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 산(Mt. Baker)에서 우리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단연 타미간 리지 트레일(Ptarmigan Ridge Trail)이다. 벌써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갔지만 그래도 매번 다시 찾게 된다.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곳이라 여름철이면 최소 한두 번은 꼭 산행 코스에 넣곤 했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푸른 하늘을 모두 가리진 못했다. 산행하기엔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교사의 인솔 하에 산행에 나섰다. 난 이런 교육환경이 왜 그리 부러운지 모르겠다.

 

베이커는 여전히 위풍당당했다.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영산임이 분명하다. 난 솔직히 베이커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하얀 빙하 사이로 검은 속살을 드러낸 셕샌의 위용도 한 몫을 한다. 우리가 지나는 산기슭에는 잔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산길에도 눈이 녹지 않아 눈을 밟는 구간도 있었다. 이러다가 여름이 다 지나도록 녹지 않을 것 같았다. 콜맨 피너클을 지나 암릉까지 걸었다. 베이커를 감싸고 있는 빙하를 지천에서 올려다 볼 수 있었다. 하산길에 십여 마리의 산양도 볼 수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산양을 여기선 이리 쉽게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베이커의 매력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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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에 살고 있는 부부를 차 한 잔 하자고 불렀다. 어쩌다 화제가 베이커 산(Mt. Baker)을 다녀온 내 소감으로 옮겨갔고, 이번 주말에 자기들을 데리고 베이커 산행을 가자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혼자서만 좋은 곳 다니지 말고 우리도 데리고 가란다. 나도 물귀신 작전으로 조건을 걸었다. 집사람이 산행에 따라 나서면 그러마했더니 그 집 부인의 간절한 청을 집사람도 뿌리치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집사람을 데리고 산을 가게 된 것이다. 전혀 산을 다닌 적도 없는 사람이라 어떨지 걱정은 되었지만 그리 험한 코스는 아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세 집 식구 모두 여섯이 산행에 나섰다. 미국 국경을 넘고 글레이셔(Glacier) 서비스 센터에서 주차권도 구입했다. 오늘 코스도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타미간 리지(Ptarmigan Ridge) 트레일을 타고 콜맨 피너클(Coleman Pinnacle)까지 가기로 했다. 날씨는 청명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이 우리에겐 가장 큰 복병이었다. 그래도 푸르름이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베이커 정상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처음 베이커를 찾은 이웃들도 이 멋진 풍경에 피곤한 줄 모르고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아마 그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콜맨 피너클 아래서 되돌아섰다.

 

산자락에 남아있던 잔설도 대부분 녹아 버렸다. 하지만 머지 않아 이 산기슭이 신설로 다시 뒤덮힐 것이다. 높은 산에는 9월이면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베이커의 산색이 조금 변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산기슭을 덮은 식물들이 절기의 도래를 감지하고 스스로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서둘러 씨를 뿌리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고산 식물들이 자연의 이치를 인간보다 더 빨리 감지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저 아래 산기슭에 산양(Mountain Goat) 몇 마리가 나타났다. 이 녀석들은 주로 벼랑에서 서식하는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내려온 것일까? 녀석들은 우리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듯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고 있다. 나무 그늘도 없는 황량한 초원을 걷는 것이 집사람에겐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산행 거리를 따져도 초보자에겐 결코 짧은 구간은 아니었다. 산행을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며 집사람이 한 마디 툭 던진다. 더 이상 산에 따라가지 않을테니 혼자 열심히 다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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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산(Mt. Baker)을 찾을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눈이 녹고 길이 뚫리는 여름 한철에만 가능하다. 대개 7월부터 9월까지로 보면 되지만 적설량 상황에 따라 6월이나 10월도 가능할 수 있다. 겨울철이면 베이커 지역에 엄청 눈이 오기 때문에 아티스트 포인트로 오르는 접근로가 폐쇄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연평균 강설량이 16m나 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998년에서 1999년에 이르는 동계 시즌에 자그마치 29m의 눈이 내렸다 한다. 단일 시즌으로는 세계 신기록이란다.  

 

운좋게 8월 들어 베이커를 다시 찾게 되었다.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두 개의 산악회, 즉 밴쿠버 한인 산우회와 수요 산우회가 합동으로 산행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름의 산우회가 합동으로 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었다. 산행 목적지는 베이커 산의 타미간 리지(Ptarmigan Ridge) 트레일. 타미간이란 우리 말로는 뇌조, 들꿩이라 부르는 산새를 말한다. 쌀쌀한 날씨의 고산 지대에 주로 서식을 하는데 크기는 비둘기만 하다.

 

지난 번에 이 코스를 다녀온 밴쿠버 한인 산우회 소속의 네 명이 전체 인원을 네 개 그룹으로 나눠 산행을 리드하기로 했다. 나도 한 그룹을 맡았다. 베이커와 그 인근 지역은 노스 케스케이드(North Cascade) 국립공원에 포함되진 않지만, 대신 생태 보전 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몇 가지 제약이 따르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산행 그룹의 규모가 그룹당 12명을 초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인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인원을 나누어 따로 운행을 해야 한다. 우리도 그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나눈 것이다.  

