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엄청난 양떼가 다리를 건넌다고 소란을 피웠다. 사카이 다니씨 부부를 좀솜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레테에서 본격적으로 산으로 접어들었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와는 딴판으로 길도 좁고 희미하다. 산기슭 옆으로 난 한 줄기 외길을 따라 걷는다. 우리 뒤에선 다울라기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나흘 동안 인적이 끊긴 산길을 걸어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로 오르는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 우리 마음대로 해석을 했다.
작은 마을 두세 개를 지났다. 소를 이용해 쟁기질을 하고 있는 농부도 보았다. 다울라기리를 배경으로 소를 모는 농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면 좀 과장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산은 부쩍 더 높아지고 협곡은 좁아진다. 베이스 캠프에 이르기까지 강 두 개를 건너는 것이 이 트레킹의 가장 힘든 여정이다. 계곡 아래까지 가파른 경사를 내려섰다가 강을 건넌 후 다시 엄청난 경사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묵을 베르 카르카(3,760m)까지는 탕둥 콜라(Tangdung Khola)라는 강을 건넌다. 계곡으로 내려서 아침에 지급받은 삶은 계란과 감자로 점심을 해결했다. 강에 놓였던 나무 다리가 유실돼 신발을 벗고 물을 건너야 했다. 살이 오그라드는 듯한 그 차가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마침 반대편에서 오던 현지인 세 명이 그것을 보곤 물로 들어가 나무를 옮기더니 10여 분만에 뚝딱 다리를 놓는다. 우리 뒤에 오던 사람들은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어졌다.
예상했던대로 엄청난 경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퍽퍽한 다리를 끌고 무려 네 시간을 걸어 안부에 도착했더니 바로 거기가 텐트를 쳐놓은 곳이었다. 베르 카르카는 양치기 목동들이 머무르던 장소라 텐트친 장소 위에 한 무리의 양떼가 주둔해 있었다. 양떼 주둔지였단 이야기는 우리 텐트가 그들 배설물 위에 설치됐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텐트 밖에서 스며 들어오는 냄새와 새끼 양들이 우는 소리를 벗삼아 잠을 청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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