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를 출발해 오로라를 보러 가는 길이다. 우리가 갈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와 유콘 준주의 접경 지역까지는 운전에만 꼬박 이틀을 잡고 있다. 도상 거리로는 편도 1,280km가 나오지만 눈길 운전이라 속도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스퍼에서 16번 하이웨이를 타고 에드먼튼을 가다가 힌튼(Hinton) 직전에서 40번 도로로 좌회전을 했다. 본격적으로 북상을 시작했다. 그랜드 캐시(Grande Cache)를 지날 때는 함박눈이 내려 시야를 가렸다. 노엘스 카페(Noelles Café)에서 점심을 하면서 잠시 눈을 피했다. 그랜드 프레리(Grande Prairie)에서 43번 도로를 타고 서진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들어섰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도슨 크릭(Dawson Creek)에 닿았다. 공식적으로 알래스카 하이웨이(Alaska Highway)가 시작되는 곳이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는 여기를 출발해 유콘의 화이트호스를 지나 알래스카 페어뱅크스(Fairbanks)까지 연결된 도로를 말한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놀란 미국이 알래스카 침공을 대비해 캐나다 협조를 얻어 8개월만에 일사천리로 건설했다. 총 길이 2,232km 2차선 도로를 8개월이란 기간에 건설했다니 그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포트 세인트 존(Fort St. John)에 모텔을 잡고 밖으로 나가 저녁 식사를 했다. 그 다음 날도 종일 운전으로 보냈다. 두 팔과 어깨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도로 위는 제설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곳곳에 미끄러운 구간이 있어 마음대로 속력을 올릴 수 없었다. 하얀색 일색인 눈천지에 도로 옆으로 눈을 뒤집어쓴 나무와 숲이 나타나 잠시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재스퍼에서 북상하다가 그랜드 캐시의 카페에서 케사디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가 시작되는 도슨 크릭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속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이웨이를 달려 도슨 크릭에서 포트 세인트 존으로 이동했다.



포트 세인트 존에 있는 <93번가 식당>은 음식도 형편없었지만 가격 또한 꽤나 비쌌다.






제설작업을 한 도로 여기저기에 잔설이 남아 있어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했다.

본래 교통량이 많지 않은 도로지만 한겨울이라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가지마다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휙휙 차창을 스쳐 지나갔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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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lt 2018.02.07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겨울에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정말 멋지네요.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 또한 여행의 운치가 아닐까합니다. 좋은 구경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간...^^

    • 보리올 2018.02.07 1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로라가 목적이었습니다만 오고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5,000km를 운전하며 설경은 정말 많이 보았죠.

  2. 뭥미뭥미헤어 2018.02.07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 너무나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사진 공유 감사합니다... ^.^ 좋네요

  3. justin 2018.02.28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외곽이고 차도 많이 다니는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설작업이 잘 이뤄지네요~저런 곳을 장거리 운전하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겠어요!

    • 보리올 2018.03.05 0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워낙 눈이 많은 지역이라 겨울엔 도로 제설작업이 무척이나 중요한 일 아니겠냐. 저런 길을 한 겨울에 다시 가라면 이젠 안 갈 것 같다.



전혀 생각치도 못 했던 캐나다 겨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한겨울에 날씨가 춥기로 소문난 캐나다 로키와 유콘 준주 접경지점까지 다녀오는 장거리 여행을 말이다. 그 까닭은 이랬다. 밴쿠버 산악계의 원로 한 분이 어느 날 커피 한 잔 하자며 불러내선 한국에서 지인 부부가 오는데 내가 직접 데리고 여행을 갈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캐나다 로키도 둘러보길 원하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은 오로라라고 분명히 이야길 했다. 눈길을 헤쳐가야 하는 1월에, 그것도 차로 이동하는 여행이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결국 따라 나서기로 했다. 캐나다 온 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오로라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로라를 보겠다고 멀리서 일부러 오기도 하는데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캐나다 북부의 혹한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넷이서 장도에 올랐다.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캐나다 로키로 향했다. 밴쿠버에서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나 밴프(Banff)까지 차로 보통 하루에 가는데 한겨울의 주행이라 시간이 더 걸렸다. 도로 위 눈은 대부분 치웠다 하더라도 하얀 눈길을 마음대로 달릴 수는 없었다. 프레이저 밸리(Fraser Valley)를 벗어나 코퀴할라 하이웨이에서 처음으로 눈길을 만난 이후 열흘 내내 하얀 눈길을 달려야 했다. 골든(Golden)을 지나 차를 세운 곳은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의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 여러 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꽁꽁 언 얼음 위에 수북히 눈이 쌓여 있는 호수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순백의 설원과 검은 산자락이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에머랄드 빛 호수와 호수에 반영되는 봉우리는 볼 수 없었지만 겨울 호수는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알버타(Alberta) 주로 들어서 밴프로 직행했다. 내 나름대로 밴프의 명소 몇 군데를 골랐다. 설퍼 산자락에 위치한 케이브 앤 베이슨(Cave & Basin)을 먼저 찾았다. 오늘날 밴프를 있게 만든 유황 온천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보 폭포(Bow Falls)도 들렀다. 낙차가 크지 않은 물길이라 얼음이 얼었고 그 위를 눈이 덮고 있었다. 버밀리언 호수(Vermillion Lakes)는 밴프를 찾는 경우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해가 지면서 마지막 한 줌의 빛이 런들 산(Mt. Rundle) 꼭대기에 내려앉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석양이 아니라도 호수에 비친 런들의 모습도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모퉁이에 있는 얼지 않은 수면에 런들이 비쳤다. 생각보다 그리 아름답진 않았다. 호수를 빠져 나오는데 멀리서 한 쌍의 늑대가 나타나 우리를 반기는 것이 아닌가. 늑대를 따라 호수 건너편으로 갔다가 거긴 출입금지구역이란 것을 알고 가슴이 뜨끔했다.







호수에 쌓인 눈과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자락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던 에머랄드 호수





오늘날 밴프와 밴프 국립공원이 태동하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서 발견된 유황온천 때문이다.

현재는 케이브 앤 베이신이란 국가 유적지가 되었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 인근에 있는 보 폭포는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화가나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버밀리언 호수에선 해질녘 런들 산을 바라보는 조망이 좋다.


 


버밀리언 호수에서 늑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늑대 서식지는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을 뒤에 알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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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untrain 2018.01.19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사진이 정말 예술이에요

  2. justin 2018.01.31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겨울의 록키는 저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웅장함은 여전하고 색깔 톤이 심플합니다! 겨울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