로 가는 77번 도로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는 유콘 방향으로 곧장 직진을 했다.

 

포트 넬슨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스톤 마운틴 주립공원(Stone Mountain Provincial Park)에 닿았다. 스톤 양(Stone Sheep)이 많은 곳이란 소문답게 길가에 어미 양과 새끼가 나와 우릴 반긴다. 캐나다 로키에선 보기가 쉽지 않은 무스(Moose)와 카리부(Caribou)도 만났다. 야생동물들이 도로로 나오는 이유는 도로 결빙을 막기 위해 뿌리는 염화칼슘에서 염분을 섭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날이 어두워진 시각에 문초 호수(Muncho Lake)를 지나쳐 미리 예약한 노던 로키스 로지에 도착했다. 통나무로 멋지게 지은 분위기 있는 로지였다. 이 근방엔 숙소가 귀한 탓에 하룻밤 묵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레스토랑에서 비싼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밤 늦게까지 오로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노던 로키스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 계속 북으로 달렸다.


노스웨스트 준주로 가는 77번 도로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알래스카 하이웨이가 스톤 마운틴 주립공원을 관통한다. 웅장한 산세가 눈에 들어왔다.






스톤 마운틴 주립공원 경내에서 만난 야생동물들. 스톤 양과 무스, 카리부가 도로로 나왔다.




통나무로 지은 노던 로키스 로지는 깔끔하고 고풍스런 품격을 갖추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이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로지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비싼 저녁을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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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3.05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가 추워보이는데도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이네요! 캐나다 북부지방은 여행 계획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숙박도 음식도 주유도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보리올 2018.03.06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나다 오지를 여행할 때 신경을 써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잘 못하면 숙소도 못 구하고 기름이 떨어져 오도가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주유소 간격이 200km 떨어진 곳도 허다해.

  2. 뱌다 2018.08.20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거대한 자연을 보면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것은 왜일까요...가 볼 수 없는 경치를 보여 주셔서 좋습니다

    • 보리올 2018.08.21 0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 지역은 캐나다에 사는 사람도 쉽게 갈 수가 없는 곳입니다. 그것도 겨울에는 더더욱 가기가 어렵죠. 즐감하세요.

 

툼스톤 주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산행에 나선 코스는 그리즐리 크릭 트레일. 뎀스터 하이웨이 기점에서 58.5km 지점에 산행 기점이 있다. 이 트레일은 그리즐리 패스를 넘어 모놀리스 산(Mt. Monolith) 아래에 위치한 세 개의 호수, 즉 그리즐리 호수와 디바이드(Divide) 호수, 그리고 테일러스(Talus)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간다. 각각의 호수에 캠핑장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어 백패킹 코스로는 그만이다. 툼스톤 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악 풍경 또한 대단해 백패커들이 많이 찾는다. 툼스톤 주립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여기까지 가진 않았다.

 

산행 기점에 도착했더니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차에서 쉬겠다고 남았다. 세 명이 산행에 나섰다. 톱으로 나무를 잘라 놓은 곳을 지났다. 처음엔 벌목 현장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젊은이 네 명이 트레일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트레일을 가로막은 쓰러진 나무나 가지를 치우고 산길로 물이 흐르지 않도록 물길을 다른 데로 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노고에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이 자원봉사인지, 공원에 소속된 인부들인지 궁금했지만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산자락이 모두 구름에 가려 시야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구름 아래로 보이는 단풍은 여기도 일품이었다. 눈 앞에 있는 계곡 전체가 마치 빨간색, 노란색, 오렌지색을 섞어 놓은 융단같았다. 베일에 싸인 듯 살짝 보여주는 풍경이 오히려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빗줄기가 그치지 않자, 어디까지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리즐리 호수까지 23km를 당일에 왕복하자 마음을 먹었지만, 비가 오는 날씨에 차에서 기다리는 일행을 감안해 6km 지점까지만 갔다 오자고 했다. 3km 지점에 있는 리지에 올랐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도 대단했다. 이 정도만 보아도 툼스톤을 느끼기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과 상의해 왕복 6km를 걷는 것으로 툼스톤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에 하산하는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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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09 0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름도 무시무시한 그리즐리 크릭 ㅎㅎ
    이왕이면 돌산보다 불타는 붉은 산을 걷는게 더 흥겹겠어요...
    여긴 비가 오고 발에선 불이 나고~ 며칠 쉬고 있습니다...

