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할한 평야 지대를 가로지르며 버스는 오마(大間)로 향했다. 일본에도 이런 시골이 다 있구나 싶었다. 참마 재배지를 지나며 아오모리가 일본에서 참마 최대 생산지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참마가 뭐 그리 대단한 작물이라고 이렇게 침 튀기며 자랑인가 싶었는데, 자랑이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우엉과 마늘, 사과, 살구, 넙치, 오징어도 그렇다고 한다. 아오모리가 일본의 식재료 생산에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단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인식도 좀 달라진 느낌이었다. , 또 하나가 있다고 했는데 잊을 뻔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곳도 바로 여기라 했다.

 

 

오마는 일본 혼슈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홋카이도가 바다 건너 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일본에선 참치 하면 오마고 오마 하면 참치를 떠올린다. 오마 참치는 이곳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엄청 유명한 브랜드 그 자체다. 오죽하면 참치를 여기선 다이아몬드 마구로라 부를까. 비싼 참치는 한 마리에 우리 나라 돈으로 2억원에 달했다 한다. 참치 1kg100만 원에 이른다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그 비싼 참치를 누가 사고 누가 먹는단 말인가.

 

오마곶(大間崎)부터 둘러 보았다. 지금까지 오마에서 잡힌 참치 중에서 가장 컸다는 440kg짜리 참치를 석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이 석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일본 각지에서, 심지어는 외국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여길 찾는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가 오마를 소개된 이후부터 세계적인 명소로 변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오마를 찾은 때가 마침 1년에 한 번 마구로 축제가 열리는 시기였다. 오마 참치에 대해 뭔가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겠단 기대에 부풀었다.

 

 

 

 

 

 

 

 

오마 마구로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참치 해체쇼가 아닐까 싶다. 행사장은 구경꾼들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소에는 주말에만 한 차례씩 선보이던 구경거리였는데, 축제 기간에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참치 한 마리씩을 구경꾼 앞에서 직접 해체한다. 몇 명이 붙어 용을 쓰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칼의 용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볼만했다. 머리와 같은 특정 부위는 바로 현장에서 구경꾼들을 상대로 경매에 붙이기도 하고, 해체된 참치는 즉석에서 작은 크기로 잘라 포장 판매를 했다. 내 손바닥 크기면 10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은 바닷가 선창에 쳐놓은 천막 식당에서 해결했다. 마을 부녀회에서 축제 기간 동안 임시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한 사람에게 접시 하나씩을 건네주는데 그 안에는 참치와 문어, 조개 등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가져다 자기 앞에 피워놓은 불판 위 석쇠에 구워 먹으면 된다. 직접 참치를 구워 먹는 재미도 있었지만, 참치와 해산물을 불판에 구워 먹으니 실제로 맛도 좋았다. 석쇠에서 풍기는 참치 굽는 냄새도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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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부장 2015.02.09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참지를
    검색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허영만 선생님의 블로그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ㅎ
    식객26권에 있는 사진이랑 똑같에서
    깜작 놀랐습니다

    • 보리올 2015.02.09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거 죄송해서 어쩌지요? 이 블로그는 허영만 화백님의 블로그가 아닙니다. 저는 허 화백님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데 그분과 함께 아오모리를 둘러보고 쓴 여행기록이지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따라 아오모리(靑森)에 다녀왔다. <식객>이란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와 함께 하는 여행인지라 아무래도 아오모리 명소를 돌며 그 지역의 특산물, 요리와 맛집, 그리고 온천 순례가 주종을 이뤘다. 일본은 네 개의 큰 섬, 즉 홋카이도와 혼슈, 시코쿠, 규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혼슈(本州)는 일본의 중심부라 할만하다. 아오모리 현은 그 혼슈의 최북단에 자리잡고 있다. 쓰가루(津輕) 해협을 가운데 두고 홋카이도와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오모리의 인구는 144만 명이라고 한다.  

