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메도우즈'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12.06 [캐나다 BC] 가리발디 호수 (10)
  2. 2014.08.12 파노라마 리지(Panorama Ridge) (6)
  3. 2014.03.16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 (6)
  4. 2013.08.29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 (8)
  5. 2013.08.28 블랙 터스크(Black Tusk) (2)

 

BC주 관광청의 팸투어 마지막 하이킹을 밴쿠버 인근에 있는 가리발디 주립공원(Garibaldi Provincial Park)의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로 정했다. 내가 워낙 자주 다녀간 곳이라 직접 안내를 맡았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에 나섰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는 통상 왕복 18.5km에 소요시간은 6~7시간이 걸린다. 6km 지점에 있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가리발디 호수를 가려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지름길이 더 가깝지만 이번엔 왼쪽길을 택했다. 일행들에게 가리발디 주립공원을 대표하는 블랙 터스크(Black Tusk; 2319m)를 멀리서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 때문에 거리가 좀 더 길어졌고 소요 시간도 더 걸렸다. 등반고도는 920m 정도라 그리 난코스는 아니었다.

 

테일러 메도우즈로 올라섰다. 트레일 옆으로 야생 블루베리가 탐스럽게 익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들이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 하고 블루베리에 손을 댔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아쉽게도 블랙 터스크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블랙 터스크로 가는 길을 따르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다. 가리발디 호수는 그 유명세에 걸맞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비취색 호숫물 뒤로는 하얀 눈을 뒤집어쓴 설산이 빙하를 품은 채 의연하게 버티고 있었다. 가리발디 주립공원에서 블랙 터스크와 더불어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금방 이해가 갔다. 힘들지 않은 산행에서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었다. 한가롭게 호숫가에 앉아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느라 마음만 분주할 따름이었다.

 

산행 기점에 있는 게시판의 지도. 가리발디 호수가 곰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간다.

 

아름드리 나무들로 빼곡한 숲을 지나 꾸준한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하늘을 가린 숲 속이지만 그 속에는 물이 흐르고 각종 식생이 자란다.

 

 

야생 블루베리가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테일러 메도우즈는 고산에 있는 초원지대로 많은 식생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다.

 

호숫물이 흘러나가는 출구에 다리가 하나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가리발디 호수가 눈 앞에 쫙 펼쳐진다.

 

 

가리발디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호수 풍경이 실로 장난이 아니다.

 

 

호숫가나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생들이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가리발디 호수에 오르면 비취색 호수와 설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파라다이스블로그 2018.12.0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 가리발디 호수 전경과 주변 자연 풍경이 너무 아름답네요!
    덕분에 멋진 캐나다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

  2. 글쓰는 엔지니어 2018.12.06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ㅎㅎㅎㅎ 진짜 사보고싶어요 캐나다 ㅠㅠ

  3. arisurang 2018.12.07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답네요. 귀한 자원을 가진 곳. 친척이 살고있어서 전에 캐나다 갔다가 벤쿠버 인근 호수 보고 완전 감동. 저한테, 그건 호수가 아니라 과장해서 작은 바다처럼 보였어요

    • 보리올 2018.12.08 16: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밴쿠버에서 어느 호수를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캐나다엔 호수가 정말 많습니다. 엄청 큰 호수도 많고요. 바다 같은 호수가 있는가 하면 동시에 호수 같은 바다도 있지요.

    • arisurang 2018.12.08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ㅠㅠ 호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요. 그냥 가족들한테 묻어다니느라. 여럿이 몰려다니면 가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더라구요. 생활인들이 시간 내서 구경시켜주는 것도 고맙다면서 얼렁뚱땅 너스레로 일관했지. 사진도 얼굴만 나오게 찍었더라구요. ㅠㅠ

    • 보리올 2018.12.09 0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긴 가족과 여행을 하셨으면 어느 곳을 가느냐가 그리 중요하진 않지요. 캐나다에 대한 인상이 좋았던 것 같아 다행입니다.

  4. 권쓰 2018.12.07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정말 멋지네요 ㅎㅎ 좋은카메라에 멋진 촬영스킬이 더해져서 참 멋드러집니다.

    • 보리올 2018.12.08 16: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멋진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카메라나 촬영기법보단 원래 자연 풍광이 뛰어난 곳이라 이런 사진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답니다. 언제 한번 다녀가시기 바랍니다.

