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의 일기 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밤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젖은 텐트와 매트리스를 대충 거둬서 화카파파 홀리데이 파크 리셉션에 맡겼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Tongariro Northern Circuit)에 들면 텐트 대신 산장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오전 9시가 되어서 비가 그치기에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트레일헤드로 걸어갔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 또한 대부분 구름에 가렸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은 왜 그리 강하게 부는지 모르겠다. 비를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비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싶다. 뉴질랜드에 사는 후배가 첫 손가락으로 꼽은 트레킹 명소가 이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였는데 말이다.

 

뉴질랜드에는 아홉 개의 그레이트 워크(Great Walk)가 있다. 북섬 중앙에 있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도 그 가운데 하나다. 43km 길이의 루프 트레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길 찾는 사람들은 대개 2 3일 또는 3 4일에 걷는다. 난 애초부터 2 3일 일정으로 계획을 짜 와이호호누 산장(Waihohonu Hut)과 망가테포포 산장(Mangatepopo Hut)에서 하루씩 묵을 예정이었으나, 망가테포포 산장에 침상을 구하지 못 해 부득이 그 중간에 있는 오투레레 산장(Oturere Hut)에서 하룻밤 묵어야 했다. 그 때문에 둘째 날 구간은 무척 짧았다. 두 시간 걷고는 정오도 되지 않아 하루를 마감해야 했다. 너무나 여유로운 일정이라 오히려 얼떨떨했다. 낮게 깔린 구름과 흩뿌리는 빗방울에 산장 밖으로 나갈 일도 없어 침상에 누워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로 첫발을 디뎠다. 누런 터석(Tussock)이 넓게 자라는 평원이 펼쳐졌고 조그만 크기의 숲도 나타나곤 했다.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황량한 느낌이 강했다. 궂은 날씨 탓일 게다. 정면에 포진한 응가우루호에 산(Mount Ngauruhoe)은 정상만 살짝 보여주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산길 오른쪽으론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지났던 타라나키 폭포 갈림길을 지났다. 폭포를 보러 아래로 내려가진 않았다. 어퍼, 로워 두 개의 호수로 구성된 타마 호수(Tama Lakes) 갈림길에선 어딜 갈 것인지 잠시 고민을 했다. 20분 걸려 로워 타마 호수를 내려다 보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왔다.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어 제대로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터석과 관목이 넓게 자리잡은 평원을 지나 1904년에 지었다는 히스토릭 와이호호누 산장에 잠시 들렀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는 가장 오래된 산장이라 했다. 현재는 사람이 이용하진 않고 전시관으로 쓰는 듯 했다. 4시간 20분 걸려 와이호호누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 걸은 거리가 14.3km.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지형이라 힘들 것도 없었다. 새로 지은 산장은 깨끗하고 널찍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오히네판고 스프링스(Ohinepango Springs)에 다녀왔다. 지하에서 엄청난 수량이 솟는 샘으로 바로 강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강바닥에 녹색의 물이끼가 자라 묘한 색상을 만들었다. 휘오(Whio)라 불리는 블루 덕(Blue Duck)이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물이 깨끗하고 유속이 빠른 곳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산장으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헛톡(Hut Talk)에 지각을 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로 드는 트레일헤드



터석이 많은 지역이라 산색은 노란색과 녹색이 주를 이뤘다.


누런 초원 뒤로는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웅자를 뽐내고 있다.



황량한 풍경 속에 묘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타마 새들(Tama Saddle)


타마 호수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타마 레이크스 정션(Tama Lakes Junction)


로워 타마 호수 전망대



산길은 와이호호누 개울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진다.



지표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식생들


와이호호누 산장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줄곧 이어진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히스토릭 와이호호누 산장



새로 지어진 와이호호누 산장은 시설이 훌륭했다.



엄청난 샘물이 솟는 오히네판고 스프링스(Ohinepango Springs)


아니카(Arnica)로 보이는 야생화가 씨앗을 뿌릴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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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쮜미니~♡ 2017.09.09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싸1빠

  2. 쮜미니~♡ 2017.09.09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저기가고시푸다=~=

    • 보리올 2017.09.09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빠로 답글을 다네요. 댓글이 간단명료하면서도 가고싶은 심정이 잘 담겼습니다.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루어질테니 걱정마십시요.

  3. 농돌이 2017.09.09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여행하셨습니다 부럽!

    • 보리올 2017.09.10 0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산에도 열심히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뉴질랜드 트레킹은 올 3월에 다녀온 기록을 이제사 정리하고 있습니다.

  4. justin 2017.09.28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뉴질랜드 후배라는 분이 저도 만나뵜던 삼촌인가요? 저번에 영상앨범 산 보니까 밀포드 트랙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찍으셨더라구요! 그나저나 화산 근처라서 그런지 주위가 황량한 감이 크네요~! 오히려 Historic 와이호호누 산장 색깔이 더 돋보입니다!

