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둥 콜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1.13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9> (2)
  2. 2013.01.08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4>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새벽 5시 기상, 6시 출발로 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 오후에 쉬는 시간이 많다. 그 외에도 나에겐 산길에서 일출을 맞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청정무구 그 자체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름다운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아무 댓가도 없이 무한정 볼 수가 있는 것이다. 해가 떠오른 다음에 출발해서 맞이하는 풍경과는 차이가 있다. 거기에 잠깐씩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우리 일행들은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는 인간의 교만과 허풍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오늘은 속도를 내지 않고 힘들어하는 젊은 후배들을 돌보며 후미로 왔다. 감기 몸살 기운이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배낭을 대신 메기도 하고 조금만 더 힘내라 격려도 보냈다. 베르 카르카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선두는 식사를 마치고 벌써 출발을 하고 없었다. 다시 탕둥 콜라로 내려서는 길.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길을 올라왔나 싶었다. 이 유별난 경사 구간 때문에 다른 코스에 비해 더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탕둥 콜라로 내려섰다. 차가운 강물에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베르 카르카로 오르던 때에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인데 이젠 상황이 다르다. 일주일만에 때 빼고 광을 냈으니 얼마나 개운한지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일주일 동안이나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도 그리 가렵거나 불편하지 않으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난 영락없는 네팔 체질인가? 레테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반갑다. 다리를 건너 갈길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레테 정도면 문명으로의 귀환이라 부를만 했다.

 

지난 번 묵었던 레테 게스트하우스 뒤뜰에 텐트를 쳤다. 내일이면 현지 스탭들이 카트만두로 먼저 돌아가기 때문에 한 대장이 스탭들을 위해 오늘 밤 양을 한 마리 잡으라 했다. 이호준은 양을 잡는 모습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음식 취재의 내노라는 베테랑이니 이 기회를 놓치긴 아깝겠지. 캠핑장에 둘러앉아 양고기 두루치기를 안주삼아 술잔이 돌아간다. 고산병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까닭에 저녁 식탁엔 댓병 소주까지 등장을 했다. 이 무거운 소주를 누가 지금까지 보관을 했단 말인가.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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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해인 2013.01.14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위에서 직접 잡은 신선한 양고기를 안주 삼아 한 잔 원샷하는 느낌은 어떨까요? 비록 저는 양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아주 끝내줄 것 같아요!

  2. 보리올 2013.01.15 0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넌 술도 못하면서 원샷이니 양고기 안주니 하며 술집 분위기만 내냐? 산위에서 마시는 한 잔 술이 부러우면 너도 따라오렴.

 

아침부터 엄청난 양떼가 다리를 건넌다고 소란을 피웠다. 사카이 다니씨 부부를 좀솜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레테에서 본격적으로 산으로 접어들었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와는 딴판으로 길도 좁고 희미하다. 산기슭 옆으로 난 한 줄기 외길을 따라 걷는다. 우리 뒤에선 다울라기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나흘 동안 인적이 끊긴 산길을 걸어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로 오르는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 우리 마음대로 해석을 했다.  

 

작은 마을 두세 개를 지났다. 소를 이용해 쟁기질을 하고 있는 농부도 보았다. 다울라기리를 배경으로 소를 모는 농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면 좀 과장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산은 부쩍 더 높아지고 협곡은 좁아진다. 베이스 캠프에 이르기까지 강 두 개를 건너는 것이 이 트레킹의 가장 힘든 여정이다. 계곡 아래까지 가파른 경사를 내려섰다가 강을 건넌 후 다시 엄청난 경사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묵을 베르 카르카(3,760m)까지는 탕둥 콜라(Tangdung Khola)라는 강을 건넌다. 계곡으로 내려서 아침에 지급받은 삶은 계란과 감자로 점심을 해결했다. 강에 놓였던 나무 다리가 유실돼 신발을 벗고 물을 건너야 했다. 살이 오그라드는 듯한 그 차가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마침 반대편에서 오던 현지인 세 명이 그것을 보곤 물로 들어가 나무를 옮기더니 10여 분만에 뚝딱 다리를 놓는다. 우리 뒤에 오던 사람들은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어졌다.

 

예상했던대로 엄청난 경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퍽퍽한 다리를 끌고 무려 네 시간을 걸어 안부에 도착했더니 바로 거기가 텐트를 쳐놓은 곳이었다. 베르 카르카는 양치기 목동들이 머무르던 장소라 텐트친 장소 위에 한 무리의 양떼가 주둔해 있었다. 양떼 주둔지였단 이야기는 우리 텐트가 그들 배설물 위에 설치됐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텐트 밖에서 스며 들어오는 냄새와 새끼 양들이 우는 소리를 벗삼아 잠을 청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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