 

밴쿠버에 살거나 어떤 일로 밴쿠버를 들르는 사람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파노라마 리지를 다녀오라 강력 추천한다. 파노라마 리지에서 보는 조망이 가리발디 주립공원에선 최고 경관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일로 파노라마 리지를 다녀오려면 발품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야 한다. 당일로 하기엔 힘에 부치거나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나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에서 하룻밤 캠핑을 하고 그 다음 날 파노라마 리지를 올라도 좋다. 산행 거리는 왕복 30km이고 등반고도도 1,520m나 된다. 소요시간은 대략 10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산행 기점은 가리발디 호수나 블랙 터스크(Black Tusk)를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이다. 주차장을 출발해 가리발디 호수로 오르는 완만한 지그재그 길을 6km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들어서 테일러 메도우즈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숲이 사라지면서 시야가 트이는 테일러 메도우즈에선 블랙 터스크의 뾰족한 첨탑을 처음으로 볼 수 있다. 블랙 터스크 정션에서 계속해 직진을 한다. 헬름 호수(Helm Lake)가 보이는 삼거리, 파노라마 리지 정션에선 오른쪽으로 꺽어 파노라마 리지까지 제법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올라야 한다. 파노라마 리지가 가까워 올수록 발 밑에 돌조각들이 많아진다.

 

해발 2,100m가 넘는 파노라마 리지에 오르는 순간, 지금까지 막혀있던 전방 시야가 거칠 것 없이 탁 트인다. 비취색을 자랑하는 가리발디 호수가 우리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왜 이곳에 파노라마 리지란 이름을 붙였는지 금세 이해가 간다. 가리발디 호수와 그 뒤에 버티고 선 설산들이 한데 어우러져 굉장한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절로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낮게 깔린 구름이 설산을 부분적으로 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 뒤로는 블랙 터스크가 아까 테일러 메도우즈를 지나며 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파노라마 리지를 둘러싼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사는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8.28 0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벤쿠버에 산행모임이 여럿이다 하셨는데 매번 상당한 인원이 참가하십니다...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사진만 봐도 아름다운 호수를 직접 눈으로 본다면~ 상상력 부족입니다 ㅠㅠ

    • 보리올 2014.08.28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은 크고 작은 모임 열댓 개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왔을 당시는 세 개였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상당히 많은 인원인 셈이지요. 사람들 기호가 다양한만큼 자연을 즐기는방법이 많구나 생각합니다.

  2. 양희철 2016.07.30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정성스럽게 쓰신 산행블로그들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벤쿠버에서 북쪽으로 이동해서 로키산으로 넘어가는데요.. 파노라마 릿지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을까요? 아직 30대 후반이라 와이프랑 산행을 즐겨서 하는 편이구요~ 한국에 마등령-공룡능선-신선대로 내려오는 코스도 와이프랑 2-3번 다녀온 적이 있어요.. 왠만하면 산장이나 텐트치고 자는걸 좀 꺼려하는 스타일이에요..ㅎ 작년에 콜로라도에 로키산국립공원 너무 멋있어서 캐나다쪽으로 이번 9월초에 여행루트 짜고 있어요. 정말 멋지네요.. 그리고 부가부주립공원도 엄청 멋지네요.. 거기도 당일치기로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다녀오신 코스정도 생각하구 있구요~ 라쿤이 타이어 갈가먹는거 주변에 철망설치하는 건 개별적으로 준비해서 가져가는건지요? 궁금합니다.. 월래는 로키산만 다녀올려고 하다가 와이프가 여기랑 부가부 멋지다고 가자고 막 조르는데요..ㅠ

    • 보리올 2016.07.30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9월 초면 아주 좋은 계절이네요. 파노라마 리지는 왕복 30km에 이르는 긴 트레일이지만 웬만한 사람이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고 봅니다. 부가부는 캐나다 로키를 여행할 때 하루를 따로 할애해야 합니다. 골든이라는 도시에서 들어가야 하는데 쿠트니 국립공원과 연계해서 다녀오시면 좋습니다. 도로에서 비포장으로 한 시간 이상을 들어가야 하는데 길 찾기가 그리 쉽진 않습니다. 당일 산행 가능하지만 산장에서 하루 묵으면 아주 훌륭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지요. 철망과 나무는 주차장 한 켠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요.

