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6.24 [하와이]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
  2. 2014.09.16 [워싱턴 주] 올림픽 국립공원 ⑷ (6)

 

화와이 화산 국립공원에서 가볍게 산행할 수 있는 트레일을 찾다가 이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Klauea Iki Trail)을 발견했다. 한 바퀴 돌 수 있는 루프(Loop) 트레일로 그 거리가 4마일, 6.4km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은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우리는 촬영팀과 보조를 맞추느라 세 시간 이상 걸었던 것 같다. 킬라우에아 이키는 킬라우에아 화산의 주분화구인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바로 옆에 있는 새끼 화산을 일컫는다. 그 크기가 할레마우마우에 비해선 아주 작은 편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은 사화산이라 해도 한때 뜨거운 용암을 분출했던 분화구 위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말이다.

 

산행 기점을 출발해 바로 숲속으로 들어섰다. 제법 나무가 울창해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얼마를 걸었더니 122m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1959년에 용암을 내뿜었던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눈 앞에 검은색 일색인 화산암이 넓게 펼쳐졌다. 아스팔트 포장길이 지진으로 너덜너덜해진 모양과 유사했다. 여기저기 쩍쩍 갈라진 바위들이 마치 거북의 등짝을 보는 듯 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닌 자국만 그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 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황량함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헬로 베리(Ohelo Berry)와 오히아 레후아(Ohia Lehua)라는 식물이 화산암 위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용암이 흘러나오진 않았지만 바위 틈새에선 끊임없이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얼굴에 닿는 순간 그 열기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세 안경이 뿌옇게 되어 시야를 가린다. 수증기 안에는 유황 냄새가 배어 있었다. 분화구에서 올라오면서 이상하게 생긴 고사리도 보았다. 땅에서 얕게 자라는 우리네 고사리와는 달랐다. 하푸우 풀루(Hapuu Pulu)라는 고사리과 식물이라는데, 이것은 사람보다 훨씬 큰 고사리 나무였다. 이것도 설마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주차장으로 가기 전에 써스톤 라바 튜브(Thurston Lava Tube)에도 들렀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갔던 곳이 이제는 동굴로 남은 것이다. 화산 지대에 이렇게 다양한 지형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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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리지를 내려와 레이크 크레센트(Lake Crescent)까지는 꽤 달린 것 같았다. 지도 상으론 그리 멀지 않았는데 시간은 좀 걸렸다. 레이크 크레센트는 길이가 19km에 이르는 엄청 큰 호수다.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따라 레이크 크레센트 로지에 닿았다. 먼저 호숫가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로지부터 구경했다. 1915년에 지어졌다니 100년 역사를 지닌 산장이다. 레이크 크레센트는 그 이름처럼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수는 무척 맑았고 푸르디 푸르게 빛났다. 모래사장에선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몇몇 젊은이들이 보트를 끌고 나가 호수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젓는다. 잔잔한 호수에서 보트 한두 척 노니는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로지에서 시작하는 모멘츠 인 타임 트레일(Moments in Time Trail)을 좀 걷기로 했다. 1k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 오르내림도 없는 트레일이었지만 호숫가에서 시작해 숲 속을 한 바퀴 돌아나오는데 숲이 생각보다 울창해서 정글에 들어온 기분이 났다. 나무도 큰 것은 그 밑둥을 몇 사람이 둘러싸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나무들이 벌목되지 않고 여태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잘 보전된 생태 공원을 둘러본 느낌이었다. 호수로 다시 돌아오니 호수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오리 몇 마리가 무심하게 호수 위를 헤엄친다. 우리도 더 어두워지기 전에 솔덕(Sol Duc) 온천 캠핑장에 텐트를 치려면 서둘러야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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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기심과 여러가지 2014.09.25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았습니다. 쌀쌀해진 날씨 조심하시고, 멋진 하루 되세요~

  2. 설록차 2014.09.29 0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oments in time* 이름 마음에 들어요..자살 바위, 죽음의 계곡 이런 이름을 붙히는 곳 보다 휠씬 좋습니다..

    • 보리올 2014.09.29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래도 어두운 이름보다는 이렇게 낭만적인 이름이 좋겠지요. 짧은 트레일이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품고 있었습니다.

  3. Justin 2014.10.16 1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리낌없이 어머니는 무슨 연유로 저 외국인에게 갔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 보리올 2014.10.17 2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엄마가 가끔 대담하고 용감하다는 것 몰랐구나. 나도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단다. 어떤 사람을 일방적으로 이렇다 정의하는 것이 때론 큰 우를 범하는 일이니 명심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