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온 산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7.27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④ (2)
  2. 2017.07.26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③ (2)




오버랜드 트랙 상에는 모두 6개의 산장이 있다. 한두 곳을 빼곤 산장 규모가 하루에 허용하는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선착순으로 산장을 이용하는지라 침상 확보는 장담할 수가 없다. 침상을 확보하지 못 한 사람은 그 주변에 조성된 캠핑장에서 야영을 해야 한다. 필히 텐트를 지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일본인 그룹과 경쟁하듯이 출발을 서두른 이유도 야영보다는 산장에 머물기를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펠리온 산장에서 기아 오라 산장(Kia Ora Hut)에 이르는 넷째 날 구간은 8.6km 거리에 3~4시간이 걸렸다. 펠리온 갭(Pelion Gap)으로 꾸준히 올랐다가 기아 오라로 내려서면 되었다. 하지만 펠리온 갭에서 오사 산(Mt. Ossa, 1617m)으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이 있어 오사 정상을 오르기로 했다. 갈림길에 배낭을 내려놓고 오사를 다녀오는 대신 우리는 산장으로 가서 침상을 먼저 확보한 다음에 가벼운 복장으로 오사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 기아 오라 산장 역시 20명 정원이라 침상 확보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가로 걸은 거리가 14.4km에 이르렀다. 그리 쉽지 않은 하루였다.

 

태즈매니아 최고봉인 오사 산은 오버랜드 트랙에서 벗어나 있어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왕복 3시간이 소요된다. 갈림길에 배낭을 놓고 가볍게 오사를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까마귀 일종인 커러웡(Currawong)이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부리로 배낭 지퍼를 연 다음 그 안에 있는 음식을 모두 꺼내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우리가 오사를 오르기 위해 펠리온 갭으로 다시 오르자, 녀석들이 일본 팀의 배낭을 뒤져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았다. 공원 측에선 배낭 커버를 씌우거나 지퍼 두 개를 끈으로 묶으라 권장하고 있다. 산장 주변에선 포섬(Possum)이란 녀석이 관리가 소홀한 배낭에서 음식을 노리기도 한다.

 

펠리온 갭에 있는 물웅덩이엔 살짝 살얼음이 얼어 있었다. 고도가 있는 탓인지 여긴 영하의 날씨를 보인 것이다. 오사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팔랐다. 손으로 바위를 잡고 기어올라야 하는 구간도 많았다. 땀깨나 흘리고 나서 오른 오사 정상은 한 마디로 조망이 끝내줬다. 비를 머금은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지만 않았더라면 바위에 앉아 두 다리 쭉 뻗고 망부석이 되고 싶었다. 이런 장쾌한 산악 풍경을 가지고 있어 오버랜드 트랙이 오랜 세월 명성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멋진 조망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리곤 하산을 서둘렀다.



펠리온 평원에 안개가 내려앉아 오크리 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누런 초원을 지나 성긴 나무 사이를 걷기도 했다.



해발 1,113m의 펠리온 갭에 올랐다. 커러웡에게 당한 일본팀 배낭이 보였다.


오사 산으로 향하는 사이드 트레일




오사 산을 오르며 주변 풍경에 시선이 자주 갔다.


오사 산 정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정상부 마지막 구간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해발 1,617m의 태즈매니아 최고봉 오사 산 정상에 올랐다. 고지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일품이었다.


하얀 나목을 자랑하며 지표에서 자라는 나무


고산 지역의 땅바닥을 덮은 태즈매니아 쿠션 플랜트


기아 오라 산장


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음식을 찾는 포섬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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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1.02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전율이 쫙~ 등산이 너무 가고 싶습니다. 커러웡, 포섬 등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있네요~ 커러웡은 직접 못 보셨어요?

    • 보리올 2017.11.03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다녀오지 그러냐. 아무리 바빠도 운동은 해야지. 커러웡은 우리 까마귀와 비슷한 녀석인데, 오버랜드 트랙에선 흔히 만날 수 있는 조류야.



1953년 오버랜드 트랙을 처음 오픈할 당시엔 매년 1,000명 정도가 이 트랙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매년 8,000~9,000명이 이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연히 환경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에 대한 대책이 논의되었다. 그 방안으로 2006년부터 사전 예약제와 일방 통행제를 실시하고 있고, 하루 입장 인원을 통제하거나 트랙 이용료를 징수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도입된 것이다.

 

장거리 트랙을 걸을 때 날씨가 좋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우리에게 그런 운이 따랐다. 열흘 가운데 7일이 비가 온다는 태즈매니아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우리에겐 꽤나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가을이 무르익는 4월의 청명한 하늘과 약간은 서늘한 듯한 날씨도 우리에게 청량감을 선사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악 지역의 기온도 섭씨 10도에서 20도 사이라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오버랜드를 걷는 마지막 날 하루만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것도 몸이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었다. 날씨가 궂다고 겁을 줘 미리 준비한 비옷과 방수 자켓이 오히려 무색할 지경이었다.

 

셋째 날이 밝았다. 식량이 줄어 배낭이 좀 가벼워지긴 했지만 그에 반비례해 피곤이 쌓였다. 윈더미어 산장에서 펠리온 산장(Pelion Hut)까지 가는 16.8km 여정 또한 그리 힘들지 않았다. 포스 강(Forth River)를 건너기 위해 고도를 730m까지 낮춘 후 다시 고도를 올리지만 그래 봐야 5~6시간 걸리는 거리다. 이 포스 강이 오버랜드 트랙에선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이다. 오버랜드 트랙은 버튼그라스 무어랜드(Buttongrass Moorland)라 부르는 평원만 걷는 것은 아니었다. 유캅립투스와 비치가 많은 어두컴컴한 숲 속을 걷기도 했다.

 

포스 강을 건넌 후 한 시간 만에 펠리온 산장에 도착했다. 36명을 수용하는 크고 깨끗한 산장이 우릴 맞았다. 여섯 명씩 사용하도록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일본 팀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캠핑을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산장으로 들어왔다. 펠리온 평원 건너편에 자리잡은 오크리 산(Mt. Oakleigh, 1386m)의 울퉁불퉁한 산세를 여유롭게 조망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헬기장은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밤에 은하수와 별을 감상하기에 무척 좋았다. 오랜 만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순간이 오버랜드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여기서도 한 무리의 왈라비를 만났다. 사람과 접촉이 많은 탓인지 이 녀석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이 등을 쓰다듬어주면 살포시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즐기는 녀석도 있었다.


아침부터 왈라비 한 마리가 나와 산장을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버튼그라스로 뒤덮인 파인 포리스트 무어(Pine Forest Moor)를 지나고 있다.

마치 하늘 정원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구간이었다.


나무고사리(Treefern)


유칼립투스 나무 줄기



단풍이 많진 않았으나 가끔 붉은 단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운틴 커런트(Mountain Currant)


펠리온 산장



펠리온 산장에서 바라본 펠리온 평원과 오크리 산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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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31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왈라비는 위험한 요소가 많지 않은가봐요? 캥거루는 까딱하면 발차기를 할 수 있다는데 왈라비는 조그많고 귀여워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아보여요~ 펠리온 산장이 다른 산장과는 틀리게 마치 아프리카 야생 초원 위에 세워진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7.11.01 0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반적으로 왈라비는 사람을 보면 바로 도망을 가는데, 산장 주변에서 사람과 접촉한 경험이 많은 녀석들은 좀 다르게 행동하더구나. 사람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