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아래에 놓인 지하도를 건너 발견기념비(Padrao dos Descobrimentos)로 갔다. 대항해시대를 연 엔리케 왕자(Dom Henrique)의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이 발견기념비는 포르투갈 전성기를 잊지 않으려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몸부림 같았다. 엔리케 왕자는 주앙 1세의 셋째 아들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려는 열망이 강했다. 아프리카 서해안에 여러 차례 탐사선을 보내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려 했다. 물론 그의 생전에 인도 항로를 개척하진 못 했지만 모든 것은 엔리케 왕자의 혜안에 의한 투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대항해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그를 항해왕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53m 높이의 발견기념비 앞에 섰다. 현대식 조형물이라 감동은 좀 덜 했지만 대항해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엔리케 왕자이고, 발견기념비가 세워진 장소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항해를 떠난 자리였다고 한다.

 

발견기념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벨렝탑으로 걸어갔다. 사람들로 꽤나 붐비는 가운데 도로에서는 무슨 마라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벨렝탑에 도착했더니 여기도 입장권을 사려는 줄이 장난이 아니었다. 지레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맘 편했다. 벨렝탑 주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벨렝탑 또한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졌다. 직사각형 모양의 벨렝탑은 마치 테주 강 위에 떠있는 배 같았다. 한때는 세관으로 쓰이다가 나중엔 정치법 수용소로 쓰였다고도 한다. 벨렝 지구를 빠져나오는 길에 길가에 늘어선 건축물들이 눈에 띄었다. 그 생김새도 독특했지만 벽면을 칠한 색상이 화려해 쉽게 눈에 들어왔다. 벨렝에 있는 햄버거 전문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높이가 53m에 이르는 발견기념비가 테주 강가에 하늘 높이 세워져 있다.

 

 

 

발견기념비에 새겨진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앞자리가 엔리케 왕자고, 그 다음이 바스코 다 가마라고 한다.

 

발견기념비 옆에는 1922년 리스본에서 남대서양을 횡단해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까지 날아간

수상비행기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벨렝탑으로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테주 강가 풍경. 무슨 마라톤 행사가 열려 더 혼잡했다.

 

 

 

 

 

외따로 테주 강가에 자리잡은 벨렝탑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벨렝 지구에서 눈에 들어온 건물의 외관과 색채 역시 인상적이었다.

 

 

벨렝의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 옆에 있는 햄버거 전문점 오노라토(Honorato)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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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희 티켓 2019.05.27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담에 한번들려주세요~!




호주 남동부 해안에 태즈매니아(Tasmania)란 섬이 있는데, 이 섬 하나가 호주 연방을 구성하는 하나의 주를 이룬다. 남한의 2/3 크기에 해당하지만 호주에선 가장 작은 주에 해당한다. 이 태즈매니아 주의 주도가 바로 호바트(Hobart). 1804년에 이미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으니 역사로 치자면 호주에선 시드니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라 하겠다. 현재 호바트의 인구는 22만 명을 조금 넘는다. 사실 호바트에 머문 시간은 네댓 시간에 불과했다. 점심 무렵에 도착해 저녁에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했으니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바트의 외곽으로는 나갈 엄두를 내지 못 하고 도심에 있는 살라망카 플레이스(Salamanca Place)를 중심으로 몇 군데 여유롭게 구경을 했을 뿐이다. 푸른 바다와 붉은색을 칠한 선박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하버도 천천히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역사적인 도시답게 살라망카 플레이스엔 사암으로 만든 오래된 건물이 많았다.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건물에 식당이나 공예점, 갤러리가 들어서 옛스런 면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긴 영국의 어떤 도시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펍이나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와 커피, 맥주를 즐기는 인파가 꽤 많았다. 토요일이면 그 유명한 살라망카 마켓도 여기서 열린다. 켈리 계단(Kelly’s Steps) 1839년에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표석에는 1840년이라 적혀 있었다. 살라망카 플레이스와 배터리 포인트(Battery Point)를 연결하는 이 계단을 타고 배터리 포인트로 올랐다. 배터리 포인트는 호바트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가였다. 단아한 모습의 대저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과거에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포를 설치했던 곳인데, 호바트가 한 번도 외세의 침략을 받아본 적이 없어 아쉽게도(?) 포를 발사한 적은 없었다.








카페와 펍, 레스토랑이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살라망카 플레이스는 호바트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임스 켈리(James Kelly)가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는 켈리 계단은 모두 48개의 계단을 갖고 있다.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1818년 포를 설치한 배터리 포인트는 오래된 주택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버 주변을 거닐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바다에 떠있는 선박과 요트를 감상했다.