  3. 양희철 2017.08.20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선생님^^ 호주뉴질랜드랑 미서부로드트립 부럽습니다^^ 뭐 한가지 여쭈어 볼 것이 있는데요 작년에 부가부랑 가리발디는 루트가 맞지 않아서 캘거리에서 시작 벤프/요호/자스퍼쪽으로 다녀왔습니다. 이번 가을에 벤쿠버에서 3-4일 정도 머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3곳정도 하루온종일 투자해서 산행을 하려고 하는데요.. 일단 가리발디는 확정인데, 나머지 2곳을 어디를가야되나 조금 고민이 됩니다^^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든곳은 휘슬러의 싱잉패스쪽 뮤지컬범프가 마음에 들구요.. 나머지 한곳은 시모어나 골든이어스중에 고민인데 골든이어스가 더 멋진 것 같습니다. 저의 선택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9월말에 산행계획인데 벤쿠버는 눈이 그때부터 내리겠죠? 작년에 캘거리에 9월 중순에 갔었었는데.. 벤프 설퍼산이 눈으로 하얗게 뒤덥혀 있더라구요^^ 9월에도 눈이 많이 내리는지요? ^______^

    • 보리올 2017.08.20 1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휘슬러 뮤지컬 범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싱잉패스로 오르고 하산은 휘슬러산 정상에서 스키 리프트와 곤돌라 타고 내려오거나 라운드하우스 로지에서 곤돌라 타면 시간을 절약합니다. 가시는 시기에 곤돌라 운행하는지는 사전 확인해 보세요. 골든 이어스는 산행에 12시간이 걸리는 곳이라 우리도 한여름에나 오릅니다. 9월이면 시모어를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즐거운 산행되세요.

 

사람사는 세상엔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시점에 가리발디 주립공원(Garibaldi Provincial Park)의 가리발디 호수를 찾았다. 이 공원 안에 많은 호수가 포진해 있지만 어느 것도 가리발디 호수의 아름다움엔 미치지 못한다. 10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호수의 면적도 결코 작지 않다.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에서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려 늘 옥빛을 띄지만 우리가 간 시점에는 호수가 꽁꽁 얼어 있었다. 미리 예상은 했지만 여기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비취색 호수를 보는 대신 우리는 호수 위에 자연이 만든 하얀 설원을 누비며 마음껏 스노슈잉을 즐길 수 있었다. 연중 어느 때 오더라도 가리발디 호수는 절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린 아이에게 한 아름 선물을 안겨주는 산타클로스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있는 트레일헤드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는 왕복 18.5km에 보통 6~7시간이 소요된다. 등반고도는 920m에 이른다. 하지만 눈이 쌓인 겨울철이라 이번 산행엔 9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가리발디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러블 크릭을 따라 지그재그로 완만한 경사를 치고 오른다. 산행 기점으로부터 6km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오른쪽으로 가면 가리발디 호수로 바로 가고 왼쪽은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간다. 우리의 목적지는 가리발디 호수였지만 테일러 메도우즈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먼 발치에서나마 블랙 터스크(The Black Tusk)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함이었다. 테일러 메도우즈에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서는 트레일이 눈에 가려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길을 찾느라 좀 헤매기는 하였지만 우리는 가리발디 호수 위에 설 수 있었고, 호수 위를 마음껏 거닐 수 있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우리가 호수 위를 걸을 수 있단 말인가.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4.03.17 0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파이어 색 가리발디 호수가 눈에 어른거리는데요..
    여름, 겨울의 멋진 두 풍경을 다 보아야 가리발디를 보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ㅎㅎ

    • 보리올 2014.03.17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운이 좋으십니다. 가리발디 호수의 여름, 겨울의 모습을 다 보셨으니 말입니다. 여긴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밴쿠버를 방문하는 사람에겐 강추하는 곳이죠.

    • 설록차 2014.03.18 0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는 운이 좋아서 사진으로 아름다운 여름 겨울 가리발디 호수를 마음껏 볼 수 있습니다...
      가깝게 살면서 자주 눈으로 보시는 보리올님은 복이 아~~주 많으신거에요...ㅋ

    • 보리올 2014.03.18 0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 점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닐텐데 대자연이 살아있는 나라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으니까요.

  2. Justin 2014.03.18 0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호수 중에서 TOP 3 안에 드는 곳이고 꽤 많이 찾아갔었는데 한번도 꽁꽁 얼은 호수 위를 걸어본 기억이 없네요. 호수 위 설원을 걷는 기분은 어떨런지 궁금합니다.

    • 보리올 2014.03.18 0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 봄에 호수가 녹기 전에 한 번 같이 가자꾸나. 최소한 한 번은 가리발디 호수 위를 신선처럼 걸어보아야 하지 않겠냐. 근데 네 TOP 3 호수가 어딘지 궁금하구나.