 

해발 1,445m의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간단하게 산행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 산행에 나섰다. 내가 맡은 그룹엔 나이 드신 분들, 산행 초보인 여성들도 있어 속도를 늦춰 천천히 진행을 하였다. 우리 앞에는 만년설을 이고 만산을 호령하듯 베이커가 버티고 있었고, 우리 뒤로는 흰 눈과 시커먼 바위가 절묘하게 대비되는 셕샌이 손에 잡힐 듯 서있다. 이 두 봉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가슴이 뛴다.

 

산허리를 휘감고 이리저리 돌아가는 산길이 아름다웠고 그 부드러운 곡선미에 정감이 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초원을 가로질러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산길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베이커에는 산길 자체도 여유로움이 묻어 난다. 발걸음도 가볍게 산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야생화 군락이라도 만난다면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유있는 소걸음으로 쉬엄쉬엄 걸어 산행 목적지인 콜맨 피너클 아래에 닿았다. 앞서 간 그룹은 저 아래에 있는 암릉까지 간다고 하지만 우리 그룹은 여기서 마음껏 풍경을 즐기다가 돌아서기로 했다. 산자락에 구름이 많이 걸려 있어 멀리까지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선경같았는 지도 모른다. 산자락을 둘러싸고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보라색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여기가 진짜 신선 사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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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찬미맘 2013.02.20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보기만 해도 신비한 산인데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더 놀랍기만 합니다...
    사진이 잘 나오기도 했구요....
    정말 궁금한 산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2. 보리올 2013.02.20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이 마운트 베이커를 보신다고 하니 밴쿠버 인근에 사시는 모양입니다. 정말 멀리서 보면 산신령같은 인자한 면모를 지녔지요. 제가 흠모하는 산 중에 하나입니다.

 

해발 3,285m의 베이커 산(Mt. Baker)은 미국 땅에 속해 있다. 이 산을 가려면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를 밟아 미국 워싱턴 주로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며 사람들은 베이커를 찾는다. 왜냐 하면 밴쿠버와 그 인근의 프레이저 밸리 어느 곳에서나 고개만 들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베이커고, 베이커를 매일 접하는 이곳 사람들에겐 일종의 모산(母山) 같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에겐 그랬다.

 

베이커는 케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s)에 속한다. 미국 워싱턴 주 산악지형 자체가 이 산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면 된다. 케스케이드 산맥의 줄기는 알래스카에서 발원한 해안 산맥에서 가지를 뻗은 것으로, 밴쿠버 인근의 가리발디 산(Mt. Garibaldi)에서부터 시작해 국경을 넘어 베이커와 레이니어 산(Mt. Rainier), 세인트 헬렌 산(Mt. St. Helens)을 지나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진다. 베이커는 이 산맥의 북단에 위치해 있는데 주능선에서는 조금 서쪽으로 치우쳐 있다.

 

베이커 산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레일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타미간 리지 트레일(Ptarmigan Ridge Trail)을 꼽는다. 오르내림도 그리 심하지 않고 거리도 적당하다. 산행 기점부터 콜맨 피너클(Coleman Pinnacle)까지 왕복 16km에 등반고도 400m를 올린다. 소요시간은 대략 7시간. 이 트레일을 걸으며 베이커와 셕샌 산(Mt. Shuksan)을 바라보는 조망은 한 마디로 끝내준다. 고산 특유의 풍경과 식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후덕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인다고나 할까. 산행 초반부터 벌어진 입을 내내 닫지 못했다.

 

산행 출발점은 아티스트 포인트. 차로 오를 수 있고 주차 공간이 넓다. 산행 초반에는 682번 체인 레이크(Chain Lakes) 트레일을 타고 걷는다. 급경사 초원지대를 트래버스하고 테이블 산(Table Mountain)의 하단부를 가로 지른다. 길이 뚜렷하고 평탄하다고는 하지만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잔돌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2km쯤 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왼쪽 길을 택한다. 오른쪽은 체인 레이크 트레일(Chain Lakes Trail)이고 왼쪽이 우리가 가는 683번 타미간 리지 트레일이다.  

 

연두색과 초록색이 적당히 섞인 초원지대, 야생화 군락, 7월인데도 군데군데 남은 잔설 등이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대단했다. ,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덧 콜맨 피너클 아래에 섰다. 여기가 우리의 목적지였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좀 더 진행하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베이커를 지척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암릉에 이르기 때문이다. 

 

암릉으로 연결된 마지막 오르막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거저 대할 수는 없는 법. 미끄러운 설원과 돌밭을 지나 콧등에 땀이 맺힐 때가 되어서야 공룡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카로운 능선 위에 올라섰다. 눈 앞에 깎아 지른 절벽이 나타나고 그 건너편에는 베이커의 웅장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정상을 살짝 드러내고 우리를 맞는 베이커. 그저 머리 속이 멍해지며 할 말을 잊었다. 베이커에 대한 첫 인상이 강하게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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