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설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2.10 엘핀 호수(Elfin Lakes)
  2. 2014.08.22 시모어 산(Mt. Seymour)의 여름
  3. 2014.04.23 시모어 산(Mt. Seymour) (8)

 

당일 산행으로 가리발디(Garibaldi) 주립공원의 엘핀 호수를 다녀왔다. 엄청난 강설량과 적설량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이 쌓여 있었다. 화산으로 형성된 황량했던 지형이 모두 눈에 가려 버린 것이다. 엘핀 호수까지 왕복하는 22km의 산길이 온통 하얀색 일색이었다. 아니, 그 와중에도 산자락과 나무는 검은 색을 띠고 있었다. 눈에 반쯤 파묻힌 레드 헤더(Red Heather) 대피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눈길 산행이 시작된다. 스노슈즈가 없으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제법 오르내림이 심한 코스 때문에 다리는 퍽퍽해지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오늘 산행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폴 리지(Paul Ridge)를 지나자, 우리 눈앞에 엘핀 호수와 대피소가 나타났다. 호수 가장자리가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서 눈 위에 묘한 지도를 그려 놓아 아름답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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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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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모어 산의 여름 모습은 꽤나 생소했다. 새색시의 민낯을 보는 기분이 이럴까? 밴쿠버에서 산행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찾는 산이 시모어 산이 아닐까 싶다. 겨울이 되면 적설량이나 낮의 길이, 접근성, 눈사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장 무난한 산행 코스로 꼽히는 곳이 바로 시모어 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모어의 진면목은 늘 하얀 눈으로 뒤덥힌 설산으로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 여름철에 시모어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산행하기에 좋은 여름철 서너 달은 좀 멀리 있는 산으로 나가는 것이 밴쿠버 산꾼들의 보편적인 성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이었는지 이 날은 한 여름에 시모어를 찾게 되었다.

 

시모어는 처음부터 새로운 모습이 다가왔다. 내가 알고 있던 시모어와는 외모가 완전 딴판이었다. 산을 덮은 눈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를 흙과 바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을 밟을 때보다 오히려 발걸음에 조심하면서 흙과 바위로 된 트레일을 걸어야 했다. 시모어가 온통 바위로 덮혀 있는 산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겨울엔 눈에 가려 하얀 분칠을 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시기엔 화장을 하지 않은 맨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모어의 나신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좀 묘했다. 사방을 둘러싼 풍경엔 큰 차이가 없었다. 단지 하얀 코트를 벗어 던진 주위 산들이 조금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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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둘이서 스노슈즈를 챙겨들고 시모어로 향했다. 부자가 함께 산행에 나서는 순간은 늘 즐겁고 가슴이 설렌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아빠와 단둘이 백두대간을 종주한 녀석답게 평상시에도 산에 들기를 아주 좋아하는 친구다. 밴쿠버에서 설산의 정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난 시모어 산을 꼽는다. 적설량도 상당하지만 눈 쌓인 형상이 가지각색이라 겨울산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운트 시모어 트레일을 타고 브록톤 포인트(Brockton Point)를 지났다. 1(First Pump Peak)을 바로 치고 오를까, 아니면 평상시대로 옆으로 우회해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코스를 택하라 했다. 녀석은 재고의 여지도 없이 바로 치고 오르자 한다. 꽤 가파른 경사를 등산화 앞꿈치로 눈을 찍으며 길을 만들었다.  

 

1봉만 올라도 사방 경치는 한 마디로 끝내준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이런 파노라마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난 시모어를 좋아한다. 다른 계절보다 겨울철에는 더 탁트인 풍경을 선사한다. 2봉을 거쳐 겨울에는 잘 가지 않는 제3봉까지 올랐다. 3봉이 시모어 산의 정상으로 해발 1,449m에 이른다. 3봉으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설사면 경사가 심해 겨울철에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리 어렵거나 위협적인 구간은 아니었다. 시모어 정상에 올라 일부러 늦장을 부리며 시간을 끌었다. 가능하면 설산에 해가 내려앉는 모습까지 보고 내려갔으면 했기 때문이다. 하얀 눈 위에 붉은 석양이 살포시 내려 앉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제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렸음에도 어두컴컴한 시각이 돼서야 헤드랜턴에 의존해 주차장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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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주둥이 2014.04.23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아들과 함께한 산행이라니 ~~
    잘 보고 갑니다:)

  2. 설록차 2014.04.25 0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성한 아들과 함께 나가면 그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던데 꼭 닮은,취미도 같은 아들이라면 기분은 최최최상일테죠...
    어느 아빠는 매고 끌고~아직 멀었습니다...ㅎㅎ

    • 보리올 2014.04.25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아들이 장성해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산을 좋아해서 더 좋습니다. 썰매에 아기를 끌고 가는 사진 속 아빠는 공력이 저보다 훨씬 센 사람입니다.

  3. Justin 2014.04.29 0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이 참 멋지고 훌륭하고 잘생기고 훤칠한 모델감입니다! ^^

  4. 제시카 2014.05.02 0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만큼의 눈을 보니 학생회 임원들 이끌고 겨울에 시모어 그룹캠핑장 가서 혹한기캠핑 답사를 보냈던 기억이나네요....ㅎㅎ
    무엇보다 하늘이 너무 이뻐요

    • 보리올 2014.05.02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그 이야길 듣고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냐? 아빠가 그래도 산이나 캠핑을 데리고 다녔더니 너희들이 또래 학생들을 데리고 캠핑을 갔다니 말야. 앞으로도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