가리발디 호수까지만 가도 대단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밴쿠버를 찾는 지인이 있으면 가끔 이곳으로 모시곤 했다. 여기까지 올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면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도 또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 우리나라 산악계의 유명 인물인 남선우 선배가 밴프(Banff)에서 열린 세계산악연맹(UIAA) 연례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가 내 얼굴이나 보겠다고 잠시 짬을 내 밴쿠버에 들렀다. 히말라야 등반이 꿈에서나 가능했던 시기인 1982년에 그는 푸모리(7,145m) 단독 동계 등반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에베레스트와 초오유, 시샤팡마를 올랐다. 하지만 한국인 처음으로 아이거 북벽에 오른 1982년의 쾌거를 통해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딱 하루 산을 찾을 시간이 난다고 해서 자연스레 둘이서 산행에 나선 곳이 바로 이 가리발디 호수였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는 왕복 18.5km 6~7시간이 소요된다. 등반고도는 920m. 해발 1,500m까지 올라간다. 하루 산행에 딱 좋은 곳이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아 좋았다. 러블 크릭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랐다. 길이 갈리는 6km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가리발디 호수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가는데 우린 블랙 터스크를 보려고 일부러 왼쪽 길을 택했다.


테일러 메도우즈를 가로 질러 블랙 터스크 호수를 지나 헬름(Helm) 호수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으니 가리발디 호수까지 왕복하는 거리보다 8km는 더 걸었던 셈이다. 그래도 길이 평탄하고 경치가 좋아 힘든 줄을 몰랐다. 이미 절기는 10월로 접어든 시점이라 초원의 나무와 풀은 붉게, 노랗게 옷을 갈아입고는 겨울 맞을 채비를 마쳤다. 헬름 호수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검은 돌덩어리 블랙 터스크를 만날 수 있었다. 발길을 돌려 아웃하우스 정션에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다. 호숫물이 빠져 나가는 출구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호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캠핑장 주변을 거닐며 호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가리발디 호수는 가리발디 주립공원에선 주옥같은 존재다. 곰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 가리발디 호수가 없었다면 가리발디 주립공원도 빛을 잃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리발디 호수의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들어와 비취색 호수를 만드는데, 고요한 호수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설산이 내려 앉으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흡사 풍경에 압도당하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남선우 선배도 이런 풍경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연신 캐나다 로키보다 더 정감이 간다고 칭찬을 한다. 역시 이곳으로 모시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 들다 - 밴쿠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써스톤 산(Mt. Thurston)  (0) 2013.11.10
데네트 호수(Dennett Lake)  (0) 2013.11.09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  (8) 2013.08.29
블랙 터스크(Black Tusk)  (2) 2013.08.28
맥팔레인 산(Mt. MacFarlane)  (4) 2013.08.27
휘슬러 산(Whistler Mountain)  (2) 2013.08.26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Zet 2013.08.29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리발디 호수.. 장관이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미국보다 더 가보고 싶은 게 캐나다입니다.

    부럽습니다. :)

  2. 보리올 2013.08.29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소견으로는 미국도 땅이 넓고 자연이 다양하지만 캐나다에 비해선 자연스러움이 좀 떨어진다 생각합니다. 캐나다 자연은 날 것이란 느낌이 꽤 강하지요. 언제 한 번 꼭 다녀가시길 권합니다.

  3. 설록차 2013.08.29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속에 있는 호수의 넓이가 어마어마하네요...푸르름에 약간의 색이 더해져 정말 아름답습니다...호수가 많기도 많네요...^^

    • 보리올 2013.08.30 0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나다에 많은 것 중 하나가 호수입니다. 대부분 빙하기가 끝이 나면서 형성이 되었지요. 10 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진 가리발디 호수도 우리 눈에는 엄청 크지만 진짜 큰 호수와 비교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4. 히티틀러 2013.08.29 1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엄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진이네요.
    "캐나다로 관광오세요!" 하는 관광 홍보 책자에 넣어도 될 거 같아요ㅋㅋ

    • 보리올 2013.08.30 0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과찬을 해주시니 뭐라 고맙단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가면 아름다운 사진을 얻습니다. 제가 보증하지요. 언제 시간 되시면 한 번 다녀가시기 바랍니다.

  5. 설록차 2013.08.31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에 가셨는지 새 글이 없어서 오늘은 복습하는 날...ㅎㅎ 확실히 벤쿠버 주변 산의 풍경이 눈도 시원하고 편안하게 보입니다...산,눈,나무, 물...푸르름=젊음...^*^

    • 보리올 2013.08.31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 이틀간 숨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 자료는 엄청난데 글을 적어 올리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몇 년 전에 다녀온 일본 여행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지 않아도 다음 주에 어디를 다녀올 생각입니다. 2주는 블로그 포스팅이 뜸할 겁니다.