워터프론트에 위치한 고풍스런 건물엔 호텔과 레스토랑, 부티크, 갤러리, 박물관 등이 늘어서 있다.




워터프론트에 있는 하버 라이츠 카페(Harbour Lights Café)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햄버거와 맥주로 늦은 점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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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6.18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명 이름을 보면 대부분이 영국계라서 그런지 아니면 고향을 그리는 마음때문인지 세계 곳곳에 같은 영국 지명이 많은 것 같아요~ 작명 하기가 좀 귀찮은가봐요~ :)

    • 보리올 2018.06.19 05: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기에 정착한 사람들이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영국의 지명을 쓰는 경우가 많았을 거다. 어떤 지명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중복되는 경우가 많지.



오레곤 주를 벗어나 아이다호(Idaho) 주로 들어섰다. 워싱턴 주나 오레곤 주는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아이다호는 솔직히 첫 발걸음이었다. 아이다호의 주도인 보이시(Boise)부터 들렀다. 인구 21만 명을 지닌 중간 크기의 도시라 다운타운도 그리 번잡하지가 않았다. 발길 가는대로 도심을 거닐며 보이시만의 특징을 찾아보려 했지만 한두 시간 안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파이브 가이스(Five Guys)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먹은 후에 보이시를 떴다. 21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상을 해서 스탠리(Stanley)로 향했다. 21번 하이웨이는 폰데로사 파인 시닉 루트(Ponderosa Pine Scenic Route)라 불리기도 하는데, 시골 풍경이 많은 2차선 도로였고 구불구불해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큰 마을도 나타나지 않고 마땅한 숙소조차 구하지 못 해 강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캠핑을 해야 했다.

 

아이다호의 시골길을 달려 스탠리(Stanley)에 도착했다. 인구 60명의 한적한 산골 마을이지만 3,000m의 고봉들이 줄지어 있고 낚시가 워낙 유명해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호젓함을 즐기고 유유지적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였다. 우리가 스탠리로 들어설 즈음부터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낮게 깔린 구름에 모습을 감춘 것이 좀 유감스럽긴 했다. 소투스 시닉 바이웨이(Sawtooth Scenic Byway)에 속하는 75번 도로를 따라 해발 2,652m의 걸리나 서미트(Galena Summit)를 지나 케첨(Ketchum)으로 들어섰다. 케첨 역시 작은 마을이었지만 리조트가 있어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사실 이 마을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헤밍웨이다. 말년에 여기에 정착해 살다가 196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무덤이 여기에 있어 공동묘지도 둘러 보았다.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해 재빨리 차로 대피를 해야 했다.





아이다호의 주도인 보이시는 미국 100대 도시 끝자락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보이시 도심을 거닐곤 파이브 가이스에서 큼직한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폰데로사 파인 시닉 루트는 산악 풍경이 많아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스탠리는 너무나 한적해 진정한 휴양지다웠다.




베이커리 겸 카페인 스탠리 베이킹 컴패니(Stanley Baking Company)엔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로 꽤나 붐볐다.

커피와 함께 간단한 요리와 시나몬 롤로 점심을 해결했다.





스탠리에서 케첨을 가기 위해 75번 하이웨이를 탔다. 이 도로 또한 소투스 시닉 바이웨이라 불린다.



케첨 공동묘지에 있는 헤밍웨이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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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4.04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다호의 주도치고 도시가 크지는 않네요~ 헤밍웨이도 비록 저 곳에서 자살을 하였지만 그 죽음이 사람의 발길을 몰고 오게 됐네요~!

    • 보리올 2017.04.06 0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다호는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거대한 화산지형이 있어 놀랐다. 다음에 소개하겠지만. 헤밍웨이가 왜 이런 시골까지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 유명인사의 죽음까지도 사람의 이목을 끌다니...

 

포트 렌프류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편이라 그 다음 날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식량이 여유가 있었더라면 트레일에서 하루 더 머무르고 아침 일찍 나오는 것인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기왕 트레일을 빠져 나왔으니 뱀필드(Bamfield)에서 하루 묵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 150명이 살고 있는 뱀필드는 내륙으로 들어온 바다, 뱀필드 인렛(Bamfield Inlet)에 의해 마을이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두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바다를 건너려면 워터 택시를 불러야 한다. 뱀필드는 원래 후아이아트(Huu-Ay-Aht) 부족이 살던 곳이다. 이들의 역사까지 포함하면 10,0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한때는 트랜스 퍼시픽 텔레그래픽 케이블의 서쪽 끝단이었는데, 현재는 그 자리에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Bamfield Marine Sciences Centre)가 들어서 있다.

