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트레킹의 백미라 불리는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은 꽤 유명한 코스로 종종 세계 10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초원부터 빙하까지 다채로운 산악 풍경을 한 자리에서 볼 수가 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은 침봉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푸른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는 소와 양들을 보노라면 여기가 선계인 듯한 생각도 들었다.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해발 4,810m)을 가운데 두고 그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뚜르 드 몽블랑은 총 170km의 길이를 가진 트레일이다. 지리산 둘레길처럼 몽블랑 둘레길이라 보면 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에 걸쳐 있어 산중에서 국경을 넘는다. 전구간을 돌려면 대략 10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우리는 전부 걷지는 못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구간만 골라 6일에 돌았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되지만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첫날 일정은 브레방(Brevent) 쪽으로 잡았다. 샤모니 마을에서 아르브(Arve) 강을 따라 한 시간 가까이 걸어 플레제르(Flegere)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다. 그 덕분에 해발 1,894m까진 너무 쉽게 올랐다. 샤모니 마을 뒤편으로 몽블랑 정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플랑프라(Planpraz)로 향하는 산길 어디에서나 시선을 왼쪽으로 조금 돌리면 몽블랑이 거기 있었다. 이 가슴 떨리는 풍경에 마음이 너무나 행복했다. 플랑프라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해발 2,525m의 브레방으로 오른다. 플랑프라가 해발 1,999m에 있으니 우리 위로 빤히 보이는 브레방까지 그래도 500m를 올려야 했다. 브레방 뒤쪽으로는 녹지 않은 눈이 있었고 암벽에 설치된 사다리도 타야 했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긴 했지만 그리 힘든 구간은 아니었다. 브레방 정상에 섰다. 몽블랑이 바로 눈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로 올라와 정상은 꽤나 붐볐다. 샤모니까진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이용해 편하게 내려왔다.

 

 

아르브 강을 따라 평화로운 오솔길을 한 시간 가량 걸어 플레제르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다.

 

 

 

 

 

 

플레제르에서 플랑프라로 가는 두 시간의 여정은 몽블랑의 위용과 그 주변 능선의 장쾌함 덕분에

참으로 가슴 떨리는 시간이었다.

 

 주요 산행로에는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었다.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은 플랑프라. 몽블랑을 바라보는 조망도 뛰어나지만, 패러글라이딩 할공장으로도 유명하다.

 

 

제법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플랑프라에서 브레방으로 오르고 있다.

 

 

브레방으로 오르면서 산에서 만난 아이벡스(Ibex)와 마멋.

사람을 그리 무서워 않고 오히려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브레방 정상 뒤로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고 다소 가파른 암벽 지대도 나와 발길에 조심을 기해야 했다.

 

 

해발 2,525m의 브레방 정상.

여기선 몽블랑 정상이 지척으로 바라다 보이기 때문에 몽블랑 조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브레방에서 플랑프라까지는 케이블카, 이어 플랑프라에서 샤모니는 곤돌라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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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0.28 0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그냥 전부 예술입니다. 경상도 말로 끝내줍니다.ㅎ
    보리올님은 그냥 취미로 여행다니며 사진을 찍는 분이 아니라, 전문 산악인이자 예술사진 전문가 같은데요.^^
    덕분에 저같은 보통 사람들은 가기 힘든 곳까지 정말 구경 잘하고 있습니다.

  2. justin 2016.11.03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정말 왜 이곳을 갔다오신 어르신들이 샤모니샤모니, 몽블랑몽블랑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모든 사진이 소위 요즘 말하는 인생샷이겠어요! 감탄을 금치 못 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6.11.04 0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풍경이 멋진 곳은 맞지. 인생샷이라 하긴 좀 그렇지만 누구나 굉장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고.

