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탐방이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부실한 아침에 배도 고프고 해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이달고(Hidalgo) 시장부터 찾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안에 있는 먹자 골목에 대해선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시장은 사람들로 넘쳐 흘렀다. 전통 복장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남자 아이들은 예외없이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오늘이 무슨 축제일인가? 그러고 보니 아까 무슨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갑갑증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을 구해 본격적으로 과나후아토 구경에 나섰다. 우선 눈에 보이는 성당이란 성당은 모두 들어가 보았다. 카톨릭 국가답게 성당의 문턱이 높지 않아 좋았다. 유럽에서 보았던 성당보다 화려하다 말하긴 어려웠지만 멕시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크 양식으로 노랗게 칠을 한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그래도 볼만 했다. 여기에 안치된 성모상은 1557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가 은을 생산해 공급해준 보답으로 과나후아토에 선물한 것이란다.

 

 

 

 

지도에 적힌 번호를 따라 관광지를 두루 돌아 보았다. 많은 길거리 동상과 조각품, 광장을 지나쳤다. 돈키호테 동상 외에는 딱히 그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태어났다는 박물관(Casa Diego Rivera)은 꼭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발길 닿는대로 후아레스 극장(Thatro Juarez)과 우니온 정원(Jardin de la Union)도 지났다. 시민과 관광객이 엉켜 한가롭게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라 파스 광장(Plaza de la Paz)은 시내 중심에 있다 보니 몇 번을 지나친다.

 

 

 

 

 

 

 

과나후아토 대학(Universidad de Guanajuato) 앞은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그런데 이곳은 아침에 길을 잘못 들어 이미 지나갔던 곳이 아닌가. 아침에 본 것은 새벽 시장이 아니라 무슨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길가에 상인들이 먹거리와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카메라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곳도 많았다. 멕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언덕 위에 있는 과달루페(Guadalupe) 성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에는 신에게 바칠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계란을 넣어 오기도 했다. 성당 안으로 향하는 인파를 따라 갔다. 줄이 너무 길고 사람이 많아 한 발짝 앞으로 가는데 몇 분이 걸렸다. 순례에 동참해 성당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한 시간도 더 걸렸다.

 

 

 

 

 

 

 

과나후아토에서 키스의 골목은 꼭 보라 했건만 난 그리 흥미가 없었다. 가난한 젊은 광부와 딸이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가 딸을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연인들은 빨간 칠을 한 세 번째 계단에서 키스를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을 당한다고 한다. 오후 3시가 넘자 시내 구경을 서둘러 마감했다. 멕시코 시티로 돌아가기로 했다. 터미널 가는 낡은 버스를 탔다. 요금은 5페소. 여기선 보안 검색을 하지 않는다. 5시간을 달려 멕시코 시티에 닿았다. 소칼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미고(Amigo)란 호스텔에 묵었다. 3인실을 이용했는데 하룻밤에 1인당 210페소를 주었다. 시설도 깨끗하고 이 가격에 아침, 저녁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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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3.08.03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베니스의 부라노섬이 연상되는 마을이에요! 형형색색 칼라풀한 집들이 시선을 확 끄는군요!!!!!! 오늘 밤 베니스에서의 여정을 추억하며 잠들어야 할 듯 해요..

  2. 보리올 2013.08.03 1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니스는 몇 번 다녀왔지만 부라노 섬은 갔던 기억이 없구나. 예전에 베니스 앞바다의 무슨 유리 공예품 만드는 섬에 갔었는데 거기가 부라노 섬인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주 특이한 풍경만을 모아 놓은 웹사이트가 하나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색상을 지니고 있는 도시 열 곳을 선정해 보여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멕시코의 과나후아토(Guanajuato)였다.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칠한 듯한 마을 사진을 보고 여기는 꼭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 시티를 가는 김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이 과나후아토였다. 행여 시간이 부족하면 다른 곳은 생략해도 좋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과나후아토는 멕시코 시티에서 북서쪽으로 420km 떨어져 있다. 해발 2,000m 높이의 산자락에 자리잡은 산골 마을이다. 1548년에 설립되었다니 역사는 꽤 깊은 편이다. 이 도시는 한때 전세계 은 생산량의 1/3을 생산할 정도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그 이야긴 광산에 일할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고, 그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가파른 산자락에 빼곡하게 집을 지었다는 말이 아닌가. 산자락에 겹겹이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아름다운 집들이 자리잡고, 그 사이를 아기자기한 골목이 산 날망까지 이어진다. 첫눈에 이런 별세계가 아직도 있나 싶었다. 그런 까닭에 이 과나후아토는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으리라.