    • 보리올 2014.03.09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도 매일 비가 옵니다. 산에 눈이 오지 않는다고 잔소리 몇 번 했더니 요즘에야 비가 내리고 산엔 눈이 내립니다. 유콘의 붉은 산하곤 전혀 다른 풍경이지요.

 

이 트레일은 원래 노스 클론다이크 강의 상류에 있는 디바이드(Divide) 호수 야영장까지 가는 16km 길이의 트레일이다. 두터운 덤불을 헤쳐 나가야 하는 구간도 있고 진흙탕이나 개울을 건너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 쉽지 않은 도전이 기다린다. 사실 우리는 이 구간 전부를 걷지는 않았다. 산행 기점에서 왕복 3.4km만 걸었으니 앞부분만 조금 맛을 본 셈이었다. 공원 당국에서도 전체 구간보다는 이 짧은 구간을 주로 홍보하고 있었다. 트레일헤드는 뎀스터 하이웨이 기점에서 71.5km 지점에 있는 툼스톤 주립공원 캠핑장 안에 있다. 18번과 19번 캠프 사이트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면 트레일이 시작된다.

 

아침녘이나 석양 무렵에 이 길을 걷는 것이 좋다고 해서 우리는 해질녘을 택해 나섰다. 산행을 시작하면 노스 클론다이크 강을 따라 꾸준히 걷는다. 오르내림도 별로 없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산길 상태도 아주 좋았다. 보드워크로 식생을 보호하는 구간도 있었다. 여기는 유독 노란색이 많았다. 노랗게 물든 윌로우(Willow)가 지천에 깔려 있었다. 어느 것은 사람 키보다 훨씬 컸다. 목화처럼 하얀 솜털을 날릴 준비를 마친 관목도 있었고, 하얀 솜털로 치장한 파이어위드(Fireweed)도 보였다. 땅바닥엔 진홍색 베어베리(Bearberry)와 하얀 이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모두가 툰드라의 자연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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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3.05 0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숲길을 걸어본게 언제인가 싶네요.

    • 보리올 2014.03.05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숲길을 걷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척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디에 계시든 자주 숲을 찾아가셔서 재충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2. 설록차 2014.03.09 0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행하시는 분도 *selfie*를 하시네요...바로 앞에 고수가 계시는데~ 재미있습니다...
    보드워크 위를 걸을 땐 만든 사람의 노고가 저절로 떠오르겠어요...
    정말 붉은 색 천지빼까리이에요...ㅎㅎ

    • 보리올 2014.03.09 1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소화 못하는 어려운 말들을 쓰셔서 잠시 머쓱했습니다. 셀피가 셀프카메라를 말하는 것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작년에 옥스포드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하더군요. 천지빼까리도 억수로 많다는 경상도 사투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툼스톤 주립공원은 한 마디로 말해서 단풍으로 불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황량한 동토의 땅에 이런 별세계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가을색이 폭발하고 대자연의 가을 향연이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거기에 하늘로 치솟은 침봉들이 주는 매력은 또 어떤가. 혹자는 툼스톤 주립공원을 캐나다의 파타고니아(Patagonia)라 부른다. 이런 별세계를 탐방하려면 직접 두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2,200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는 공원 안에 우리가 걸어 들어갈만한 트레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더구나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은 백패킹을 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백패킹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툼스톤 주립공원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골든사이즈 트레일. 산행 기점은 뎀스터 하이웨이 기점에서 74.4km 지점에 있다. 하이웨이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야 한다. 사실 이 코스는 골든사이즈 마운틴 정상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 아래 전망이 뛰어난 뷰포인트까지 오르는 왕복 3.4km의 아주 짧은 트레일이지만, 이 산길을 걸으며 만끽한 경치는 거의 환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서 툼스톤 주립공원의 진수를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립공원 내에선 꽤나 유명세를 타는 모양이었다.  

 

트레일 초입부터 허리까지 오는 관목들이 가득했다. 하늘을 빼곤 어디를 보아도 붉고 노란 단풍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진홍색에 오렌지색, 노란색이 곁들여 이 대지에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가을다운 가을을 여기 툼스톤에서 만난 것이다. 하늘도 맑고 날씨까지 좋아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환상적인 풍경에 도취되어 어떻게 걷는지도 몰랐다. 1.5km 지점에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바위로 올랐다. 여기도 경치가 좋았지만 뷰포인트는 여기서 좀 더 올라야 했다. 뷰포인트에선 노스 클론다이크(North Klondike) 강 상류에 있는 해발 2,192m의 툼스톤 산을 볼 수가 있었다. 툼스톤 연봉에선 가장 높은 산이다. 한껏 부푼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여기서 되돌아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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