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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④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4. 1. 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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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는 방에서 버너를 피워 따로 누룽지를 끓였다. 따뜻한 누룽지가 들어가자 뱃속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누룽지 한 그릇에 다들 이렇게 행복해 한다. 행복이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실감했다. 로지를 출발해 다시 길 위에 섰다. 어디서 이 많은 인파들이 쏟아져 나왔을까. 잰걸음으로 우리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눈이 파란 서양인과 그들을 따르는 가이드, 포터들이었다. 좁은 골목에선 정체 현상까지 빚어졌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니면서 교통체증까지 경험할 줄이야 어찌 알았던가. 이렇게 인원이 많으면 로지 잡는데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우리도 포터 한 명을 먼저 보내 숙소를 잡아 놓으라 했다.

 

밤새도록 스님 두 분이 고소 증세로 고생을 한 것 같았다. 자세하게 증상을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표정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었다. 2,700m에서 벌써 증세가 나타났으니 5,400m까지 무사히 올라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간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잘 걷는 편이었다. 점심 식사도 하신다. 다행스런 일이다. 고도계가 정확히 3,000m를 가르키는 지점에서 다들 손가락 세 개를 펼쳐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난생 처음 3,000m 높이까지 오른 이진우 선배과 김우인님에겐 하이파이브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 높이까지 올라온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흔하겠는가.

 

점심을 먹은 두쿠레 포카리(Dhukure Pokhari)에서 피상(Pisang)까지는 불과 한 시간 거리였다. 계곡을 따라 걷던 길이 절벽 아래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늘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골 마을을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아이들이 피곤을 가시게 한다. 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힘을 얻어 다시 걷곤 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피상의 로지에 도착했다. 미리 포터를 보내 숙소를 잡은 덕에 괜찮은 로지를 얻었다.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이 남아 일행들은 방에서 쉬라 하고 혼자 곰파가 있다는 피상 윗마을에 올랐다. 안나푸르나 2봉을 배경으로 일몰을 찍으려 했는데 풍경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볶음밥, 만두, 계란 프라이가 단골 메뉴였다. 달리 고를만한 메뉴가 없었다. 오늘은 모처럼 피자를 시켜봤는데 한 입 깨물고는 바로 후회를 했다. 세상에 이런 피자도 먹어 보는구나 싶었다. 로지 주인에게 마당에서 본 양배추를 삶아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한다. 삶은 양배추를 우리가 들고간 쌈장에 찍어 먹었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우리 입맛을 살린 히트작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치 환각 상태 비슷하게 희한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돈다. 나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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