 

아침 일찍 호스텔을 나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날은 밝았지만 아직 가로등은 꺼지지 않았다. 성모 마리아 성당을 기점으로 삼았다. 가장 먼저 피필라 기념탑(Monumento a del Pipila) 올라 일출을 보고 싶었다. 분명 동상 위치를 파악했고 그 방향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랐건만 엉뚱하게도 그 반대편 기슭으로 올랐다. 거긴 새벽 시장이 들어선 것인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성당으로 돌아와 다시 방향을 잡고는 30여분 가파른 경사길을 올랐다. 궤도열차가 운행을 한다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 이용할 수는 없었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오르다 다리가 팍팍해질 무렵, 기념탑이 있는 전망대에 닿았다. 해는 이미 산등성이로 떠오르고 말았다.

 

 

 

 

피필라 기념탑은 과나후아토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빠짐없이 찾는 곳이다. 멕시코 독립 전쟁 당시에 햇불을 등에 지고 용감하게 선봉에 서서 요새를 향해 돌격했던 광부 피필라의 모습을 26m 동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높이 26m라지만 언덕 위에 설치되어 있어 밑에서 보면 굉장히 높아 보인다. 마침 아침 햇살을 받아 동상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동상을 보기 위해 여기를 찾는다기보다는 과나후아토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온다고 해야 옳을 것 같았다. 그만큼 마을 전경을 한 눈에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듯 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한 쌍의 일본 젊은이만 보였을 뿐 개미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았다. 한참을 계단에 앉아 우두커니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이것이 꿈은 아니겠지. 저 앞에 펼쳐진 마을 풍경이 정녕 과나후아토란 말인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화려한 색깔을 택했을까? 이들 유전자에는 이렇게 요란한 색채감을 수용할 수 있는 감성이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난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요즘에는 건물 외관을 다채로운 색깔로 유지하기 위해 시에서 나서고 있다고 한다. 주민이 색깔을 정하면 시에서 무료도 칠을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골목을 누비며 산자락을 걸어 내려왔다. 지하 차도부터 먼저 찾았다. 예전에는 수로로 쓰였던 것이 지금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가 되었다. 그 덕분에 지상에 있는 건축물을 훼손시키지 않고 보전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하 차도에서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젠 본격적으로 골목길 탐방을 나설 차례다. 난 원래 이런 골목길에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특이 체질이다. 화려한 색상만 뺀다면 우리나라 골목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고, 실제로도 우리나라 골목길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중세 시대의 골목길을 아직까지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과나후아토가 점점 좋아졌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투박한 질감의 벽돌이나 시멘트 위에 이렇게 과감한 원색을 쓰다니 그들의 미적 감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크레파스 마을이란 표현이 정말 잘 어울렸다. 허름한 골목길에서 마냥 행복감에 젖어 있었는데, 그것을 깨운 것은 사나운 강아지 한 마리. 골목길을 서성거리는 내가 수상했던지 열심히 짖으며 쫓아오는데 이 녀석 정말 막무가내였다. 그 소리에 놀라 장닭 한 마리도 덩달아 울어댄다. 이제 그만 도심으로 내려가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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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8.02 0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화에 나옴직한 마을을 보러 그 멀리까지 가셨군요...(성당 지붕울 교회 십자가로 바꾼다면) 부산 초량 산복도로 주변 마을의 풍경이 비슷한데요...과나후아토를 모델로 삼았는지 최근에 컬러풀한 페인트를 칠했더군요... (사진에서 보았읍니다) 부산항이 내려다 보이고 맑은 날엔 오륙도가 보이는 초량 경치도 근사합니다.....^*^

  2. 보리올 2013.08.02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 자갈치 시장은 종종 가는 편이었지만 초량 산복도로쪽은 거의 간 적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부산 가게 되면 일부러라도 한 번 들러 보아야겠습니다.