  3. 양희철 2017.07.24 1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에 캐나다여행을 가기전에 우보천리님 블로그 글을 읽고 많은 지식을 쌓고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보지 못한산들도 직접 등산하신 사진들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벅차게 했습니다. 조회수를 의식한 블로그가 아니라 진정한 필요로하는 산에대한 이야기들이 이곳에 올때마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네요^^ 저희부부는 캐나다로키쪽도 기억에 많이 남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BC주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아봇릿지가 가장 인상적이였습니다^^ 알프스여행을 준비중에 있는데 공부해야 될 것이 꽤 많네요.. 취리히에서 시작해서 융푸라우, 마터호른, TMB 10일간의 여정을 계획중에 있는데요 가용시간에 어떻게 최고의 풍경을 보러 사용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보리올 2017.07.24 2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양 선생님!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최고의 찬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조그만 도움이 된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늘 즐겁고 건강하게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예봉산에서 운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홀로 타기로 했다. 전철을 이용해 팔당역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예봉산 들머리로 여기를 택하기 때문이다. 1 코스를 따르면 예봉산 정상까지 3.1km라 적혀 있었다. 산행 안내 전단지로 가득한 철망을 지나 산길을 올랐다.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적하기 짝이 없었다. 가을을 만끽하러 산에 왔건만 벌써 가을은 지나가고 곧 겨울이 다가올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이파리들은 바싹 말라 비틀어져 낙하할 준비를 끝냈고, 땅에는 성미 급한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발목까지 닿았다. 꽤 긴 계단을 올라 정상이 가까워 오면서 한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 건너엔 검단산이, 그리고 한강 위에 놓인 팔당대교도 내려다 보였다. 얼마 걸리지 않아 해발 683m의 예봉산 정상에 닿았다.

 

운길산으로 가려면 적갑산으로 빙 돌아 능선을 타야 했다.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진 7.2km 떨어져 있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한데 내가 느끼는 체감 거리는 이정표에 있는 것보단 훨씬 멀어 보였다. 슬슬 힘이 든다는 의미리라.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주변에선 몇몇 산악자전거족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코스가 MTB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 모양이다. 적갑산을 지나 운길산(해발 610m)에 올랐다. 여긴 사람들로 꽤 붐볐다. 어느 회사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까지 가세하니 너무 시끄러웠다. 엉덩이도 붙이지 못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수종사를 지나 운길산역으로 내려섰다. 하산길이 3km였으니 전부 13.3km를 걸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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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래곤포토 2014.11.19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엔 운길산을 자주 갔었는데
    오래간만에 보니 반갑네요

 

 

진주까지 내려온 김에 박정헌 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이 친구는 사천 출신의 산사람으로 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전형적인 경상도 터프가이 같았다. 그런 그가 2012 8 31일 진주에다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Himalayan Art Gallery)를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을 통해 들었다. 난 그가 열심히 산에나 다니는 산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히말라야 예술에 대한 안목이 이렇게 높은 줄은 미처 몰랐다. 어떤 작품들로 갤러리를 꾸몄을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박대장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바위꾼 중 한 명이다. 알파인 스타일로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던 거벽등반가였다. 지난 2005년인가, 후배 최강식과 둘이서 히말라야 쿰부 지역의 촐라체를 등반하고 하산하다가 최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9일간의 사투 끝에 조난 사고에서 둘 다 살아 돌아온 기적같은 이야기를 <>이란 책으로 엮었다. 물론 그 댓가로 두 사람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야 했다그 후 박대장은 거벽 등반에서 패러글라이딩으로 방향을 전환해 여전히 히말라야를 찾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으로 장장 2,400km에 이르는 히말라야 횡단 비행을 해낸 것이다. 한 마디로 대단한 친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어느 잡지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생각난다. 촐라체 조난 사고 당시의 심경 묘사가 너무나 절절해 그걸 보는 순간 내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난다.    

죽음은 한 순간이다. 크레바스에 빠진 후배를 구하려고 할 때 내 안에서 또 다른 내가 나와서 나를 유혹했다. 또 다른 나는 최강식은 죽었다고 나에게 끝없이 속삭였다. 후배가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죽는 길이고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사는 길이었다. 23m 깊이 크레바스는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다. 후배의 몸무게를 지탱하느라 나도 척추가 나간 상황이라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자일을 끊어야만 내가 살 수 있었다. 크레바스 안에서 후배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오히려 절망했다.”    

