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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2 랑탕 트레킹 - 11
  2. 2013.10.11 랑탕 트레킹 - 10 (2)

 

내리막 일색일 것이란 예상이 이번에도 보기좋게 깨졌다. 쿠툼상부터 바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능선길이라 해서 마음을 놓았는데 그 능선길이 계속해서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쿠툼상을 벗어나자, 임시 천막을 설치하곤 의료봉사에 여념이 없는 현장을 발견했다. ‘CAN’이란 영국 단체가 주관하고 있었는데 무슨 의미냐 물었더니 ‘Community Action Nepal’의 준말이란다.

 

의료봉사 현장을 둘러볼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 영국인 월(Wall)이란 친구가 나와 우리에게 직접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이렇게 의료진을 데리고 봉사를 올 정도면 재원도 장난이 아닐텐데 기부금을 통해서 봉사를 실현한다니 부럽기도 했다. 어느 캠프에는 눈 수술을 받은 할머니들 십여 명이 천막 안에 앉아 있었다. 의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에게 의료봉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리라.

 

부식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제부턴 부득이 매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식 예측을 잘못한 요리사를 힐책할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리마도 이제 경력이 쌓였으니 꾀를 낼만도 하겠지. 그 동안 열심히 봉사했으니 이제 휴가를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대행사에도 따지지 않기로 했다. 칩링(Chipling)의 경치좋은 로지에서 차파티로 간식을 했다. 이렇게라도 네팔 음식에 적응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골프반장(Golfbyanjang)은 아이들이 많아 좋았다. 나에겐 사진 모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산자락에 다랑이논도 많고 아이들 입성도 좋아 보였다. 점심으로 모모(만두)와 볶음밥, 스프를 시켜 먹었다. 맛이 좋기에 주인을 불러 음식 솜씨를 칭찬했더니 나중에서야 니마가 직접 요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쩐지 기대 이상이라 했더니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에게 바가지 씌우는 금액을 모두 지불해야만 했다. 우리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었지만 주인네 식재료를 섰다는 이유로 말이다. 요리사가 따로 뒷돈을 받았나?      

 

능선을 걸으며 여기서 바라보는 산자락이 꼭 우리 나라 야산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첩첩이 중첩되어 뻗어나간 모습이라니능선을 따라 오르내림을 계속했다. 쉽게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히말라야의 속셈인 것 같았다. 사막 지역에나 있을 법한 선인장이 몇 그루 보이고 용설란도 꽤 많이 보였다. 히말라야에 용설란이라니 참으로 의외였다. 우리가 지나온 고산 지역과는 식생이 상당히 달랐다.

 

트럭 한 대가 마을 가운데 세워져 있는 파티반장을 지났다. 이 산골 마을까지 트럭이 들어온다니 놀라웠다. 아이들 십 수명이 트럭 위에 실린 화물에서 놀고 있었다. 트럭이 아이들 놀이터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해발 1,800m인 파티반장에서 고도를 300m 올려 시소파니(Chisopani)에 닿았다. 닭을 세 마리 구입해 우리와 스탭이 반씩 나눴다. 니마가 맛있는 닭도리탕을 만들어 왔다. 히말라야 닭은 마당에 풀어놓고 길러 살이 질긴 편이지만 맛은 뛰어나다. 거기에 니마의 솜씨까지 가미가 되었으니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숙면을 위해 9시까지 버티다가 함께 야간 데이트를 나가자 청했다. 상현달에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절로 흥이 오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산길을 걸었다. 흥에 겨워 노래도 불렀다. 랑탕 트레킹을 끝내는 우리들의 조그만 자축 파티였다. 우리의 시끄러운 합창에 호주에서 온 마이클이란 친구가 밖으로 나왔다가 우리에게 노래 한 곡을 청한다. 우리가 부르던 노래가 듣기 좋아 나왔다며 웃는다. 그래서 또 한 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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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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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녘 수탉 한 마리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훈련소 신병처럼 벌떡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로지 식당에서 만난 이스라엘 청년들 셋은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른단다. 배낭 크기가 장난이 아닌 것을 보아선 요리사나 포터를 쓰지 않고 고행에 나선 친구들이다. 속으론 좀 부러웠다.

 

이제부터는 줄창 내리막인줄 알았는데 계곡으로 내려섰다간 타데파티(Thadepati)까지 가파르게 올라선다. 내리막 길에 오르막이 나오면 좀 짜증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타데파티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 되었다. 타데파티부터 다시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능선 상에서 시샤팡마(Shishapangma)를 볼 수가 있다며 지반이 정상부가 매끈하게 보이는 먼 봉우리 하나를 가르킨다. 8,000m급 고봉 중에 가장 낮은 산으로 온전히 티벳 땅에 속해 있는 산이다. 비록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충분히 감격에 겨웠다.   

 

지반이 가르킨 또 다른 봉우리는 1992년 타이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한 현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제 지난 탑이 그 때 죽은 일본인 한 명을 추모하기 위해 가족들이 세운 위령탑이라 한다. 어제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탑을 지나치면서 고인을 추모라도 했을텐데 지반은 타이밍을 맞추는데 좀 서툰 듯 하다. 네팔에서는 신분이 무척 높은 귀족 출신이라는데 말이다.  

 

망겐고트(Mangengoth)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헬남부(Helambu)로 갈리는 길이 여기서 나뉜다. 쿠툼상(Kutumsang)까지는 무척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쿠툼상 들어서는 길목에 폐허 상태로 방치한 빈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여 년간 정부군과 마오이스트 반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낮에는 정부군에게 시달리고 밤이면 반군에게 얻어 맞는 일이 계속되니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 까닭이다. 지리산 빨치산 토벌 당시의 우리 나라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쿠툼상은 능선에 자리잡은 큰 마을이었다. 전기도 들어오고 사람들 입성도 풍족해 보였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표정에도 구김살이 없었다. 모처럼 로지에서 찬물로 샤워도 했다. 전등이 있으니 식당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좋았다. 또 하루가 흘렀다. 내일 하루 더 산에서 묵으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 산을 내려가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매미가 성장을 위해 허물을 벗듯 나는 히말라야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벗으며 성장통을 이겨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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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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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12 0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물을 벗어 성장통을 이겨 낸다? 사춘기도 아니고 자신의 더 많은 발전을 위해 노력? 내지는 향상
    할수있는 모색을 찾아 본다라고 사료 되내요...
    사춘기의 growing pain 그런것 인가요? 아니면 다른뜻?.....


    석양 무렵의 대나무 모습, 너무 아름다와요,,,

  2. 보리올 2013.10.12 0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 생각이 많이 나시는 모양이네요. 신체적인 성장도 있지만 정신적인 내면의 성장통도 있다고 봅니다.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라고 보면 되지요. 전 히말라야에서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