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악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1.21 [스노슈잉] 요호 국립공원 오하라 호수 ① (11)
  2. 2013.11.06 요호 밸리 백패킹 ②

 

 

갑자기 캐나다 로키가 가고 싶어졌다. 그것도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 말이다. 어제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의 기온이 영하 27도를 기록했고 오늘은 영하 12도란다. 날씨가 풀린다는 예보가 있어 일단 믿기로 했다. 실제 기온과 체감온도는 또 다르니 어느 정도 추위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발길을 로키로 돌렸다. 멀리 로키까지 가는 이유는 밴쿠버에서는 스노슈잉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밴쿠버 산악 지형엔 매년 엄청난 눈이 쌓인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이번 겨울 시즌에는 눈 구경하기가 힘이 들었다. 몇 미터씩 쌓였던 눈이 사라진 것이다. 캐나다 로키에선 스노슈잉을 할 수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문득 지난 가을에 다녀온 오하라 호수(Lake O’Hara)가 떠올랐고, 그러자 마음은 이미 그곳으로 훌쩍 떠나버린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가겠다 따라 나섰다. 안영숙 회장, 전영철 선생 그리고 나 셋이서 2014 1 7일 캐나다 로키로 차를 몰았다. 새벽 5시에 집결해 길을 서둘렀다. 9시간을 운전해 오하라 호수 입구에 도착한 다음에 다시 4~5시간을 스노슈잉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좀 급했다. 아무리 빨리 가도 어두컴컴한 산길을 걷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가는 도중에 주유한다고 두 번인가 차를 세우고 커피 한 잔 마신 것 외에는 일체 쉬지를 않았다. 점심도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해결했으니 말이다. 오하라 호수 진입로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 40. 예상대로 거의 9시간을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나 혼자 줄창 운전을 하고 왔으니 피곤이 겹겹 쌓였으리라.

 

우리는 오하라 호수에 있는 엘리자베스 파커 산장(Elizabeth Parker Hut)에 머무를 예정이다. 원래 계획은 3일을 묵을 생각이었으나 이틀밖에는 예약이 되지 않았다. 이 산장이 편리한 점은 프로판 가스와 버너, 냄비, 식기, , 수저 등 취사도구가 모두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린 식재료만 가지고 들어가면 된다. 텐트와 취사구만 빠져도 백패킹에서 상당한 무게를 줄일 수 있다. 2 3일간 먹을 식량을 나누고 스노슈즈를 신은 뒤 배낭을 메었다. 어깨에 느껴지는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로 오하라 호수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스노슈잉은 우리만 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스노슈즈를 신으니 걷는 폼새가 영 어색해 보였다. 그래도 몇 년만에 다시 신어보는 스노슈즈란 말인가.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스키 트랙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눈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 발이 빠지진 않았다. 기온은 영하 12도라 했지만 바람이 불어 꽤나 쌀쌀했다. 얇은 장갑 하나를 끼었더니 손끝이 시려 견딜 수가 없었다. 장갑 하나를 더 꺼냈다. 이 길은 여름철이면 셔틀버스가 다니는 비포장도로다. 일반인들은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다. 길이 넓고 뚜렷해 길 잃을 염려는 없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다. 날은 어두워지고 그에 비례해 몸은 점점 지쳐간다. 은근한 오르막에 숨이 헉헉 찼다. 배낭 무게에 어깨도 쑤시고 허리도 아프다. 11km 거리가 이렇게 멀 줄이야…… 1km를 남겨놓은 마지막 구간에선 허벅지에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한 마디로 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고양이도 없으니 쉬는 횟수를 늘여 고단한 다리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체력이 떨어지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산행을 시작한 주차장에서 11km되는 지점에 레인저 사무실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 산 속으로 1km를 더 오르면 캐나다 산악회에서 운영하는 산장이 나온다. 산길로 들어설 때는 헤드랜턴을 꺼내 길을 밝혔다. 엘리자베스 파커 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 12km의 거리를 4시간에 걸어온 것이다. 눈길 산행에선 느린 걸음은 아니었다. 산장에는 1 2녀의 캐나다 젊은이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겨울철에도 2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 우리 6명이 쓰기엔 엄청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통나무로 만든 산장은 너무나 좋았다. 고즈넉하고 옛스런 분위기에 심신이 절로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곳에 묵으며 며칠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커다란 행복 그 자체였다.

