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스톤 주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산행에 나선 코스는 그리즐리 크릭 트레일. 뎀스터 하이웨이 기점에서 58.5km 지점에 산행 기점이 있다. 이 트레일은 그리즐리 패스를 넘어 모놀리스 산(Mt. Monolith) 아래에 위치한 세 개의 호수, 즉 그리즐리 호수와 디바이드(Divide) 호수, 그리고 테일러스(Talus)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간다. 각각의 호수에 캠핑장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어 백패킹 코스로는 그만이다. 툼스톤 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악 풍경 또한 대단해 백패커들이 많이 찾는다. 툼스톤 주립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여기까지 가진 않았다.
산행 기점에 도착했더니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차에서 쉬겠다고 남았다. 세 명이 산행에 나섰다. 톱으로 나무를 잘라 놓은 곳을 지났다. 처음엔 벌목 현장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젊은이 네 명이 트레일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트레일을 가로막은 쓰러진 나무나 가지를 치우고 산길로 물이 흐르지 않도록 물길을 다른 데로 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노고에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이 자원봉사인지, 공원에 소속된 인부들인지 궁금했지만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산자락이 모두 구름에 가려 시야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구름 아래로 보이는 단풍은 여기도 일품이었다. 눈 앞에 있는 계곡 전체가 마치 빨간색, 노란색, 오렌지색을 섞어 놓은 융단같았다. 베일에 싸인 듯 살짝 보여주는 풍경이 오히려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빗줄기가 그치지 않자, 어디까지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리즐리 호수까지 23km를 당일에 왕복하자 마음을 먹었지만, 비가 오는 날씨에 차에서 기다리는 일행을 감안해 6km 지점까지만 갔다 오자고 했다. 3km 지점에 있는 리지에 올랐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도 대단했다. 이 정도만 보아도 툼스톤을 느끼기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과 상의해 왕복 6km를 걷는 것으로 툼스톤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에 하산하는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Juan de Fuca Marine Trail) ② (8) | 2014.03.29 |
---|---|
후안 데 푸카 마린 트레일(Juan de Fuca Marine Trail) ① (4) | 2014.03.28 |
[유콘] 툼스톤 주립공원 – 노스 클론다이크 리버 트레일(North Klondike River Trail) (4) | 2014.03.05 |
[유콘] 툼스톤 주립공원 – 골든사이즈 트레일(Goldensides Trail) (0) | 2014.03.04 |
[유콘] 클루어니 국립공원 – 쉽 크릭 트레일(Sheep Creek Trail) (2) | 201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