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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4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③ (2)

 

오늘 구간도 대부분 숲길을 걷기 때문에 까다롭기는 하지만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침에 일부러 늦장을 부리며 텐트를 말린 후에야 트레일로 들어섰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 대피로를 알리는 화살표와 집결 장소를 알리는 표식이 가끔 눈에 띄었다. 불의 고리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까닭에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들어왔단 의미였다. 나무를 길게 반으로 잘라 길을 만들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 위에 철망을 씌워 놓았다. 물웅덩이가 많은 구간은 사람들이 대개 옆으로 우회하면서 식생을 짓밟는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오늘 구간도 속도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길은 대부분 진흙탕이었고 사다리도 계속해 나왔다. 컬라이트 크릭(Cullite Creek)에선 케이블 카로 계곡을 건너고, 로간 크릭(Logan Creek)은 서스펜션 브리지로 건넜다. 바다로 흘러 드는 계곡 하나를 건너기 위해 사다리 몇 개를 내려섰다가 계곡을 지나면 다시 사다리로 한참을 올라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게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로간 크릭에서 월브랜 크릭(Walbran Creek)까지도 진흙탕이 많았지만 그리 힘들진 않았다. 어떤 구간은 보드워크를 새로 정비해 놓아 걷기가 편했다. 세월이 오래된 보드워크는 그 위에 살짝 이끼가 끼거나 한쪽이 허물어져 경사가 진 경우가 많다. 행여 이슬이 맺히거나 비가 내리면 여기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가장 사고가 많아 악명이 높다. 발목을 다치거나 골절상으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사람도 나온다. 우리 발걸음도 더욱 신중해졌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사고가 나면 일단 무전이 가능한 곳으로 가야 한다. 먹통이 되는 휴대폰은 아무 소용이 없다. 등대나 원주민 부락, 트레일 정비요원을 찾아 가거나 사람을 보내 국립공원 측에 연락을 해야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 53km 지점 표식을 지나고 케이블 카로 계곡을 건넌 뒤에야 월브랜 크릭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모두 9km를 걷는데 무려 여섯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제 까다로운 구간도 끝이 났으니 마음의 여유를 찾아 웨스트 코스트의 비경을 감상할 차례다.

 

캠프 사이트를 둘러싼 나무엔 형형색색의 부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일종의 장식이었다. 부표에 글씨까지 새긴 것을 봐선 여길 다녀간 하이커들이 기념으로 매달아 놓은 것 같았다. 일단 하룻밤 묵을 집을 만들어놓곤 나머지 오후 시간은 빈둥빈둥 망중한을 즐겼다. 일반적으로 여기 사람들은 하루 일정을 우리보다 짧게 잡고 이런 여유 시간을 많이 갖는다. 우리도 그들처럼 빈둥거리며 여유를 부려보려고 해도 실상 쉽지는 않다. 부목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지켜 보았다. 아들은 부목 위에 누워 낮잠을 청한다. 밀물이 들어오는 시각이라 갈매기들이 강 하구에 자리를 잡곤 물고기 사냥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에선 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 수면 위로 물줄기를 뿜는다. 참으로 한가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서 또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다.

 

캠퍼 베이를 출발해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연이어 나타나는 사다리가 좀 성가셨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대피로 방향과 집결 장소를 알리는 표식이 가끔 눈에 들어왔다.

 

공처럼 둥근 모양의 나무 혹병은 자주 보았지만 이처럼 생긴 혹병은 처음 접한다.

 

속이 텅빈 나무 등걸에 들어가 간식을 먹고 있는 아들을 찍어 보았다.

 

 

 

긴 나무를 반으로 잘라 길을 만들어 놓았다. 사다리의 길이도 족히 20미터는 되어 보였다.

 

 

컬라이트 크릭에 도착하기 직전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비치가 있었다.

 

케이블 카를 당겨 컬라이트 크릭을 건넜다. 강폭이 넓은 경우는 줄을 당기는데 꽤나 힘이 들었다.

 

 

상태가 좋은 보드워크와 서스펜션 브리지를 만나는 것은 우리에겐 일종의 행운이었다.

 

진흙탕 구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판단과 균형 감각이 필요했다.

 

 

 

나무에 부표가 주렁주렁 매달린 월브란 크릭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먹이를 찾아 나선 갈매기와 고래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또 하루가 저물었다. 초저녁부터 잠을 청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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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2.09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하루 일정을 마치고 햇볕을 이불 삼아 시원한 바닷 바람을 솔솔 맞으며 통나무에 기대어 낮잠을 청하는 기분이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