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몬트리올(Old Montreal)에 도착했지만 여기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차장을 찾는다고 헤매다가 좀 늦게 노틀담 바실리카 대성당에 닿았더니 엄청난 줄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레이져 쇼를 하는데 최소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여기저기 구시가지를 걷기로 했다. 일행들에게 대성당의 화려한 내부 장식을 보여주지 못 해 좀 아쉽긴 했다. 우중충한 날씨 탓에 도심 풍경도 칙칙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몬트리올에 오면 맛보라는 푸틴(Poutine)을 먹어보기로 했다. 감자튀김 위에 그레이비 소스와 치즈가 얹혀져 나왔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푸틴에 비해 그다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비싸기만 했던 것 같다. 차를 몰아 퀘벡시티로 향했다.

 

프랑스 탐험가였던 사무엘 드 샹플렝(Samuel de Champlain) 1608년에 건설한 도시가 바로 퀘벡시티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답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아 중세 유럽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들지만, 난 이곳을 몇 번 다녀간 적이 있어 호기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도깨비>란 드라마가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한국이나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도깨비에 나왔던 장소는 예외없이 젊은 남녀들로 붐볐다. 딸아이 역시 스마트폰으로 촬영지를 검색해선 나보고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샤토 프롱트낙(Chateau Frontenac) 호텔 안에 있는 우체통과 시타델로 오르는 언덕, 프티 샹플렝 거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용품 가게까지 돌아보았다. 졸지에 도깨비 촬영지 가이드가 된 셈이다.

 

올드 퀘벡(Old Quebec)의 어퍼 타운을 먼저 보기로 했다. 성벽 안으로 들어서 샹플렝의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다가섰다. 저 아래론 크루즈가 정박한 부두가 눈에 들어왔다. 퀘벡시티의 랜드마크라 할만한 샤토 프롱트낙 호텔도 들어가 보았다. 꽃과 호박, 인형으로 할로윈 장식을 한 시청사와 대주교좌 성당인 노틀담 대성당을 보곤 성벽 아래 세인트 로렌스 강가에 자라잡은 프티 샹플렝 거리로 내려섰다. 공예품을 파는 선물가게와 부티크에 레스토랑까지 외관을 아름답게 꾸며놓아 진짜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이런 문화적 컨텐츠가 있기에 도깨비 제작진이 여길 촬영지로 골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편의 드라마로 인해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보니 드라마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딸아이와 나까지도 그 영향으로 여길 왔으니 더 말하면 뭐하랴.



퀘벡의 음식으로 알려진 몬트리올 푸틴은 유명세나 가격에 비해선 맛은 별로였다.




어퍼 타운은 고풍스런 건물로 가득차 있어 마치 중세 유럽을 걷는 듯 했다.

샹플렝 동상이 있는 광장에선 부두가 내려다 보였다.




퀘벡시티의 아이콘인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도깨비에서 비석이 세워져 있던 곳으로 많이 나왔던 언덕배기에도 올랐다.



할로윈이 멀지 않은 시점이라 시청사 앞에는 꽃과 호박, 인형으로 할로윈 장식을 해놓았다.



1647년에 지어져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통하는 노틀담 대성당은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다.

심지어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거리의 화가들이 미술품을 전시하며 판매를 하고 있었다.


 

성벽 아래에 있는 로워 타운으로 내려가는 길


5층짜리 건물 외벽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 안에는 수백 년에 걸친 퀘벡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공예품점이나 부티크, 레스토랑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프티 샹플렝 거리에도 도깨비에 나온 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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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17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도깨비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내가 순간순간 장면을 보여줘서 보긴 봤어요! 캐나다 관광청도 대한민국의 드라마 힘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것 같아요~!

    • 보리올 2017.11.19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퀘벡시티에서 도깨비를 촬영하는데 캐나다 관광청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들었다. 그 덕분에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보았을 것으로 본다.



딸아이를 데리고 퀘벡시티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몽 트랑블랑(Mont Tremblant). 한번 다녀간 곳이라고 산세와 마을이 눈에 익었다. 여긴 캐나다 단풍을 대표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단풍으론 온타리오의 알공퀸 주립공원과 쌍벽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몽 트랑블랑은 스키 리조트로 개발된 곳이다. 산자락에 리조트 시설이 꽤 넓게 자리잡고 있음에도 자연과 잘 어우러져 그리 요란스럽진 않았다. 혹자는 이 스키 리조트가 캐나다에서 가장 크다고 하며 밴쿠버 인근에 있는 휘슬러와 비교하기도 한다. 두 군데를 모두 다녀온 사람에겐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휘슬러는 해발 2,160m의 산세에 슬로프 200개를 가지고 있는 반면 몽 트랑블랑은 해발 875m, 슬로프 95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캐나다 로키에 145개의 슬로프를 가진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도 있다.

 

트랑블랑 호숫가에 있는 부두에서 보트 뒤로 펼쳐진 몽 트랑블랑 산자락의 단풍을 먼저 만났다. 붉으죽죽하고 노르스름한 단풍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안에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파스텔 풍의 마을이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부터 둘러본 뒤에 무료 곤돌라를 타고 어퍼 빌리지로 올랐다. 광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와 인공암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많았다. 단풍이 만개한 숲길을 걸어 산중턱까지 걸어 올랐다. 알록달록한 단풍과 파스텔 풍의 마을이 어우러져 한층 기품을 뽐냈고, 눈 아래 트랑블랑 호수 건너편으로는 또 다른 단풍이 펼쳐졌다. 하늘의 시샘인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차로 돌아와 몬트리올로 향했다.