 

인포 센터에서 뱀필드까지 5km 가까운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다. 한 주민이 콜택시 영업을 한다고 들었지만 부르지 않았다. 우리에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걸은 튼튼한 두 다리가 있지 않은가. 아스팔트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트럭 한 대가 우리 옆에 서더니 원주민 얼굴을 가진 젊은이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걸었냐고 묻는다. 그렇다 했더니 갑자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축하 인사를 건넨다. 이 지역 원주민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축하 인사를 받은 것이다. 화물칸에 타라고 손짓을 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그 친구의 화물이 되어 주었다. 뱀필드 마켓 앞에서 내렸다.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우리 외에는 사람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가끔 눈에 띄는 사람은 주민보다는 하이커나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를 찾는 학생들이었다.

 

뱀필드 센테니얼 파크에 먼저 텐트를 치곤 뱀필드 구경에 나섰다. 바다 외에는 사실 볼거리가 없었다. 포트 알버니(Port Alberni) 행 페리가 들어오는 선착장엔 소형 어선 몇 척이 정박하고 있을 뿐, 선착장 전체가 정적에 쌓여 있었다.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캠핑장을 지나 포장도로 끝까지 갔더니 역시 바다가 나온다. 여기도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호수같이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게 전부였다.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에도 잠시 들렀다. 여기도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해양 과학 센터는 캐나다 서부에 있는 다섯 개 대학과 연계한 일종의 해양 캠퍼스였다. 센터 안에서 학생들이 몇 명 눈에 띄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커피나 한잔 하려고 구내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우리에게도 공짜로 커피와 스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이 작은 친절에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원주민 청년의 호의로 트럭 화물칸에 올라 뱀필드 마을로 갈 수 있었다. 성격이 무척 밝고 유쾌한 친구였다.

 

 

하룻밤 야영을 한 센테니얼 파크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춘 유료 캠핑장이다.

 

포트 알버니 가는 페리가 들어오는 뱀필드 선착장은 한 마디로 적막강산이었다.

 

 

센테니얼 파크를 지나 포장도로 끝에 있는 바닷가. 고요한 수면 위에 비친 주택과 숲의 반영이 예뻤다.

 

 

 

뱀필드의 유일한 식당인 타이즈 앤 트레일스 카페(Tides & Trails Cafe)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먹었다.

 

 

 

 

아침 여유 시간을 이용해 뱀필드 해양 과학 센터를 방문했다. 1972년 문을 연 이 센터는 해양 생물에 대한 연구 조사를 하는

 비영리기관이며, 캐나다 서부 다섯 개 대학의 해양 캠퍼스이기도 하다.

 

과학 센터에서 바다 건너 뱀필드 서쪽 지역을 바라다 보았다. 빨간 칠을 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킹피셔 마리나(Kingfisher Marina)에는 수상 비행기 한 대가 계류 중이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는 셔틀버스가 4시간을 달려 출발점인 고든 리버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한 사람에 운임으로 90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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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07 1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 몸소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해양 과학 센터가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정을 다 마쳐서인지 몸이 노곤했지만 저때는 마음 편하게 아버지와 여기저기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색다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 지애 2017.04.14 0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최신글에 올려야겠기에 다시 올립니다.
    6일 일정 잡고 있는데요~
    일정 계획을 어찌 잡으면 될까요?
    베낭을 최소화한다면 무게가 얼마나 될련지...물론 짐을 꾸리기 나름이겠지만.

    • 보리올 2017.04.18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5박 6일 일정이면 무난한 겁니다. 배낭 무게는 전적으로 어떤 장비를 가져가고 음식을 어찌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15kg 이내로 짐을 쌀 방안을 강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배낭이 무거우면 하이킹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거든요.

 

