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고백'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0.09 랑탕 트레킹 - 8 (6)
  2. 2013.03.03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2>
  3. 2013.01.15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11>

 

잠에서 깨어나 창문 커튼을 젖히고 날씨부터 확인을 한다. 세상은 여전히 구름 속에 갇혀 있었다. 혹시 몰라 카고백에서 아이젠과 우산을 꺼내 배낭에 넣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진 않았다. 밤새 비를 뿌린 흔적도 없었다. 시야도 어느 정도는 트여 50m 이내는 식별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구름 속을 걷는 재미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개축 중에 있는 사찰에 들러 100루피 시주도 했다.

 

사랑파티까지는 줄곧 오르막. 가끔 시골 오솔길같은 정겨운 구간도 나타났다. 사랑파티에 이르자, 어느 덧 구름 위로 불쑥 올라선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발 아래 구름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높이 솟은 산자락만 구름 위로 치솟아 그 높이를 뽐낸다. 가이드 지반이 손끝으로 가네쉬 히말과 랑탕 리룽, 그리고 멀리 마나슬루(Manaslu)를 가르킨다. , 몇 년만에 다시 보는 마나슬루인가.

 

고사인쿤드에 이르는 길은 의외로 멀었다. 꾸준히 오르막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 멀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산 아래로 융단처럼 펼쳐진 구름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굽이를 몇 번인가 이리저리 돌아서야 호수 세 개를 볼 수가 있었다. 힌두교에서 성지로 모시는 곳이 바로 여기다. 시바 신이 삼지창을 꽂았단 전설이 서린 곳이기 때문이다. 

 

로지에 짐을 부리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호수에 석양의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 앉는다. 힌두교 성지라서 그런지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힌두신상을 중심으로 왜 티벳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룽다가 펄럭이는지 궁금했지만 지반에게 묻지는 못했다. 어느 바위에 올라 구름 위로 내려앉는 석양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곳을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산에 들다 - 히말라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랑탕 트레킹 - 10  (2) 2013.10.11
랑탕 트레킹 - 9  (2) 2013.10.10
랑탕 트레킹 - 8  (6) 2013.10.09
랑탕 트레킹 - 7  (2) 2013.10.08
랑탕 트레킹 - 6  (0) 2013.10.07
랑탕 트레킹 - 5  (0) 2013.10.06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10.09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허리에 걸쳐있는 하얀 것이 구름이라면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 서 계시는거네요...옥황상제와 선녀가 구름타고 다닌다던데 그럼 사진속의 분들이 바로 등산꾼과 선녀???

  2. 보리올 2013.10.09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하루 종일 구름 위에서 걷고 유유자적한 것은 사실입니다. 선녀와 나뭇꾼은 어릴 때 들어보았습니다만 '선녀와 등산꾼'이란 말은 처음입니다. 참으로 멋진 표현입니다.

  3. 안영숙 2013.10.11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일 정도는 계속 하이얀 솜털같은 구름위에서 두둥실 떠다닌듯 기억이 납니다.

    긴딩,아주 귀엽게 생긴 청소년이, 바로 김치를 먼길에서 가져온아이,, 이젠 삶은 감자를 미소지으며
    가져옵니다, 자잘하게 생긴 감자는 한입 두입이면 끝납니다..

  4. 보리올 2013.10.11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름 위를 노닐던 신선놀음이 생각나시죠? 랑탕이 우리에게 선사했던 멋진 추억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씨알은 작지만 맛은 결코 어느 감자에 떨어지지 않던 히말라야 감자도 생각이 납니다. 언제 또 가죠?

  5. 안영숙 2013.10.11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또 간다면 히말라야의 국화, 랄리구라스?의 향연을 즐길수 있는 3월이면 어떨까요...

    내려오면서 키가 꾸부정한 Chritmas poinsettia의 빨간 모습은 나 혼자 훔쳐 본듯 하네요.

  6. 보리올 2013.10.11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에 히말라야를 가면 랄리구라스를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마칼루 하이 베이스캠프를 오를 때 몇 종류의 랄리구라스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꽃 색깔이 몇 가지나 있더구만요.