    • 보리올 2017.10.05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클랜드에서 너도 그 친구를 만났나? 그 친구는 <영상앨범 산>에 여러 차례 출연을 했고 허화백님과 집단가출도 몇 차례 했지. 최근엔 호주 40일 여행을 함께 했다고 하더라.

 

산행을 시작해 처음엔 완경사 내리막을 줄곧 걸었다. 트레일헤드에서 6.3km 떨어진 지점에서 삼거리를 만났다. 여긴 대분화구의 바닥이기 때문에 평지나 다름없었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카팔라오아(Kapalaoa) 산장과 팔리쿠(Paliku) 산장으로 가고, 우리는 홀루아(Holua) 산장 쪽으로 좌회전을 했다. 곧 지표면이 울퉁불퉁한 화산석으로 이루어진 구간이 나타났다. 행여 뾰족한 바위에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피가 날 것 같았다. 트레일을 벗어나지 않고 발걸음에 조심을 기했다. 은검초 군락지를 지나는 실버스워드 루프(Silversword Loop)를 탈까 하다가 먼저 간 일행들이 있어 바로 산장으로 직진했다. 홀루아 산장에 도착해 피크닉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곤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평소 같으면 어느 산을 올라 하산할 시간인데 여기선 이제부터 가파른 길을 올라야 했다. 땀을 흘릴 시간이 된 것이다. 단번에 해발 고도 300m를 치고 올라야 했지만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절벽 아래로 넓직하게 자리잡은 평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요동치는 하얀 구름에 풍경이 일부 가렸다. 능선으로 올라서 하이커 픽업(Hiker pick-up)이란 주차장에 도착했다. 좀 황량하긴 했지만 그에 반해 무척 아름다웠던 화산 풍경을 원없이 눈에 담을 수 있었던 환상적인 트레킹을 모두 마친 것이다. 이 코스는 일종의 루프 트레일이라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미리 도착 지점에 차량을 준비해 놓아야 편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으로 오르는 차량을 히치하이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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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피아이 폭포 트레일(Hanakapiai Falls Trail)은 그 유명한 칼랄라우(Kalalau) 트레일에서 갈라지는 일종의 사이드 트레일이다. 당일로 칼랄라우 트레일을 걸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해안길과 산길을 두루 걸을 수 있는 적당한 조합으로 여겨졌다. 케에 비치(Kee Beach)에 있는 트레일헤드에서 산행을 시작해 칼랄라우 트레일을 3.2km 걸으면 하나카피아이 비치를 만난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길지 않은 구간에 열대우림과 계곡, 절벽 그리고 광할한 바다가 펼쳐져 별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산 속으로 들어서 다시 3.2km를 오르면 하나카피아이 폭포에 닿는다. 대나무 숲을 지나고 계류도 몇 차례 건너야 했다. 폭포는 그리 웅장하진 않았다. 조금씩 내리던 빗방울이 폭포가 가까워지니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에도 폭포 아래에서 수영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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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마우스(Greymouth)를 출발해 뉴질랜드 남섬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프란츠 조셉 빙하(Franz Josef Glacier)까지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웨스트랜드(Westland)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는 빙하를 들어가는데도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계곡 곳곳에 폭포가 많았다. 우리 나라에 있었다면 예외 없이 이름을 얻었을텐데 여기선 이름도 없는 무명폭포에 불과했다. 빙퇴석이 널려있는 모레인 지역을 지나 빙하로 접근했다. 빙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빙하 끝단에서 750m 떨어져 있었다. 이 빙하 끝단은 해안선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해발 고도가 300m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빙하 위로는 올라가지 못 했다. 빙하엔 가이드 투어나 헬기를 타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가 12km라 했지만 아래서 보는 빙하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해발 3,755m의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 즉 아오라키(Aoraki)도 구름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데는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6번 하이웨이를 타고 줄기차게 달렸다. 산과 계곡, 호수, 도로, 1차선 다리와 어우러진 풍경이 한가로워 마음이 편해졌다.

 

프란츠 조셉 빙하로 들어가기 위해선 동명의 마을을 통과해야 했다.

 

 

프란츠 조셉 빙하로 들어가는 트레일헤드에 섰다.

 

 

빙하로 접근하는 도중에 계곡으로 흘러 드는 많은 폭포와 마주쳤다.

 

 

 

멀리서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객 한 명은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빙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황량한 모레인 지역을 통과해 빙하로 접근하고 있다.

 

 

프란츠 조셉 빙하를 올려다 보는 전망대에 닿았다. 인형으로 만든 레인저가 우릴 반겼다.

 

우리가 올라온 길을 되밟아 하산을 시작했다.

 

 

 

빌리지에 있는 카페에서 현지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손님이 무척 많았다. 돼지 갈비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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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20 1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빙하가 해발 300미터 정도에 있다고하니 신기합니다. 왠지 빙하는 높은 고산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보리올 2016.05.21 0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깊은 산속이 아니라 바닷가에 있는 산이라 그렇지. 알래스카에선 빙하 끝단이 바다와 닿아 있으니 해발 고도가 제로이기도 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