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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8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9
  2. 2013.07.03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5 (2)

 

7시에 기상을 했지만 출발은 10시가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 며칠 전 페리체를 지날 때 일행 몇 명이 능선에 올라 돌을 쌓아 화정이 추모탑을 조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페리체를 떠나기 전에 거길 오르자 의견이 모아졌다. 화정이는 한국여성산악회의 아콩카구아 원정을 대비해 훈련을 받던 중 얼마 전에 북한산에서 세상을 떴다. 우리 <침낭과 막걸리> 식구들에겐 한 가족을 잃는 엄청난 슬픔이었다. 추모탑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마다블람과 타부체, 로부체가 빤히 보이는 곳이었다. 평생을 산사람으로 살았던 친구니 좋아하겠다 싶었다. 돌탑 속 화정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좋은 경치 벗삼아 편히 쉬게나.

 

페리체를 벗어나 전원이 기념 사진을 한 장 박았다. 하산에서 오는 여유 때문일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다 정신이 없다. 산을 오를 때의 긴장감은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하긴 그만큼 힘들게 올랐기에 하산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쇼마레를 지나 팡보체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치 수제비가 일품이었다. 팡보체 고개를 내려오면서 희준, 현조의 추모탑을 다시 찾았다.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한 번 지나간 길이라지만 방향이, 시간이 달라서 그런지 생소한 느낌을 준다. 마음이 여유로워진 탓인지 색다른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산길에서 피어나는 먼지만 없었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그 점이 좀 아쉬웠다. 커다란 티벳 사원이 있는 텡보체에 도착했다. 산 아래에서 가스가 밀려온다. 우리 시야에서 사원도, 로지도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기후가 전형적인 쿰부의 겨울 날씨라고 한다. 여기도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가?       

 

트레킹을 하면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설산 풍경보다는 오고가는 마을에서 순진무구한 악동들을 만나는 것이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은 카메라를 거부하는 녀석들도 나왔다. 히말라야 다른 지역과는 좀 다른 반응이었다. 야크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풍경도 좋았다. 남체 위에 있는 지역에선 이 야크가 주요 운송수단으로 쓰인다. 야크 숫놈과 일반소를 교배해 좁교라는 종자를 얻는데, 이 좁교는 남체 아래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일종의 전국구라고나 할까.

 

호준이와 핀조를 텡보체 사원에 보내 예불 시간에 특별히 화정이 추모제를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라 했다. 예불 중에 링포체 큰스님이 간단하게 화정이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단다. 시주는 알아서 내라고 해서 내 주머니에서 100불이란 꽤 큰 돈이 나갔다. 대원들도 십 여명 넘게 예불에 참석을 했다. 예불은 우리처럼 그렇게 엄숙하지 않아 좋았다. 긴 나팔같이 생긴 악기와 북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엄숙함보다는 자유분방함이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염불 소리는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링포체 큰스님이 화정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식당에선 카드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돈을 딴 사람이 하산해서 저녁 한 끼를 쏘겠다 약조를 하고 시작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거금을 따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필수가 그래도 돈을 좀 딴 모양이었다. 따기는 땄는데 거금을 따지는 않아 한 턱 쏘지 않아도 되니 그것 참 실속있는 친구로군. 제 주머니만 두둑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나야 그런 재주가 없어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하였다. 대신 문경 형님이 맥주를 쏘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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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묘한 설전이 일어났다. 아니, 설전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싸움이란 표현이 맞겠다. 음식을 앞에 놓고 허 대장이 먹은만큼 간다니 많이 먹어둬라는 격려성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박 대장이 즉석에서 받아쳤다. “난 많이 먹고 힘 못 쓰는 놈이 가장 싫더라며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거 많이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눈치껏 조금 먹어야 하는 건지 좀 헛깔리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난 많이 먹으란 쪽에 내 한 표를 던지고 싶었다.

 

팡보체(Phangboche) 가는 길은 처음엔 계곡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는다. 이 코스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나무 숲이 나타났다. 에베레스트만 다섯 번이나 등정했다는 전설적인 세르파 순다레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는 다리를 건넜다. 그는 왜 갑자기 찾아온 돈과 명예를 버리고 훌쩍 세상을 떴을까? 그의 죽음엔 몇 가지 소문이 떠돈다. 마누라 등쌀에 못이겨 진짜로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다리에서 실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다리를 건너며 지금은 떠나고 없는 사람의 이름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팡보체에서 일행들이 모두 발을 멈췄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 코리안 루트를 내려했던 오희준, 이현조 대원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팡보체 길가에 추모탑을 세운것이다. 미리 준비해 놓은 탑에 박 대장이 동판을 끼워 넣어 탑을 완성한 것이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두 친구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 형이라 불러줬던 친구들인데젯상을 차려 놓고 모두 고인에게 절을 올리며 명복을 빌었다. 인당 형님과 박 대장은 여기서 헬기를 타고 먼저 카트만두로 돌아가기로 했다.

 

쇼마레(Shomare)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처음 히말라야에 온 봉주 형님과 사카이 다니씨 걱정을 많이 했건만 의외로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는 두 노익장의 투혼에 내심 감탄하고 있던 터. 어디서 저런 괴력이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 살짝 물어 보았다. 봉주 형님은 뒤에 처지면 아예 포기할까봐 이를 악물고 앞에 나서고 있다 하고, 사카이씨는 꾸준히 운동을 한 덕분에 아직은 큰 어려움이 없다 한다.

 

꾸준히 오르막 길을 걸은 후 계곡을 건너니 바로 페리체(Pheriche)가 보인다. 오늘부터 해발 고도 4,000m 이상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공기 밀도가 약해지고 공기 속에 있는 산소량까지 현격하게 줄어든 만큼 몸에서 슬슬 이상 징후들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속이 메슥거려 토할 같고 머리에 두통이 오기 시작하며 온몸에 힘이 빠지면 일단 고소 증세가 것으로 보면 된다. 웬만 하면 참아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페리체에선 아마다블람의 모습이 가까이 보였다. 지금까지 멀리서 봤던 모습과는 꽤 다른 형상이었다. 에베레스트와 로체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계곡 건너편으로 타부체(Tabuche, 6367m)와 촐라체(Cholache, 6335m), 로부체(Lobuche, 6119m) 등 세 봉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페리체의 해질녘 풍경이 무척 평화롭고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야크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집집마다 밥을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솟는다.

 

우리가 투숙한 히말라야 호텔은 식당이 엄청 컸다. 지금까진 성선이와 한 방을 쓰다가 오늘부터는 정모와 쓰게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엔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아 두 시간 사진 강좌를 열었다. 4,200m의 고소에서 강의를 한답시고 이렇게 말을 많이 하면 고소가 오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긴긴 밤을 짧게 보낼 수 있다면 내 무엇을 마다하랴.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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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27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3.07.27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을 달기가 좀 망설여졌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더 많은 곳을 다닌 것도 아니고 글과 사진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이런 칭찬을 들어야 하는가 싶었거든요. 총량적으로 본다면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그 사람의 기질이나 성향이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전 이상하게 자연에 매료되고 거기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그런 평범한 사람입니다. 설록차님은 제가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장점을 가지고 계실테니 이 세상이 모두 공평하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