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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3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⑤ (2)
  2. 2014.01.07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④

 

벌써부터 입맛을 잃고 누룽지만 찾는 사람들이 늘어 내심 걱정이 앞선다. 일행들 걷는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고소 적응을 위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소에 몸이 점점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물을 많이 마셔라, 천천히 걸어라 다시 한번 주문을 했다. 토롱 라(Thorong La)까진 며칠 더 고생을 해야 하는데 그 때까지 다들 아무 일 없이 버텨주어야 할텐데……. 피상을 벗어나자 길가에 추모탑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거기엔 우리 나라 영남대 산악부의 추모 동판이 있었다. 1989년 안나푸르나 2봉 원정시 대원 두 명이 사망했다고 적혀 있었다.

 

훔데(Humde)가 멀리 내려다 보이는 날망에 섰다. 마을을 따라 곧게 뻗은 하얀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혹시 저것이 공항 활주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훔데에 공항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기 때문이다. 마을에 도착해서야 그것이 공항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그만 관제탑도 세워져 있었다. 1주일에 두 편의 비행기가 포카라로 연결된다 했다. 우리 일행 중에 어느 누가 도저히 토롱 라를 넘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비행기로 돌아서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또 한 군데의 검문소를 통과했다.    

 

안나푸르나 지역은 티벳과 접경을 이루는만큼 티벳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 길을 걸으며 티벳 불교의 유적 또한 많이 만난다. 그들의 삶이 결코 종교와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도 스님 두 분이 고소 증세도 무척 힘들어 한다. 두통에다 속까지 메슥거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누가 보아도 전형적인 고산병 증세다. 몸이 힘들면 자주 쉬는 게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니던가. 예정보다 일찍 점심 식사를 하자고 일행들을 불러 세웠다. 안나푸르나 3봉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걸음을 멈췄다. 안나푸르나 2봉과 4봉을 거쳐 3봉까지 왔으니 그래도 많이 온 셈이다. 식당 한 켠엔 빛바랜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네 시골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부턴 길가에 얼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자락 폭포에도 하얀 얼음이 매달려 있었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 아니겠는가. 앞으론 보온에도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뭉지(Mungji)란 마을은 안나푸르나 연봉들을 보기에 아주 좋은 위치에 있었다. 안나푸르나 2봉과 3, 4봉이 모두 한 눈에 보인다. 그 동안 2봉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던 4봉까지 뚜렷히 보였다. 브라카(Braka)에 있는 곰파는 규모가 대단했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절이라 했지만 경내까진 들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길가에 세워진 천상천하유아독존상을 돌아나왔다.

 

해발 3,540m에 자리잡은 마낭(Manang)에 도착했다. 토롱 라를 넘기 전에 있는 마을 중에선 가장 큰 동네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를 가는 길목에 있는 남체(Namche)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깊은 산골에 있으면서도 웬만한 편의 시설은 다 갖추고 있었다. 병원도 있고 빵집과 카페도 있었다. 산악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영화관도 있다고 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마을을 한 바퀴 휙 둘러보는 것으로 일차 구경을 마쳤다. 우리는 여기서 하루를 쉬며 고소 적응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다고 로지에서 마냥 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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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팩타민 2014.01.13 1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간만에 트래킹 다녀왔을대가 새록새록 하네요.. ^^
    힘들어도 보는 풍경이 좋아서 가끔 사진을 봐도 두고두고 좋은 곳이 되었어요 ^^

    • 보리올 2014.01.13 1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한 동경이나 향수, 추억을 모두 가지고 계시겠죠. 벌써 히말라야를 다녀오신 모양이군요. 좋은 추억이 되어 삶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침을 먹고는 방에서 버너를 피워 따로 누룽지를 끓였다. 따뜻한 누룽지가 들어가자 뱃속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누룽지 한 그릇에 다들 이렇게 행복해 한다. 행복이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실감했다. 로지를 출발해 다시 길 위에 섰다. 어디서 이 많은 인파들이 쏟아져 나왔을까. 잰걸음으로 우리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눈이 파란 서양인과 그들을 따르는 가이드, 포터들이었다. 좁은 골목에선 정체 현상까지 빚어졌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니면서 교통체증까지 경험할 줄이야 어찌 알았던가. 이렇게 인원이 많으면 로지 잡는데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우리도 포터 한 명을 먼저 보내 숙소를 잡아 놓으라 했다.

 

밤새도록 스님 두 분이 고소 증세로 고생을 한 것 같았다. 자세하게 증상을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표정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었다. 2,700m에서 벌써 증세가 나타났으니 5,400m까지 무사히 올라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간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잘 걷는 편이었다. 점심 식사도 하신다. 다행스런 일이다. 고도계가 정확히 3,000m를 가르키는 지점에서 다들 손가락 세 개를 펼쳐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난생 처음 3,000m 높이까지 오른 이진우 선배과 김우인님에겐 하이파이브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 높이까지 올라온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흔하겠는가.

 

점심을 먹은 두쿠레 포카리(Dhukure Pokhari)에서 피상(Pisang)까지는 불과 한 시간 거리였다. 계곡을 따라 걷던 길이 절벽 아래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늘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골 마을을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아이들이 피곤을 가시게 한다. 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힘을 얻어 다시 걷곤 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피상의 로지에 도착했다. 미리 포터를 보내 숙소를 잡은 덕에 괜찮은 로지를 얻었다.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이 남아 일행들은 방에서 쉬라 하고 혼자 곰파가 있다는 피상 윗마을에 올랐다. 안나푸르나 2봉을 배경으로 일몰을 찍으려 했는데 풍경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볶음밥, 만두, 계란 프라이가 단골 메뉴였다. 달리 고를만한 메뉴가 없었다. 오늘은 모처럼 피자를 시켜봤는데 한 입 깨물고는 바로 후회를 했다. 세상에 이런 피자도 먹어 보는구나 싶었다. 로지 주인에게 마당에서 본 양배추를 삶아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한다. 삶은 양배추를 우리가 들고간 쌈장에 찍어 먹었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우리 입맛을 살린 히트작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치 환각 상태 비슷하게 희한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돈다. 나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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