 

칸쿤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3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원래 해변에서 빈둥거리는 체질이 아닌데다가 날씨가 무더워 오래 버티기가 힘이 들었다. 오늘도 시작은 바닷가에서 일출을 맞는 것이었다. 3일 계속해 바닷가 일출을 보고 있는데 질리지도 않는다. 칸쿤 일출이 유별나지는 않았지만 해변을 거닐며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것이 그래도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모래사장에 앉아 북을 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무슨 종교 행사가 분명한데 도대체 무엇을 믿는 사람들일까?

 

 

 

호텔 존에서 센트로로 나와 아데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카운터는 아직 열지 않았다. 한데 어디 앉아서 기다릴만한 좌석이 없었다. 명색이 유명 관광지라면서 이런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멕시코행 항공권을 구입할 때 칸쿤에서 멕시코 시티 가는 국내선 구간도 함께 끊으려 했는데, 이 국내선 구간을 넣으니 500불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국내선 구간을 빼고 국제선 노선만 구입을 하고 국내선은 비바 항공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끊었더니 편도 60불을 받는다. 하마터면 꽤 큰 돈을 날릴 뻔했다.

 

또 한 가지 여행팁. 칸쿤 공항에 있는 환전소 환율이 여행객들에게 너무 불리했다. 칸쿤에 도착했을 때 버스비 하려고 50불만 바꾸려 했더니 환전소 아줌마가 자기네는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으니 더 바꾸라 꼬시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캐나다 달러 1불에 10.14페소를 받았는데, 칸쿤 호텔 존의 길거리 환전소에선 12.40페소를 준다. 멕시코 시티 공항의 환전소에서도 12.35페소를 주었다. 100불을 바꾸는데 1,014페소 주는 곳과 1,240페소 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를 택하겠는가? 그 차액 226페소면 길거리 음식 대여섯 번은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니 말이다. 한 마디로 칸쿤 공항은 어리버리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비행기가 칸쿤을 날아 오르자, 옥빛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참으로 바다색이 묘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옥빛 바다를 보기 위해 다시 오고 싶다. 2시간을 날아 멕시코 시티에 닿았다. 멕시코 시티는 예상대로 사람이 많고 시끌법적했다. 칸쿤에 비해 공기는 탁했지만 날씨가 무덥지 않아 좋았다. 공항 안내소에서도 영어로 소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의외로 영어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미국과 접해 있고 많은 인적, 경제적 교류가 있음에도 영어하는 사람이 이리 드물다니 꽤나 의외였다.

 

 

 

 

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지하철은 상당히 잘 되어 있어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일단 노선만 습득하면 이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 환승인 경우는 걷는 거리가 너무 멀어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지하철 한 번 타는 승차권은 단돈 3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이니 부담이 전혀 없다. 지하철을 타고 북부 터미널로 바로 직행했다. 과나후아토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프리메라(Primera)에서 표를 샀다. 5시간 걸린다 하는데 편도 요금으로 430페소를 냈다. 저녁으로 빵과 물을 샀다. 여기는 버스를 타는데도 공항처럼 보안 검색을 한다. 그런데 보안 검색을 마치고 10 m 걸어 과나후아토 행 버스 앞으로 갔더니 여기서 또 한 번의 몸 수색와 짐 검사를 하지 않는가. 아무리 치안이 불안하다 해도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다. 검사를 마치고 버스 타는 사람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가 든 봉지를 건넨다. 병주고 약주는 격이었지만 기분은 조금 풀렸다. 그런데 정작 버스가 출발할 즈음엔 보안 요원이 버스에 올라오더니 승객들 얼굴을 하나하나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가는 것이 아닌가. , 내가 졌다. 멕시코에서 장거리 버스 여행 하기 진짜 힘드네.

