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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3 [멕시코]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8)

 

다시 버스를 타고 멕시코 시티에서 북동쪽으로 50km 떨어져 있는 테오티우아칸으로 향했다. 어제 북부 터미널에 도착해 확인한 바로는 테오티우아칸으로 가는 버스는 아침 6시에 한 대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버스가 하루 한 대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지만 그 젊은이는 분명 그리 이야길 했다. 그래서 새벽부터 서둘러 터미널에 도착해 6시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를 탑승하는데 카운터에서 표를 팔던 친구가 나오더니 운전기사에게 나를 가르키며 뭐라 당부를 한다. 이 버스는 완행이라 여러 곳을 들려 왔고 나 때문에 일부러 게이트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덕분에 테오티우아칸 1번 게이트 바로 앞에 내렸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엄청난 일출이 시작되었다. 높지 않은 아담한 산들이 펼쳐졌고 그 뒤로 붉게 물든 구름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국제 미아가 되기 쉽상일 터. 차 안에서 몇 장 찍는 것에 만족했다. 게이트 앞에 내렸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30여 분 밖에서 기다리며 선인장을 둘러보고, 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첫 손님으로 테오티우아칸에 입장을 했다. 나같은 구경꾼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공원 관리인들만 빗자루를 들고 길을 쓸거나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혼자서 전세낸 듯 여유롭게 유적을 돌아볼 수 있었다. 

 

 

멕시코엔 아직도 테오티우아칸과 마야, 아즈텍 문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테오티우아칸 유적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해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것은 누가 지었는지, 언제 지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같은 유적이다.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8세기까지 존속했던 것으로 보고 있고, 기원 원년부터 500년간 문명의 절정기를 구가했을 것으로 전해진다. 그 당시에 인구 12만 명이 넘게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문명을 만든 사람들은 이 신들의 도시를 남겨 놓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이 유적을 발견한 아즈텍 사람들이 테오티우아칸이라 부르고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 이 유적지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남쪽 끝단에 있는 케찰코아틀 신전(Templo de Quetzalcoatl)으로 향했다. 지금은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지만, 테오티우아칸 유적이 아직 반도 복원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신전이 중심에 위치했을 수도 있다. 넓은 초원에 외곽 담장을 만들어 놓았고 그 안에 작은 피라미드가 몇 개 세워져 있었다. 담장이나 피라미드를 쌓은 돌과 돌 사이엔 회반죽에 작은 돌맹이를 넣었다. 이런 공법을 썼기에 오랜 세월 지진에도 끄떡이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사람 손에 의존했으니 엄청난 공이 들었을 것은 자명한 일. 신전 여기저기에서 케찰코아틀이라 부르던 깃털 달린 뱀신과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했던 비의 신, 틀랄록(Tlaloc)의 조각을 볼 수 있었다. 이 뱀신을 마야인들은 쿠쿨칸이라 달리 불렀다. 여기서도 그 유명한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가 멀리 보인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하늘로 날아오른 열기구가 피라미드 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높이 71.2m에 이르는 크기를 가졌다. 난 피라미드 하면 이집트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집트에는 약 80여 개의 피라미드가 있는 반면, 멕시코에는 10만 개나 되는 피라미드가 있다니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보다 더 큰 피라미드 역시 멕시코에 있다니 놀랄만 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248개 계단을 걸어 꼭대기로 오를 수 있다. 계단이 상당히 급경사라 난간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지역 자체의 고도가 높은 편이라 꽤나 숨이 찼다. 한데 하필이면 내가 갔을 때 마지막 계단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 피라미드를 한 바퀴 돌아 보았다.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올 즈음에야 원주민 장사꾼들과 관광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로 이어지는 사자의 길을 걸었다. 이 길은 인신 공양을 위해 포로들을 끌고 갔던 길인데, 달의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길게 뻗은 중앙대로를 말한다. 12km 길이 중에 4km만 복원이 되었다 한다. 길 양 옆으로 수 십 개의 작은 피라미드들이 늘어서 있어 종교적인 엄숙함이 깃든 곳이었다. 이 사자의 길은 요즘 장신구나 기념품을 팔려는 상인들이 들끓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체험 학습을 나온 한 무리 초등학생들이 내 옆을 지나갔고, 달의 광장에 있는 피라미드에는 고등학생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보더니 어디서 왔는냐 묻는다. 한국 사람이란 말을 듣자, 갑자기 몇 녀석이 피라미드 위에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환호에 나도 손을 흔들어 화답해 주었다.

 

 

 

 

달의 피라미드는 보존을 이유로 중간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다. 여기도 엄청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떤 사람은 아예 엉금엉금 기어 오른다.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테오티우아칸 전체를 조망하기엔 위치가 더 좋았다. 달의 광장에서 똑바로 이어진 사자의 길, 그리고 태양의 피라미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돌 위에 다리를 뻗고 가만히 앉아 꽤 오랜 시간을 명상하듯 시간을 죽였다. 이렇게 세월을 머금은 피라미드에 올라 검은 돌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폐허로 변한 옛 도시를 내려다 보며 이토록 견고했던 도시가 왜 갑자기 멸망했을까 궁금해진다. 가뭄이나 질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전쟁으로 사라졌을까?

 

 

 

테오티우아칸이 자랑하는 피라미드 몇 군데를 돌아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유적지가 크기도 했지만 강렬한 햇빛이 아마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늘진 곳에서 좀 쉬자고 테오티우아칸 안에 있는 박물관을 찾았다. 시티오(Sitio) 박물관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밖에는 선인장 가든과 야외 조각 전시장이 있었고, 건물 안에는 여기서 발견된 테오티우아칸의 유적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옛 사람들 모습도 흙으로 빚어 놓았다. 멕시코 시티로 돌아가기 위해 3번 게이트로 나왔다. 여기를 지나는 버스는 무척 많았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토막잠으로 피곤한 몸을 잠시 쉴 수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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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3.08.03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입이 떡- 벌어지는 진귀한 풍경이네요. 스페인 정복자들한테 발견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에요. 오랜 세월 이렇게 튼실히 보존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2. 보리올 2013.08.03 1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마야 문명이나 잉카 문명과 같은 식민지 전통 문화를 천시하고 유적을 없앤 경우가 많지. 일제 시대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그렇게 당했고. 나라가 힘이 없으면 그런 꼴을 당하는 게야.

  3. 2013.08.09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보리올 2013.08.09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로 연락을 드리지요.

  5. 모니카 2013.08.09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멕시코에도 피라미드가 있었다니 놀라워요. 그런데 이집트의 피라미드 보다는 잉카문명의 유적과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요.

  6. 보리올 2013.08.09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집트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었지만 멕시코 피라미드는 대부분 신전이라 합디다. 기본적으로 태생이 다르단 말이지요, 잉카 문명과는 뭔가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 싶소.

  7. ㅎㅎ 2013.09.23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기 당하신듯. 관광책자보니까 매 30분마다 운행한다고 되어있음.

  8. 보리올 2013.09.28 1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찾아간 버스회사는 새벽에 한 대를 운행했던 것 같고 자주 운행하는 회사는 다른 데였는데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뿐이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하루를 무척 길게 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