 

바로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인스턴트 해장국에 찬밥과 떡점을 넣어 죽을 끓였다. 소위 꿀꿀이죽이라 부르는 특별 메뉴가 우리 저녁인 셈이다. 시장이 반찬이었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추위에 떨었던 몸이 좀 녹는 것 같았다. 전 선생이 직접 담갔다는 복분자 술이 한 순배 돌았다. 반쯤 언 차가운 술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속까지 시원해진다. 눈을 녹여 설겆이도 하고 양치질도 했다. 산장 주변을 흐르는 계류가 모두 눈에 가려 식수를 구하려면 눈을 녹여야 했다. 겨울에 야영을 가면 늘 그랬으니 신기하진 않았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젊은 친구들은 난로 앞에 앉아 와인을 기울이며 열심히 수다를 떤다. 장작을 태우는 난로가 있어 전혀 춥지가 않았다. 모두들 피곤했던지 잠자리에 들자마자 금방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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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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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원이 2014.01.21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갑니다! 너무너무이뻐요!

    • 보리올 2014.01.22 0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구요.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평생 한 번은 캐나다 로키를 보셔야 할 겁니다. 진짜 아름답거든요.

  2. 설록차 2014.01.22 0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벤쿠버 이팔청춘 세 분이 9시간의 드라이브후에 4시간 눈위를 걸어서 산장에 도착하셨다구요...
    다른 이의 사진을 찍으려면 일행보다 먼저 움직이셔야겠습니다...
    눈 쌓인 산장에서 복분자 술과 해장국..카~~*

    • 보리올 2014.01.22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x8 청춘이라니 듣기 좋네요. 마음은 늘 이팔청춘 같아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를 않습니다. 전 오지파라 이런 산골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부류입니다. 그곳도 캐나다 로키와 버금가는 자연이 살아있는 나라인만큼 한번 이런 오지 산장 체험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밀포드 트레일은 강추입니다.

  3. 권선호 2014.02.13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야 들어왔네..
    오하라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사진들 보니 환장하겠구먼.

    주차장, 버스 탄 곳, 들어가는 길 주변, Hut 모든게 다 생생하게 기억되는구먼..
    그 Hut에서 잤다니 너무 부럽네..

    • 보리올 2014.02.13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셨는가? 오하라 호수 이야기를 하면 자네가 제일 반가워할 것 같았지. 가슴이 벌렁거린다니 기쁘기도, 미안하기도 하구만. 이 산장은 여름철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은데 겨울에는 그리 어렵지는 않더군.

    • 권선호 2014.02.19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끔 이런 생각도 해본다네...
      오하라는 이제 가보지 말자고..
      혹시 날씨가 좋지 않아 내가 그때 느끼고 또 지니고 있는 그 환상이 깨질까 무서워...ㅎㅎ

    • 보리올 2014.02.19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네의 그런 기분도 이해가 가는구만. 그래도 난 오하라의 여러 가지 모습을 두루두루 보고 싶네.

  4. 박미영 2017.07.15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17년도 2월 뉴질랜드 캐플러 트렉에서 뵀던 부산에 박미영이예요...기억하실지 자신은 없습니다만...
    정말이지 우연히 캐나다 로키 준비중에 글을 읽게 되었어요...ㅋ 긴가민가 했는데..사진을 보니 바로 알겠더군요...ㅋㅋ

    혹시 다시 여행중일수도 있으니 오늘은 안부만 묻습니다.



    • 보리올 2017.07.15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케플러 트랙에서 뵈었던 부산분들 당연히 기억하죠. 이름하고 얼굴이 매칭되진 않지만요. 반갑습니다. 전 현재 유럽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금은 베니스 공항에 있고요. 혹시 캐나다 로키 정보 필요하시면 boriol@naver.com으로 메일 주세요.