보트가 계류된 부두에서 호수 건너편으로 펼쳐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울긋불긋한 산자락을 지척에 두고 호숫가를 걷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우리 모두 관광객 모드로 전환해 가게를 기웃거리며 느긋하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 어퍼 빌리지엔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의외로 많았다.





돈을 내고 타는 곤돌라 대신에 산중턱까지 두 발로 걸어올랐다. 트랑블랑 호수를 배경으로 둔 아름다운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차를 가지고 카지노로 올랐다. 마을에서 본 단풍보단 훨씬 가까이서 단풍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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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15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이 지은 건물들도 다 단풍이 든 것 같아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는 것이 좋습니다!

    • 보리올 2017.11.16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이 지은 인공물이 많으면 대체적으로 자연과 부조화를 보이는데, 몽 트랑블랑은 그 두 가지가 꽤 잘 어울리는 곳이지.



이제부턴 중간에 어딜 들르지 않고 곧장 오타와로 가기로 했다. 우리 관심사인 캐나다 동부의 단풍 구경은 오타와에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사스캐처원과 매니토바를 지날 때도 커피나 식사를 위해 잠시 멈추었을 뿐, 구경은 모두 뒤로 미뤘다. 사스캐처원으로 들어와 메이플 크릭(Maple Creek)에 도착했더니 기름은 떨어졌는데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한 트럭 운전자에게 다음 주유소를 물었더니 한 시간 반은 더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부득이 그 옆에 있는 허름한 모텔에 투숙을 해야 했다. 캐나다에 살면서 시설이나 청결이 이렇게 엉망인 곳은 처음이었다. 바닥엔 바퀴벌레가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심지어는 침대 시트에서도 바퀴벌레가 나왔다.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집사람 눈에 바퀴벌레가 띌까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니토바를 지나 온타리오에 들어서니 호수와 구릉, 그리고 숲도 나타났다. 대평원 지역과는 달리 풍경에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버밀리언 베이(Vermillion Bay)란 조그만 마을에서 캐빈을 얻어 하루 묵었다. 여긴 그런대로 시설이 좋아 본전 생각이 나진 않았다. 선더베이(Thunder Bay)를 지나 17번 하이웨이 좌우로 펼쳐진 노란 단풍에 넋이 나가 좀 과속을 했던 모양이다. 위장 경찰이 우리 차를 세웠다. 90km 구간을 114km로 달렸다고 딱지를 떼였다. 우리가 선뜻 잘못을 인정한 덕분인지 24km 초과를 16km로 깍아주고 그에 따른 벌금도 95불에서 55불로 낮춰주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두 시간 더 가면 단풍이 멋진 구간이 나오니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경찰을 만나다니 솔직히 벌금이 아깝지 않았다.

 

아가와 캐니언(Agawa Canyon)으로 가는 단풍 열차로 유명한 수생마리(Sault Ste. Marie)에서 하룻밤을 묵고는 오타와로 차를 몰았다.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에 오타와에 도착해 막내딸을 만났다. 딸의 안내로 오타와 시내로 나갔다. 오타와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인구도 90만 명으로 캐나다에선 큰 편에 속한다. 토론토와 킹스턴, 몬트리올과 퀘벡시티 등 네 개 도시가 수도가 되기 위해 격렬히 대립하자,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그 가운데 한 도시를 택하지 않고 온타리오와 퀘벡 경계에 있는 오타와를 수도로 정했다고 한다. 도심으로 들어가 리도 운하와 국회의사당, 충혼탑을 대강 둘러보고는 타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선 유명한 식당인지 현 트뤼도 연방수상을 비롯한 유명인사와 주인이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있었다.



 

사스캐처원 초입의 메이플 크릭에서 하루 묵은 모텔은 외양도 허름하지만 내부또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온타리오로 들어서 버밀리언 베이란 마을에서 캐빈을 구해 하루 묵었다.


매일 아침이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마을에서 팀홀튼스 커피 한잔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20분이 지난 커피는 버리고 새로 내린다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다.




선더베이를 지나 트랜스 캐나다 17번 하이웨이를 달리는데 도로 옆으로 노란색 단풍이 연이어 나타났다.


규정속도를 초과해 달렸다는 이유로 선더베이의 위장 경찰에게 딱지를 받았다.




오타와 도심의 야경도 제법 화려한 편이었다.


오타와 강과 온타리오 호수를 연결하는 리도 운하는 겨울철이면 그 일부가 아이스링크로 변한다.


페어몬트 샤토 로리에 호텔(Fairmont Chateau Laurier Hotel)


국회의사당 건물 앞에 설치된 캐나다 탄생 150주년 기념조형물


컨페더레이션 광장에 있는 충혼탑




저녁 식사를 한 로얄 타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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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13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떻게 그런 모텔이 있을 수 있죠? 정말 놀랐습니다. 저도 경찰들한테 들은게 있는데 자기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과(?)를 하면 오히려 경찰들이 선처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으셨네요!

    • 보리올 2017.11.15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 말이다. 나도 캐나다 살면서 이렇게 시설이 형편없는 곳은 처음 보았다. 기름이 떨어져 오갈데 없는 손님들 받으며 근근히 살아가는 것 같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