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Oregon)을 가는 도중에 시애틀(Seattle)을 지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잠시 마운트 레이니어(Mt. Rainier)에 들렀다. 레이니어는 해발 4,392m의 고산답게 멀리서 보아도 웅장하기 짝이 없다. 정상을 오르기 위한 등반 코스나 레이니어 산기슭을 둘레길처럼 한 바퀴 도는 원더랜드 트레일(Wonderland Trail) 외에도 당일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트레일이 무척 많다. 레이니어 지역을 크게 네 군데로 구분한다. 북서 지역에 있는 카본 리버(Carbon River), 북동 지역인 선라이즈(Sunrise), 남쪽의 파라다이스(Paradise), 그리고 남서쪽 롱마이어(Longmire)가 이에 해당하는데, 그 각각이 그 지역의 산행 기점 역할을 수행한다.

 

차를 몰아 선라이즈로 향했다. 선라이즈 지역은 나로서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산 위로 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꽤나 오랜 시간을 운전해 선라이즈 포인트에 닿았다. 주위에 도열한 산세를 일견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다. 레이니어 정상은 구름으로 완전히 가려있었고 사방이 연무가 낀 것처럼 시야가 그리 맑지 않았다. 분명 산불은 아닌데 이렇게 시야가 흐린 것은 아마도 뜨거웠던 여름과 오랜 가뭄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차를 몰아 선라이즈 주차장에 도착했다. 애초부터 염두에 두었던 마운트 프리몬트 트레일(Mount Fremont Trail)을 걷기로 하고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 산행은 마운트 프리몬트에 있는 전망대까지 오르는 것이었다. 이 전망대는 예전에 산불감시용 망루로 쓰였다고 한다. 주차장을 출발해 완만한 오르막 길을 따라 프로즌 호수(Frozen Lake)까지 올랐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는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뭔일인가 싶어 나도 그쪽으로 다가갔더니 흑곰 한 마리가 산기슭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프로즌 호수에서 산길은 꾸준히 오르막이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지역이라 산길이 빤히 보였다. 해발 2,189m에 있는 프리몬트 전망대에 오르니 탁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360도 파노라마 경치가 가슴을 뛰게 했지만 정작 레이니어 정상은 구름 속에 숨어 버려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프로즌 호수로 하산했다. 올라왔던 길로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예상보다 시간이 덜 걸린 관계로 퍼스트 버로스 마운틴(First Burroughs Mountain)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퍼스트 버로스에 오르면 레이니어 정상이 더 가깝지만 여기서도 레이니어 진면목은 볼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발품을 팔면 세컨드 버로스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기로 했다. 배낭도 없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도 꽤 많았다. 퍼스트 버로스에서 글레이셔 전망대(Glacier Overlook)를 경유하여 섀도우 호수(Shadow Lake)로 내려섰다. 여기서 선라이즈 주차장은 금방이었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아도 산행 거리는 7.3마일, 11.7km밖에 되지 않았다. 산행 시간은 네 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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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를 출발해 1 2일의 일정으로 마운트 레이니어(Mount Rainier)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피스 아치(Peace Arch)에서 국경을 넘어 I-5 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시애틀(Seattle)을 지나다 보면 눈 앞에 불쑥 나타나는 산이 바로 레이니어 산이다. 시애틀 동남쪽으로 87km나 떨어져 있지만 워낙 산세가 크기 때문에 바로 코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애틀, 나아가 워싱턴 주가 자랑하는 명산이다.   

 

레이니어 산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성층화산(成層火山)이다. 성층 화산이란 하나의 화구에서 여러 번 용암 분출이 일어나 용암층과 화산 쇄설물이 층을 이루며 겹겹이 쌓여 형성된 화산을 말한다. 이 산의 해발 고도는 4,392m. 케스케이드(Cascade) 산맥에 속해 있는데, 이 산맥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워싱턴 주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1792년 태평양 연안을 탐사하던 밴쿠버 선장이 처음 발견해 영국 해군 제독인 피터 레이니어(Peter Rainier)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

 

웬만한 산행 경력이 있으면 레이니어 산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최소 1 2일의 일정으로 중간에 산장이나 야영장에서 1박을 하고 새벽에 정상에 오른다. 빙하를 가로지르는 구간이 있어 약간 위험하기는 하다. 고산 증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정상을 가려면 대개 남쪽 사면을 타고 오른다.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하고 입산료도 내야 한다. 우리는 산행을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레이니어 산을 한 바퀴 도는 드라이브로 만족해야 했다.

 

 

 

 

 

 

국립공원으로 접근하는 길은 몇 군데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코스는 공원 남서쪽 니스퀄리(Nisqually) 쪽으로 해서 파라다이스(Paradise)로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도 그 루트를 따랐다. 도착한 첫 날, 드라이브를 하면서 파라다이스 인근을 돌아 보았다. 하루 야영을 하고는 산책삼아 해발 2,074m의 파노라마 포인트(Panorama Point)까지 올랐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 한 무리의 산악인들을 만났고, 안개 속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사슴도 보았다. 푸른 초원에는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만개해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레이니어를 빠져나오며 잠시 들른 곳은 박스 캐니언(Box Canyon). 좁고 가파른 절벽 아래 격류가 흐르고 있었다. 35m 위에서 협곡을 내려다 보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 짧은 트레일이 있어 협곡 가장자리로 내려섰다. 빙하가 아래로 이동하면서 바위를 깍아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 곳이 있었다. 바위에 박아 놓은 조그만 철제 명판에 그런 내용을 적어 놓았다. 그런데 어떻게 빙하 지대에 이런 협곡이 생길 수 있는 것인가? 거대한 빙하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폭이 넓은 U자형 계곡을 만드는 것이 상식인데, 이 협곡은 빙하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여행 기록>

Ü 여행 일정 : 밴쿠버를 출발해 2005 7 31일부터 8 1일까지 1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Ü 차량/숙박 : 지인의 미니밴을 이용하였고 텐트를 가져가 야영을 하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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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니카 2013.01.27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속에 홀연히 나타난 사슴의 모습이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똘망한 눈이 눈길을 사로잡는군요.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고 촬영에 응해주는 걸 보면 사슴도 스타기질이 있나봐요..

  2. 보리올 2013.01.27 2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 안개 때문에 사슴이 신비롭게 보였을 겁니다. 여기 동물들은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일정한 거리만 유지하면 도망가지도 않지요. 사람이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