 

새벽을 알리는 수탉이 너무 일찍 울었다. 그 뒤를 이어 강아지 짖는 소리, 나무에서 짹짹거리는 새소리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 옆 텐트에서도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첫 야영에 가슴이 설레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나와 텐트를 같이 쓰는 한 대장도 일어나 헤드랜턴을 켜더니 책을 꺼내 든다.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대장은 다른 산사람에 비해 상당히 가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도대체 섭씨 30도가 넘는 히말라야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어제 입었던 긴팔 옷을 벗고 반팔 티셔츠를 걸쳤음에도 흘러 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햇볕에 노출된 팔은 금방 빨갛게 익어 버렸고. 고산병보다 일사병에 심신이 지쳐간다. 다리는 왜 이리 무거운지히말라야에 오면 통상 사계절을 다 겪는 느낌이다. 이렇게 덥다가 고도를 높이면 겨울같은 날씨를 만나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짐이 많아진다.

 

산허리를 잘라 도로를 놓는 공사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바위 절단면이 의외로 매끈했다. 사람 손으로는 이렇게 잘 자를 수는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쭈그리고 앉아 구경만 하고 무거운 해머를 들고 바위를 깍는 사람은 대개 여자들이었다. 하루 일당으로 얼마나 받는지 물어 보았다. 150루피를 받는다 한다. 이렇게 일하고 하루 2,000원 좀 넘는 금액을 받는다? (Num)까지 도로를 놓는 이 공사는 몇 년 전에 시작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 오로지 사람 힘에 의존해 망치로 돌을 깨고 있으니 년은 걸리겠지.

  

치치라(Chichila)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치치라를 출발하자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꺼내 들었다. 근데 이게 여우비였다. 금방 그치더니 다시 햇빛이 쨍 내리쬔다. 해발 2,100m에 있는 데우랄리를 지나 산길은 내리막을 시작하더니 무레, 눔으로 계속 고도를 낮춘다. 눔의 해발 고도는 1,560m. 눔에 점점 가까워지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우산을 꺼내 들었다.

    

11시간 걸려 도착한 눔은 능선 위에 묘하게 자리잡은 마을이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시간 운행에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만보계를 가지고 온 사람이 오늘 36,000보를 걸었고, 이는 24km에 해당되는 거리라 한다. 빗줄기 속에서 텐트를 쳤다. 포터가 메고 오는 카고백을 기다렸다. 그 안에 있는 침낭이 젖으면 큰일인데 다행히 비닐로 카고백을 둘러싸 비를 맞지는 않았다. 저녁에 닭도리탕이 나왔는데 양이 무척 적었다. 마을에서 닭 두 마리를 간신히 구했단다. 밥은 남았는데 닭도리탕은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새벽 6시까지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전해진 슬픈 소식은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며 언제 올지도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네팔 국내선은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가 운행하다 보니 툭하면 기상조건을 들어 결항을 한다. 공항 앞에 짐을 쌓아 놓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죽치고 있을 수밖에. 한 마디로 좀솜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그 흔한 안내 방송도 없고 어느 누가 나와서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영락없는 후진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모든 신경은 공항 출입문에 쏠려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고, 출입문 가까운 곳에 마냥 머물러 있어야 했다. 참으로 무료한 시간이었고 좀이 쑤셨다. 카고백에 기대 잠을 청하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어수선해지면서 포카라에서 비행기가 떴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포카라로 갈 수 있겠단 희망을 갖게 되었다. 비행기가 도착한다는 사이렌 소리까지 내며 공항도 부산을 떨었지만, 비행기는 끝내 내리지 못하고 되돌아가 버렸다.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렇게 멍하니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지. 느긋하게 마음을 먹자.’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이렇게 손님을 무작정 기다리게 만드는 것 외에는 정말 다른 방안이 없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손님들이 모두 좀솜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무슨 대안이 있을 법 한데 말이다. 하여간 이렇게 하루를 완전히 공친 다음에야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숙소를 시설이 약간 더 좋은 닐기리 호텔로 바꾼 것으로 마음을 풀어야겠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