 

한적한 시골 대합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해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 여행에 큰 부담은 없었다. 세관 검사는 예외없이 전수 검사를 한다. 아직도 일본 입국은 깐깐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마중을 나온 현지 지자체 직원들이 아오모리 지역 방언으로 인사를 건넨다. 요구키타네시(Yogukitaneshi)! 어서 오라는 의미인데 우리가 많이 듣던 이랏샤이마세와는 어감이 완전히 달랐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오는 길에 아오모리의 자랑거리인 사과밭을 만났다. 차도 밖에 안전 시설로 설치한 철제 프레임에도 사과를 만들어 넣었다. 사과 하면 아오모리의 아이콘이라 하지 않는가. 무슨 까닭으로 아오모리 사과가 그리 유명할까 궁금하던 차에 타이밍도 절묘하게 캔으로 된 사과 주스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이것 마시고 정신 차리란 말인가, 아니면 곰곰히 좀더 생각해 보란 의미겠지? 사과보다도 더 우리 시선을 끈 것은 고쇼가와라(五所川原) 시내로 들어서면서 발견한 욘사마, 즉 배용준의 광고 사진이었다. 예기치 못한 욘사마 환영 인사가 반가웠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고쇼가와라의 네푸타관이었다. 고쇼가와라는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네푸타 축제를 여는 곳이다. 아오모리 현에서 무려 40군데나 네부타 축제를 열지만 그 중에서 바로 이 고쇼가와라가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다. 종이와 철사, 나무를 사용해 삼국지나 수호전 등의 무사 형상을 한 인형을 만드는데 이것을 네푸타라 한다. 고쇼가와라에선 이 네푸타로 매년 8 2일부터 8 7일까지 축제를 연다고 한다.  

 

각종 네푸타를 끌고 시가 행진을 벌이는 것이 네푸타 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도로를 가로 지르는 도심의 모든 전깃줄을 걷어내 지하에 묻었단다. 그 때문에 도시가 무척 깨끗해 보였다. 이 네푸타는 종이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라 비, 바람에 무척 취약하다. 비가 오면 찟기고 바람이 심하면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축제가 진행된 지난 11년 동안 한 번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분 날은 없었다고 한다. 안내를 맡았던 네푸타관장 오니시 씨는 이 모두가 신의 은총 덕분이라 했다.

 

하나를 새로 제작하면 그 이전 것 중에 하나는 폐기를 해서 항상 세 개만 전시하는 게 원칙이라 했다. 축제에 쓰이고 나면 이 큰 조형물을 실내 공간에 전시한다. 이를 제작하기 위해 전담 인력 8명이 1년 내내 작업한다니 그리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30개 조각으로 쪼개 만든 후 전시장에서 크레인을 사용해 최종 조립을 하는데,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보면 작업 규모도 대단하지만 네푸타 자체의 엄청난 크기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대형 네푸타의 경우는 그 높이가 무려 22m나 된다니 사람 기 죽이기 딱이다.

 

 

 

 

 

 

 

 

 

 

네푸타 전시관을 돌고 나서 전시관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이름도 생소한 매화 우동(うどん)을 먹기 위해서다. 작은 그릇에 우동이 담겨 있었고 가운데 매실이 하나 얹어져 있을 뿐이다. 매실 외에는 뭐 그리 특별난 점은 없었다. 매실의 시큼한 맛에 난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런대로 뒷맛은 개운한 편이었다. 하지만 허 화백께선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우동이라고 칭찬을 하신다.

 

우동과 함께 나온 빨간 사과(いりんご) 주스. 꽤나 특별한 사과 취급을 하기에 처음엔 웬 호들갑인가 했다. 헌데 이 사과는 꽃과 과실, 과육까지 모두 빨갛다고 한다. 어떻게 과육까지 빨갛단 말이지? 아오모리에서 1976년에 특별히 개발한 이 사과는 대외 유출을 막기 위해 사과로는 판매하지 않고, 사과 주스와 같은 가공식품으로만 구할 수 있다. 특이한 맛을 기대했건만 일반 사과 주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지 TV에서 우리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나왔다. 그들이 일본판 <식객> 만화를 들고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만화의 나라 일본에 소개된 우리 만화가 내심 자랑스러웠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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