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중에 그 나라의 자연과 지리를 이해하는데 자연사 박물관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테지만, 현실에서는 박물관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좀 따분하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탓이다. 박물관을 가는데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애들레이드의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박물관은 그렇지 않았다. 그 동안 말로 들었던 호주 원주민의 생활상에 대한 자료와 설명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유럽계 정착민이 토착민인 원주민을 쫓아낸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호주 역시 원주민들과 많은 갈등을 만들었다. 그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땅을 빼앗아 도시나 농장을 조성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럼에도 호주나 뉴질랜드는 원주민을 학대한 그들의 과거를 꾸준히 반성하며 원주민 문화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박물관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싶었다.

 

원주민 문화 갤러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생물 다양성 갤러리(Biodiversity Gallery)로 자리를 옮겼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주는 방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어 북쪽의 덥고 건조한 사막 지형부터 남쪽의 남대양까지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하고 있다. 여러가지 야생동물을 박제해 놓거나 손으로 만든 모형을 전시하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 서식하는 포유동물과 조류를 지역별로 전시한 곳도 있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야생동물을 둘러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다양한 암석을 전시한 광물 전시관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양새도 다양했지만 암석 특유의 색깔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단순해 보이는 암석의 내부에 이렇게 희한한 무늬와 색채를 숨기고 있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도 있었다. 박물관을 나오며 이런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애들레이드가 솔직히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생물 다양성 갤러리 입구



남대양에 면해 있는 위치라 다양한 해양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육지에 서식하는 포유류와 조류도 박제나 모형으로 접할 수 있었다.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암석들이 제각각 특이한 색깔과 모양을 뽐내고 있다.




오팔 화석 전시관





세계 포유류 전시관에선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포유동물을 박제 형태로 전시하고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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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7.02 1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만 봐도 방대하고 우수한 자료가 갖춰져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도 학생들을 지도해보니 책으로만 경험하는 공부와 저렇게 직접 체험하는 공부의 질이 상당히 틀릴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8.07.05 05: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생생한 자료들이 많아야 박물관 투어가 재미있는데, 너무 설명만 많으면 금방 식상해지더라.



미국에서 가장 큰 온천이라는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Grand Prismatic Spring) 또한 옐로스톤을 유명하게 만든 존재다. 이 온천을 하늘에서 찍은 사진이 옐로스톤을 홍보하는 사진으로 많이 쓰인다. 마치 태양이 불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온천수에 사는 미생물에 의해 생긴 무지개 빛깔의 다양한 색채를 처음 보는 사람에겐 강렬한 인상을 준다. 유황 냄새가 좀 나긴 했지만 온천수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모습도 무척 신비스럽게 보였다. 물 위에 놓인 탐방로를 걸으며 시종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초행은 아니었지만 지난 번에는 이 온천을 미처 보지 못 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온천 규모가 커서 아무리 광각렌즈라 해도 전체를 카메라에 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늘로 드론을 띄우거나 헬기를 타는 방법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스스로 아쉬움을 달랜다.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도 옐로스톤에선 꽤나 유명한 곳이다. 옐로스톤에서 가장 뜨거운 곳에 속한다는 이 지역에만 무려 193개의 간헐천이 있다고 한다. 베이신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분기공에서 엄청난 양의 스팀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판자로 된 탐방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간헐천들을 둘러보며 한 바퀴 돌았다.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차로 조금 더 움직여 매머스 온천(Mammoth Hot Springs)으로 갔다.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에서 보내지는 온천수가 석회암을 녹이고 그 안에 함유된 탄산칼슘이 가라앉아 생긴 트래버틴(Travertine)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다. 그 성분에 따라 노란색이나 하얀색을 띤 테라스를 만들어 놓았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쥬피터 테라스와 미네르바 테라스, 클레오파트라 테라스 등을 대강 둘러보고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빠져 나왔다.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과 더불어 옐로스톤을 유명하게 만든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은 간헐천이 집약적으로 모여 있는 지역을 말한다.





매머스 온천 역시 옐로스톤의 자랑거리다. 온천수에 함유된 석회암 성분이 침전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테라스를 만들었고,

온천수에 서식하는 조류 또한 여러가지 색채를 선사한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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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카운티(Kings County)에 있는 케이프 스프리트 트레일(Cape Split Trail)은 산속으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노바 스코샤에선 꽤나 유명한 트레일로 꼽힌다. 육지가 낚시바늘 모양으로 휘어져 마이너스 베이신(Minas Basin)이란 바다로 길게 파고 들었는데, 그 땅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트레일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숲길을 걸어 산 대신 바다를 찾아가는 산행이었다. 산다운 산이 없는 노바 스코샤라 이런 해안 트레일이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 트레일을 걷고자 2시간 반을 운전해 트레일 입구에 닿았다. 직원 몇 명과 얼마 전에 입양한 강아지가 산행에 따라 나섰다.    

 

산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전구간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았다. 햇빛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숲이 울창해 산길을 걸으며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트레일 길이는 왕복 16km. 산행에 4~5시간은 걸린다. 트레일은 줄곧 숲길로 이어지다가 목적지에 가까워져서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이 나타난다. 산행 중에 처음으로 바다를 만나는 것이다. 조금 더 걸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고 그 끝에는 70m 높이의 바위 두 개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있는 경관을 접한다. 여기가 케이프 스프리트 땅끝인 셈이다.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에 거칠 것이 없었다. 시원하기 짝이 없다는 표현을 이런 때 쓰는 것이 맞겠지. 먼저 온 사람들이 잔디밭에 두 발을 뻗고 쉬고 있었다. 노바 스코샤에 있는 트레일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만나긴 처음이다. 그래 봐야 고작 30~40명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아름다운 경관을 찾아 소풍을 나온 사람들답게 다들 여유로운 표정이다. 두 개 바위섬은 갈매기들의 보금자리였다. 마침 바닷물이 들어오는 때라 거세게 밀려드는 조류를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었다. 세계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크다는 곳이 바로 여기 펀디 만(Bay of Fundy)이 아니던가. 우리도 잔디밭에 다리를 뻗고 앉아 주변 경치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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