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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산티아고 순례길 20일차(폰페라다~베가 데 발카르세) 밤새 비가 오더니 새벽에서야 그쳤다. 어느 새 비가 일상이 되었다. 파스타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이영호 선생이 다리에 통증이 심해 걷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두열 선생에게 먼저 간다고 작별을 고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구름의 이동이 심상치 않았다. 어제 구경했던 도심에서 좁은 골목길을 지나 폰페라다를 빠져 나왔다. 폰페라다 외곽으로 나왔을 때 일출이 시작되었다. 두꺼운 구름과 묵중한 산세에 가려 일출은 그다지 볼 것이 없었다.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도로를 지나고 구획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마을을 빠져 나오니 한적한 시골길이 시작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르키는 표식도 새로워졌다. 지자체마다 개성있는 디자인을 택하기 때문에 획일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건물들이 큼직큼직한 캄..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6일차(로스 아르코스~로그로뇨) 어제 파스타를 만들어준 젊은이에게 아침을 함께 하자고 했다. 팜플로나에서 산 신라면 두 개를 끓였다. 오랜만에 먹는 매콤한 라면이 입맛을 돋운다. 오전 8시 그 친구와 알베르게를 나섰다. 박재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친구는 학군장교 출신으로 중위로 전역한 뒤 지난 1년 6개월간 세계여행을 하고 있었다. 돈이 떨어지면 여행지에서 일을 해 경비를 번다고 했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것도 그와 무관하진 않았다. 그 친구의 장래 꿈을 들으며 길을 걸었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가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어려움이 많겠구나 싶어 걱정도 되었다. 그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7km나 떨어져 있다는 산솔(Sansol)에 도착했다. 내 .. 더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라라소아냐~싸리키에기) 사람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이층 침대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고 밤새 코를 고는 사람에다 연달아 기침을 하는 사람도 있어 알베르게에선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순례의 한 부분으로 빨리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하다. 시도때도 없이 잠에서 깨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워낙 길어 실제로 잠이 부족하진 않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살며시 밖으로 나왔다. 다른 사람들 잠을 깨울까 싶어 고양이 걸음을 하고 말이다. 혼자서 아침을 준비한다. 인스턴트 식품인 시금치 된장국에 어제 구입한 가늘고 짧은 면발을 넣고 끓인 수프가 아침 메뉴였다. 우리 입맛에 맞는데다 씹지 않고 그냥 넘겨도 되는 면발이라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7시 30분에야 배낭을 꾸려 알베르게를 나섰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을 홀로 걷는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