 

 

 

 

 

자정이 가까워 과나후아토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센트로로 향했다. 지하 터널로 이어진 좁은 길을 한참 달린다. 자정을 넘긴 시각임에도 술집과 공원에는 맥주병을 든 젊은이들로 붐볐다. 치안이 그리 불안해 보이진 않았다. 도심을 둘러보다가 길가에 있는 호스텔을 잡았다. 창문도 없이 방 안에 침대 하나만 달랑 있는 1인실을 150페소 주었다. 아침 일찍 나갈 것이니 잠시 눈만 붙이면 된다. 12시간이 넘는 이동에 피곤해진 몸을 누이고 편히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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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31 1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릴러 영화 추격신에 나올것 같은 으스스한 터널이네요...한밤이라 걸어가는 사람도없고 혼자 택시를 타고가면 무섭겠는데요...^^ 영어도 안되는데 우리 말까지 엉망이라 부끄럽습니다...ㅠㅠ 무념무상을 거꾸로 쓰다니~ ㅠㅠ

  2. 보리올 2013.08.01 0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나후아토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을 가지고 있어 무척 인상이 깊었습니다. 지하 차도도 인상적이었지만 파스텔 톤의 가옥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있어 저를 매료시켰던 곳이었지요. 새상은 넓고 갈 곳은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멕시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이 타코(Taco)일 것이고, 술은 테킬라(Tequila)를 들 것이다. 멕시코에 대한 내 상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두 가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 케사디야(Quesadilla)라 불리는 멕시코 음식도 캐나다 레스토랑에서 몇 번 먹은 적이 있어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멕시코 음식은 우리 입맛에 대체로 잘 맞는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까다로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멕시코 음식 덕분에 여행의 풍미가 훨씬 다채로웠다. 멕시코에서 난 레스토랑보다는 길거리 음식을 더 선호했다. 타코, 토르타(Torta), 케사디야와 같은 음식은 값도 싸고 맛도 좋았으며 어디에서든 쉽게 먹을 수가 있어 좋았다.

  

멕시코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는 타코는 손바닥 크기만큼 동그랗게 부쳐낸 옥수수 또는 밀가루 전병, 토르티야(Tortilla)에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 각종 육류와 고추, 피망, 양파 등 야채를 볶아 만든 소를 쌈처럼 싸서 거기에 소스를 쳐서 먹는 간편한 요리다. 어떤 종류의 소를 넣고 먹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주로 고기와 채소, 콩을 많이 싸먹지만 무엇으로도 소를 만들 수 있다. 볼리요라 불리는 빵을 잘라 그 속에 여러가지 소를 넣고 먹는 토르타, 멕시코 피자로 불리는 케사디야도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행 중에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기에는 최고의 음식이 아닌가 싶다.  

 

칸쿤에 처음 도착해 센트로에서 찾은 케사디야 식당.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규모가 있는 케사디야 체인점이었다. 케사디야 하나에 13페소. 물론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긴 했다. 하나는 닭고기를, 다른 하나는 돼지고기를 시켰다. 돼지고기 케사디야가 탁월한 선택이었다. 캐나다에서 먹던 케사디야완 맛이 완전히 달랐다. 눈 앞에서 구워져 나오는 케사디야 두 개로 한 끼가 충분히 해결되었다.