케이블 카로 월브랜 크릭을 건넜더니 거기서부턴 길이 많이 순해졌다. 남쪽 끝단에 있는 어려운 구간은 이제 끝이 난 모양이다. 숲보다는 해안을 따라 걷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 또한 훨씬 많아졌다. 월브랜 크릭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섰더니 그리 깊지 않은 해식 동굴이 하나 나왔다. 한 시간 정도 쭉 해안을 걸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돋기 시작한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배낭이나 텐트가 젖을까 싶어 우비를 꺼내 입었다. 밴쿠버 포인트(Vancouver Point)를 지났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지나쳤다. 보니야 크릭(Bonilla Creek)엔 조그만 폭포가 있었다. 여기서 캠핑을 하면 오랜 만에 샤워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배낭을 내리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고 해야 피넛 버터를 잔뜩 바른 토르티야 두 개가 전부인데, 이걸 먹고 한두 시간 지나면 금방 허기를 느낀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덩달아 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거센 조류와 해풍을 맞으며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띄었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뿌리를 내리는 선택을 했을까 싶었지만, 이 나무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따라 여기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반대편에서 큰 규모의 그룹이 내려왔다. 일행 중에 꽤 많은 청소년들이 섞여 있는 것을 봐선 어느 단체에서 극기 훈련을 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등대가 있는 카마나 포인트(Carmanah Point)가 눈에 들어왔다. 카마나 크릭(Carmanah Creek)은 케이블 카로 건넜다. 곧 이어 인디언 보호구 안에 있다는 쉐이 모니크(Chez Monique)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이 트레일을 걸은 사람에게서 귀에 따갑게 들었던 이 레스토랑은 천막과 비닐로 지은 가건물이었다. 허접한 외관을 지녔지만 이 식당에선 원주민 노부부가 햄버거와 맥주를 판다. 며칠간 문명 세계의 음식과 단절되었던 하이커들에겐 얼마나 반가운 곳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이곳을 버거 천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헌데 지난 며칠간 폭풍이 몰아쳐 식재료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긴 햄버거도 없고 맥주도 떨어졌다는 의미였다. 콜라로 대신 목을 축여야 했다.

 

등대가 있는 카마나 포인트엔 해안으로 길이 없어 해변 끝에서 사다리를 찾아 숲으로 올라왔다. 44km 지점 표식이 있는 곳에서 잠시 등대로 들어섰다. 빨간 지붕을 한 하얀 등대는 1891년에 세워진 것이라니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계단을 타고 다시 해변으로 내려섰다. 몽돌이 많던 바닷가는 금세 커다란 암반으로 변했다. 오랜 세월 조수에 파여 바위가 다양한 형태로 침식되어 있었다. 울퉁불퉁 조각된 바위를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수가 높지 않은 시각이라 크립스 크릭(Cribs Creek)까지 계속 해안을 걸었다. 거기 있는 캠프 사이트에서 배낭을 내렸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라 먼저 온 사람들의 텐트는 대부분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우린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비를 피해 텐트 안에서 취사를 해야 했다. 먼저 온 젊은이들이 땔감을 구해와 해변에 불을 피웠다. 날씨만 좋았다면 낭만이 넘치는 밤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칙칙한 하늘 때문에 감흥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어슴푸레 날이 밝아왔다.

 

월브랜 크릭엔 트레일 정비요원들이 임시 숙소를 마련해 놓았다.

 

 

숲 속을 걷는 대신 해안을 따라 걸었다. 바닷길이라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숲에 비해 훨씬 편했다.

 

 

 

 

보니야 크릭엔 크지 않은 폭포가 하나 있었다. 푸른 초목과 하얀 포말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바닷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해변으로 밀려온 다시마 줄기, 물고기를 기다리는 그레이트 블루

헤론(Great Blue Heron), 바위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바다사자 등이 차례로 눈에 띄었다.

 

 

줄곧 해변을 따라 걸었다. 멀리 카마나 포인트와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카마나 크릭을 건넜다. 케이블 카 타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버거도, 맥주도 다 떨어졌다는 쉐이 모니크 레스토랑은 우리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대신 초코렛 바와 콜라를 사서 먹었다. 주인 할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젖은 옷도 말렸다.

 

카마나 포인트에 세워진 등대는 누구나 둘러볼 수 있었지만 등대 안으론 들어갈 수 없었다.

 

카마나 포인트와 크립스 크릭 사이는 주로 돌과 바위로 이루어졌다. 조수에 침식된 다양한 모습의 암석을 볼 수 있었다.

 

 

크립스 캠프 사이트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비를 뿌리는 날씨라 캠프 파이어도 별 흥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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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7.01.27 0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부 전합니다
    즐감하고 공감 꾸욱 누르고 갑니다

  2. justin 2017.02.15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때 마셨던 콜라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저도 산길의 진흙탕보다는 해안가의 모래길이 더 편하고 파도 소리와 확 트인 시야를 즐기면서 갈 수 있었습니다~ 햄버거를 못 먹은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3. 나무와숲 2017.06.09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려놓으신 글과 사진을 열심히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유용한 정보가 많아 메모도 하면서요ㅎ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 드립니다^^ 꾸벅~^^

    • 보리올 2017.06.09 1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블로그가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니 솔직히 기쁩니다. 제가 7, 8월은 유럽에 갈 예정이라 님이 WCT를 걸을 때는 여기에 없습니다. 나중에 후일담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