  5. 박미영 2017.07.16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네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메일로 연락드릴께요.

 

텐트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빗방울이 굵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리면 텐트 밖으로 나가기가 좀 귀찮아진다. 그렇다고 텐트 안에서 마냥 죽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오전에 키웨티녹(Kiwetinok) 패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패스에 올랐다가 어차피 캠핑장으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비에 젖은 텐트는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배낭 무게에서 텐트만 빠져도 그게 어딘가.

 

어제 건넜던 리틀 요호 계곡의 다리를 다시 건너 첫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진다. 빙하가 만든 모레인 지형을 꾸준히 거슬러 올랐다. 가끔 폭이 넓은 계류를 만나면 위, 아래를 뒤져 건너기 좋은 곳을 찾곤 했다. 캠핑장에서 키웨티녹 패스까지는 왕복 8km. 이 패스는 폴링거 산(Mt. Pollinger)과 커 산(Mt. Kerr) 사이에 있는 안부로 해발 2,450m 지점에 위치한다. 패스 동쪽으론 리틀 요호 밸리가 자리잡고 있고, 그 반대쪽으론 키웨티녹 밸리가 흘러내린다.

 

우리 왼쪽에 있는 봉우리 두 개의 이름이 좀 특이했다. 프레지던트 산(해발 3,138m)과 바이스 프레지던트 산(해발 3,066m). 우리 말로 하면 사장 산과 부사장 산이라 불리는데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1906년 캐나다 산악회(ACC)가 처음으로 결성되었고, 그 해 여기에서 창립 캠프를 열었다. 그 기념으로 인근 산에 캐나다 횡단 철도 부설에 공이 컸던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PR)의 사장과 부사장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나중에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에 그 이름을 붙인 산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사람 이름 대신에 그들의 직책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름을 보니 잠시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다. 커다란 바위를 찾아 그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비가 그치자 다시 오르막 길로 들어섰다. 고도를 높일수록 시야가 트이며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패스 아래에 있는 호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곤 눈으로 덮힌 키웨티녹 패스로 올랐다. 젊은 친구들은 눈 위에서 달리고, 뒹굴고 난리다. 한여름인 7월 말에 이렇게 눈 위에서 뒹굴 수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요호 국립공원은 밴프(Banff)나 재스퍼(Jasper)에 비해 그 유명세는 좀 떨어지지만 산세의 웅장함이나 아름다움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필드(Field)라는 조그만 마을 외에는 공원 내 편의 시설도 없다. 알버타(Alberta)에 있는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산길이 꽤나 한적한 편이다. 물론 타카카우 폭포나 에머랄드 호수의 유명세를 쫓아 차를 몰고 오는 관광객들은 제법 많다. 하지만 우리같이 백패킹에 나서면 관광객은 모두 사라지고 이렇게 청정무구한 대자연만이 우리 앞에 존재할 뿐이다.     

 

캠핑장으로 내려와 텐트를 거뒀다. 이젠 리틀 요호 밸리를 따라 내려선다. 트레일 주변에 여기저기 야생화가 피어 우리를 반긴다. 마폴(Marpole) 호수를 지나 트윈(Twin) 폭포로 향했다. 이 구간 3km는 대부분이 너덜지대였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엄청난 돌사태 지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트윈 폭포는 우리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에 엄청난 천둥 소리와 물보라로 그 존재감를 표시하고 있었다. 물보라를 맞으며 그 앞에 서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이런 낙차를 가진 폭포가 산속에 숨어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트윈 폭포 캠핑장은 트윈 폭포에서 1.5km 떨어져 있다. 평탄한 내리막 길이라 큰 어려움없이 캠핑장에 닿았다. 젊은 친구들은 힘든 기색도 없이 팔팔하기만 했다. 벌써 백패킹에 몸이 적응을 한 모양이다. 운행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일찍 도착했더니 여유가 많았다. 훼일백 리지(Whaleback Ridge)로 돌아왔으면 좀 더 걸었을텐데 날씨가 궂어 바로 내려온 때문이었다. 백패킹에선 오늘처럼 하루 15km 정도 운행하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물이 너무 차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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