 

 

 

칸쿤 호텔 존을 구경하면서 다른 케사디야 체인점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케사디야는 이미 먹어 보았기에 다른 메뉴를 시켰다. 이번에 시킨 메뉴는 소페(Sope). 크기는 작지만 좀더 두꺼운 토르티야 위에 검정콩 갈은 것과 치즈, 돼지고기를 얹고 일차 구운 후에 그 위에 다시 야채와  소스를 얹어 나왔다. 가격은 한 개에 15페소. 케사디야에 비해 조금 비싸게 받는다. 맛은 그런대로 훌륭했지만 아무리 잘 잡고 먹어도 내용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 이슬라 무레헤스를 자전거로 누비던 와중에 허름한 코코넛 가게가 눈에 들어와 자전거를 세웠다. 난 가공된 주스를 팔 것이라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주인이 냉장 보관하고 있는 코코넛을 꺼내오더니 직접 칼로 잘라 그 안에 든 물을 마시게 한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그 청량감이란그리곤 코코넛을 두 조각으로 잘라 속을 파먹으라 숟가락을 건넨다. 코코넛 하나에 30페소를 받았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목마른 나에겐 하늘이 보내준 감로수 같았다.

 

 

 

     

푼타 수르를 구경하고 이슬라 무헤레스 섬의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대로변에는 레스토랑만 있어 뒷골목으로 돌어가 현지인들을 상대하는 허름한 타코집을 하나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 시선이 내게로 집중된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묻는다. 필시 나같은 동양인이 자주 오는 곳은 아닌 모양이다. 돼지고기에 치즈를 넣은 타코 3개와 콜라 한 병에 시켰더니 모두 해서 40페소를 받는다.

 

 

 

 

 

 

칸쿤 센트로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버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름한 현지식당을 찾았다. 라 루피타(La Lupita)란 식당 이름이 예뻐서 불쑥 들어간 것이다. 메뉴를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고, 웨이터와도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홈 쿡킹이란 단어를 보고 고른 메뉴가 40페소짜리 코미다 코리다(Comida Corrida). 고기는 무엇을 고를 것이냐 해서 치킨을 시켰다. 어떤 음식이 나올지 잔뜩 기대를 하고 기다렸다. 누들 수프가 먼저 나왔는데 엄청 짰다. 메인으론 닭다리와 닭가슴살 하나씩에 매콤한 콩수프, 카레볶음밥이 나왔고, 토르티야가 따로 나왔다. 난 밋밋한 맛의 토르티야를 빼고 그냥 메인 음식만 먹었다. 그런대로 맛은 좋았다. 요리사에게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 했더니 웨이터와 둘이서 멋지게 포즈를 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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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28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거, 타고난 복입니다...코코넛 자르는 칼이 밀림에서 원주민이 사용하는 무시무시한 그 칼?!

  2. 보리올 2013.07.28 1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곳에 가든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하나의 기쁨이랍니다. 그렇다고 뭐든 잘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음식에 대한 집착은 오래 전에 버렸지요.

  3. 테레비소녀 2013.07.29 0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끈적이는 새벽..글 잘읽고..사진잘보고…갑니다..ㅠ_ㅠ….배고픔….ㅠ_ㅠ…..

  4. 보리올 2013.07.29 0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미안해서 어쩌죠? 배가 고플 때 이런 음식 사진을 보면 더 허기를 느끼는데 말입니다.

  5. PartyLUV 2013.07.29 1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맥시코 요리는 최고인거 같아요!ㅠㅠ

  6. 보리올 2013.07.29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멕시코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고 대체적으로 저렴하단 측면에선 매우 칭찬할만 합니다. 그래도 최고의 요리라 하기엔 좀 그렀네요.

 

아침 6시에 일어나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녘 하늘엔 커다란 뭉게구름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일출도 범상치 않을 듯 했다. 해변으로 떠내려온 해초를 걷어내는 인부들 손길이 바쁘다. 오늘 일정은 이슬라 무헤레스를 다녀오는 것이 전부. 이슬라 무헤레스는 칸쿤 앞바다에 떠있는 조그만 섬이다. 후아레스 항(Puerto Juarez)과 호텔 존에 있는 몇 군데 선착장에서 이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호텔 존에 있는 선착장 플라야 토르투가스(Playa Tortugas)로 갔다. 새로운 하루를 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변에 탁자, 의자를 나르고 배에도 생수와 음료를 싣는다. 배를 닦고 물을 뿌리는 사람들도 만났다. 호객꾼이 길거리로 나와 칸쿤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투어를 소개한다. 바삐 사는 것은 좋지만 아침부터 너무 소란스런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곳으로 여행을 왔단 말인가. 산속 텐트 안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아침을 맞을 걸 하는 후회도 좀 들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지만 아침부터 강렬한 직사광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몸이 끈적끈적하니 기분도 좀 눅눅한 것 같았다. 울트라마르(Ultramar) 페리 보트에 올랐다. 9시에 출항한 페리는 20분을 달려 이슬라 무헤레스에 닿았다.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페리 선상에서 내려다 본 바다 빛깔은 실로 환상적이었다. 머리 속에 각인된 카리브 해의 바다색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를 비취색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에메랄드? 평생에 한 번은 꼭 보자고 마음 먹었던 이 옥빛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텐트에서의 커피 한 잔도 점차 잊혀졌다.