 

갤러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전화를 걸어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박대장이 갤러리 문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늦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여긴 한국이 아니라 네팔 박타푸르나 파탄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갤러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했다. 박대장의 안내로 전시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네팔 네와르 건축양식으로 조각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네와르 2층 창틀과 공작새 문양 창틀은 네와르 최고의 목각 장인인 레드 샴 실파카(Radhey Shyam Silpakar)가 기증한 작품이라고 한다. 네팔에서 꽤 유명한 조각들인데 여기서 볼 수 있다니 신기했다. 작품을 고르고 여기까지 가져온 박대장의 노고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그 외에도 박대장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찍은 히말라야 사진과 소품이 걸려 있었다. 그는 히말라야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산사람이 분명했다. 박물관 뒤에 차실을 하나 마련해 놓아 거기서 차 한 잔을 마셨다. <>이란 책에 저자 서명을 해서 건네준다. 오래 전에 사서 읽었던 책이지만 고맙게 받았다. 어떤 연유로 히말라얀 아트 갤러리를 세웠는지 물었고, 그의 비전을 들었다. 그는 네팔 산악 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세우고, 히말라야 예술가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며, 세르파의 탐험 활동을 지원하는 꿈을 이루고 싶다 했다.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달 얼마씩를 후원하는 약정서에 서명을 해서 박대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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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래곤 2013.12.05 1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시품도 중요히지만 좋은일도 하시는군요

  2. 보리올 2013.12.05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일들이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박대장이 갤러리를 오픈한 취지가 좋으니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리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드래곤님도 사진과 여행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 역마살이 대단하신가 봅니다.

  3. 설록차 2013.12.07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향이 가까워 진주에 갤러리를 열었겠지만 위치가 좀 아쉬워요... 서부 경남의 요충지라해도 히말라야 문화를 이해하고 찾아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길 바깥에 위치한 조각 창문틀이 손상되지 않고 잘 보관이 될런지 걱정됩니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든 조각을 보니 예술을 넘어 참선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옮겨온 분의 정성도 대단하구요... 배 건너에 외가가 있고 본적도 진주에 있어 그 일대가 눈에 선합니다...^^

  4. 보리올 2013.12.07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이란 한계는 분명히 있겠죠. 하지만 박대장의 본거지라 이 갤러리를 발판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여러 행사가 치뤄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일이든 열정이 대단한 친구니 잘 꾸려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언제 고향 가시면 한번 들러 보세요.

 

그라우스 산(Grouse Mountain)은 밴쿠버 도심에서의 접근성도 뛰어나지만 산 하나를 전략적으로 개발해 훌륭한 레저 공간으로 변모시킨 점이 내 관심을 끌었다. 여기선 각종 아웃도어를 편리하게 즐길 수가 있다등산과 산악 마라톤은 기본이고 여름엔 헬기 투어, 패러글라이딩, 벌목꾼 공연이나 생태 탐방 등을 즐길 수 있고, 금요일 저녁이면 콘서트도 열린다. 겨울철엔 5m 가까이 내리는  덕분에 스키와 스노보드, 스노슈잉(Snowshoeing), 스케이트, 눈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12월에는 산타클로스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탈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한다. 이 하나를 개발함으로써 인근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다면 이런 공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 라이드(Sky Ride)라는 케이블카가 운행함에도 우리는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를 걸어 오르기를 즐긴다. 산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라우스 그라인드는 좀 예외이다. 기록을 의식해 좀 빨리 걷는 편이다. 스스로 잰 내 기록은 50분대 중반이었다. 숨을 헉헉 내쉬며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는 단순한 오름짓에서 아드레날린이 넘쳐남을 느낀다. 이것이 등반고도 853m를 오르는 그라우스 그라인드의 묘미인 것이다. 체력 단련이 목적인 경우나 시간에 제약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산행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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