블랙 터스크는 그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꽤나 유명한 산이다. 정상은 색깔이 까만데다 뾰족한 탑 모양이다. 마치 코끼리 이빨처럼 날카롭게 위로 뻗어 있어 검은 엄니(Black Tusk)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하늘로 불쑥 솟아오른 형상은 신기하게도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삼각형인가 하면 사각형으로, 그러다가 어느새 원통형으로 모습이 바뀐다. 블랙 터스크는 원래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산이다. 마지막 화산 분출이 있었던 1만 년 전, 분출구에 남았던 용암이 서서히 땅 속에서 굳은 것이 지금의 정상부다. 오랜 세월 침식작용을 거치면서 겉을 싸고 있던 바위와 흙이 떨어져 나가고 가운데 용암 부분만 뾰족하게 남은 것이다.


블랙 터스크를 오르는 일은 건각이 아니면 여간 해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산행 거리만 29km에 보통 10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해발 고도는 2,316m. 우리가 발품을 팔아야 할 등반 고도 1,740m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 힘든 산행에는 한국에서 온 후배, 정용권과 김은광이 함께 했고,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두 여성 산악인이 선뜻 동참을 했다. 다들 경험, 체력 모두 구비한 건각들이라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차를세우고 산길로 접어 들었다. 오랫 동안 고대했던 산행인지라 가슴이 기대감으로 꽉 찬 느낌이었다.

  

지그재그로 완만하게 오르는 산길은 부담이 없어 좋았다. 6km 지점에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들어서자, 시야가 트이면서 블랙 터스크가 한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산색도 벌써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다. 블루베리 나무가 빨간색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했고, 들판도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오묘한 산색 변화에 입이 벌어졌다. 절로 흥에 겨워 콧노래가 나올 즈음, 우리 앞에 조그만 흑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산길로 나와 불루베리를 탐하던 녀석이 우리를 발견하곤 냅다 도망을 친다. 사진 한 장 찍을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말이다.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을 보아선 어미에게서 독립한지 오래되진 않은 둣 했다.


블랙 터스크에 점점 가까이 다가서자, 검은 기둥이 주는 위압감이 상당히 커졌다. 황량한 풍경 속에 엄청 큰 돌덩이 하나가 우뚝 솟아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그 황량함 속에는 다양한 색채가 숨어 있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난 눈길을 확 붙드는 현란함보다 이런 황량함이 오히려 더 좋다. 가슴 설레는 풍경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끄러운 자갈길에도 별 어려움 없이 검은 기둥 아래에 섰다. 여기가 공식적인 트레일 끝자락이기 때문에 보통은 여기서 산행을 끝낸다. 랭리 어느 고등학교에서 왔다는 학생들도 여기서 모두 발길을 돌렸다.


정상까지는 고도 100m를 더 올라야 하는데 서쪽 침니를 따라 오르는 30m 짜리 수직벽이 만만치 않았다. 손으로 잡는 돌들이 흔들리거나 빠지는 경우가 있어 어느 정도 담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정상에 오르는 시도는 각자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결국 은광이와 나만 정상으로 향했다. 돌탑이 세워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무척 뛰어났다. 동으론 치카무스(Cheakamus) 호수와 신더 콘(Cinder Cone), 서쪽으론 스쿼미시 계곡 건너 탄타루스(Tantalus) 연봉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남으론 가리발디 호수가 우리 발 아래 펼쳐졌고, 북으론 스키장으로 개발한 휘슬러 빌리지도 보였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하산하려니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산에 들다 - 밴쿠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네트 호수(Dennett Lake)  (0) 2013.11.09
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  (8) 2013.08.29
블랙 터스크(Black Tusk)  (2) 2013.08.28
맥팔레인 산(Mt. MacFarlane)  (4) 2013.08.27
휘슬러 산(Whistler Mountain)  (2) 2013.08.26
크릭머 산(Mt. Crickmer)  (2) 2013.08.24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8.29 0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벼운 차림으로 저기까지 올라간 사람들이 많네요...경사진 돌산을 줄지어 올라가는 모습,제가 다 아슬아슬합니다...산 속 호수는 그다지 깊지 않을테지요...물 색이 정말 아름다워요...^*^

  2. 보리올 2013.08.29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체험 활동온 고등학생들이 테일러 메도우즈 캠핑장에서 하룻밤 야영하고 그 다음 날 운동화, 반바지 차림으로 블랙 터스크 아래까지 올라왔더군요.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이런 곳에 온다는 것이 신기했고 한편으론 놀랍기도 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