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쓰론 서미트를 올라가지 않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대타로 급히 택한 곳이 바로 이 코튼우드 트레일이었다. 킹스 쓰론 트레일에서 멀지 않아 대타로는 제격이었다. 이 트레일은 과거 모피 교역을 위해 해안 지역으로 가기 위한 루트이자, 탐험이나 광물 탐사를 위해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었다. 산행 목적으로 만든 트레일의 전체 길이가 85km로 보통 4일에서 6일은 잡아야 하는 백패킹 코스다. 캐슬린 호수에서 출발해 데자디시 호수까지 한 바퀴 돌아나온다. 트레일로 진입하는 곳과 트레일에서 나오는 곳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미리 차량 안배를 해야 한다. 중간에 있는 루이스 호수(Louise Lake) 캠핑장까지 다녀오려고 해도 왕복 30km에 이르니 적어도 이틀은 잡아야 한다.

 

굳이 이 코스를 당일로 다녀오려면 고트 크릭(Goat Creek)을 지나 5,5km 지점까지만 가는 것이 좋다. 왕복 11km 거리로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우리도 여기까지만 다녀왔다. 오른쪽으로 캐슬린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고, 멀리 루이스 호수의 모습도 보인다. 사카이 호수(Sockeye Lake)로 연결되는 계곡도 볼 수 있는데, 이 사카이 호수는 코캐니 연어(Kokanee Salmon)가 회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코캐니 연어는 홍연어라 불리는 사카이 연어의 변종이다. 강 하류에 댐이 생기면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연어들이 캐슬린 호수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사카이 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변화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코튼우드 트레일은 무척 평화로웠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도 푹신푹신해 너무 좋았다. 비가 내린 후라 숲에서 풍겨져 나오는 약간 비릿한 내음도 기분을 맑게 했다. 나무도 그리 크거나 굵지 않은 관목이 많았다. 그 덕분에 노랗고 붉은 색조를 많이 띄고 있었다. 붉은 이파리를 자랑하는 파이어위드(Fireweed)와 빨간 열매를 맺은 번치베리(Bunchberry)도 산색 변화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것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축복이자 행복이었다. 단풍 외에도 우리 눈길을 끄는 것이 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숲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버섯이었다. 비늘 문양을 지닌 삿갓 형태의 버섯이 능이 버섯이라 해서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렇다고 국립공원 경내에서 버섯을 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저 눈에,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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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8 0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 좋은 하루 되시길.

    • 보리올 2014.02.28 0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의 풍경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합니다. 북극권에 가까운 동토의 땅이지만 대자연이 살아있는 모습은 실로 대단한 곳이지요.

  2. 설록차 2014.03.05 0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구도의 사진 2장..밑에서 2,3번째 사진...
    이 세상 과 저 세상으로 느껴지는데요...화려한 색이 빠진 아래 사진은 신비롭기도 해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ㅎㅎ

 

 

이 트레일은 클루어니 국립공원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우선 자기 체력에 맞추어 킹스 쓰론 서크(King’s Throne Cirque)까지만 가도 되고, 체력에 문제가 없으면 킹스 쓰론 서미트(King’s Throne Summit)에 올라도 좋다. 어느 곳이라도 그 위에서 보는 캐슬린 호수의 모습과 탁 트인 조망이 이름답다 소문이 났다. 산행 기점은 우리가 묵었던 캐슬린 호수 쉘터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코튼우드(Cottonwood) 트레일도 여기서 출발한다. 점심으로 베이글과 계란, 에너지 바를 배낭에 넣고 산행에 나섰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 곧 비를 쏟을 것 같은 날씨였다. 일단 킹스 쓰론 서크까지 올라가 거기서 킹스 쓰론 서미트를 갈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처음엔 캐슬린 호수를 따라 옛 마차길을 걸었다. 중간에 갈림길 두 개가 나오는데 모두 왼쪽을 택하면 된다. 산길엔 가을색이 완연했다. 밴쿠버에서는 이런 가을색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유콘의 가을은 완연히 달랐다. 코튼우드(Cottonwood)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조금 더 고도를 높이자 숲에서 벗어나면서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바위가 잘게 쪼개진 낙석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지그재그로 난 길은 미끄러웠고 샛길도 많았다.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그리 굵지 않아 맞을만 했다. 캐슬린 호수가 우리 눈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날씨가 궂은 것이 좀 아쉬웠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자켓을 꺼내 입었다.

 

킹스 쓰론 서크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는 1,442m. 여기까진 등반고도 548m에 왕복 10km, 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서크라 하면 산으로 둘러싸인 원형 분지를 일컫는데, 이곳 산중턱에 있는 원형 분지가 왕이 앉는 의자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캐슬린 호수의 풍경도 이름다웠다. 킹스 쓰론 써미트도 그리 험봉은 아니었다. 캐나다 로키나 밴쿠버 산에 비해 산세가 그리 위압적이지 않아 별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서미트까지 오르지 않기로 했다. 빗길에 왕복 6km의 리지 등반을 해야 하고, 구름 속에 갇혀 있는 정상에 올라가도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하산을 재촉했다. 비록 가을비가 내리긴 했지만 붉게, 노랗게 물든 가을 산색에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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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7 0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하게 얻어 갑니다~^^

  2. 설록차 2014.03.04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독점이네요...환희에 찬 남자와 개고생인 불쌍한 멍멍이를 빼면요...
    단풍이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나 봅니다...멋~진 풍경, 멋~진 사진이에요...^^*

    • 보리올 2014.03.04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외에는 산길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캐슬린 호숫가에 텐트를 쳤던 저 젊은이 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저 강아지 표정이 매우 밝았었습니다. 주인보다 산에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고생은 아니지요. 다음엔 강아지 표정까지 잡아 보아야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