 

 

 

 

  

먼저 다운타운과 노스 비치를 걸으며 구경을 했다. 형형색색의 조그만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마을은 걸어 다녀도 충분했다. 하지만 섬 남쪽에 있다는 푼타 수르(Punta Sur)까지 가려면 뭔가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페리에서는 울트라마르 로고를 단 사람들이 골프 카트 예약을 받았었다. 섬의 길이가 자그마치 10마일이나 된다고 겁을 주며 하루 45불에 골프 카트 렌탈을 권했다. 하지만 섬에 내려 수많은 골프 카트 렌탈 하우스르 지나쳤고 그들 대부분은 하루 30불을 달라 했다.

 

 

 

 

 

 

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스쿠터를 빌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내 튼튼한 두 다리를 믿기로 했다. 하루 100페소를 주고 자전거를 건네 받았다. 좀 투박한 자전거긴 했지만 옛날 어릴 적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힘들게 고개를 오르는 나를 보고 골프 카트나 스쿠터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도 살짝 웃으며 소리쳤다. 당신들보다 두 다리가 튼튼하니까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물론 속으로 말이다. 그들이 부럽진 않았지만 땀은 무척 흘렸다.

 

섬의 남쪽 끝단인 푼타 수르에 도착했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매점에서 시원한 음료부터 꺼내 들었다. 이첼(Ixchel) 여신상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는다 난리다. 이 이첼이란 달의 여신 때문에 여인의 섬이란 이름이 얻은 모양이었다. 바닷가 바위에서 바람을 쐬며 한가롭게 쉬고 있는 이구아나도 보았고, 그 옆에 세워진 이구아나 동상도 구경했다. 마야 유적과 조각품을 전시한 공원도 있었지만 따로 입장료를 받아 들어가진 않았다. 식당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 건너 칸쿤 호텔 존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도 일품이었다

 

 

 

 

     

서쪽 해안을 따라 삭 바호(Sac Bajo)에도 들어가 보았다. 먼지 폴폴 날리며 도로 끝까지 가보았지만 호텔과 리조트만 있었고 도로 공사중이라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곳이 많았다. 자전거를 돌려 바로 나왔다. 거북이 박물관도 잠시 들렀다. 바다 사진을 먼저 찍고 뒤로 돌아왔더니 입장료 받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입장을 했다. 멕시코에 서식하는 거북 여섯 종을 수족관에서 키우고 있었다. 스쿠터나 골프 카트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중엔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이번엔 자전거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화려한 색깔을 칠한 집들, 호객꾼이 사람을 끄는 상가도 지났다.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활력이 넘쳐 흐른다. 아담한 크기의 공동묘지도 들어가 보았다. 마치 사람이 사는 것처럼 사자를 위해 조그만 집도 지어 놓았다. 공동묘지란 스산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페리 터미널로 갔다. 칸쿤으로 돌아오는 페리 위에서 일몰을 맞았다. 뱃전에 기대 저녁 노을을 감상하느라 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저녁을 먹으러 칸쿤 센트로로 향했다. 마침 성탄절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어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 가스에 코를 막아야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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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올 2013.07.28 15: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이나 사진의 어떤 내용이 Antiques Roadshow와 관련이 있었을까 꽤나 궁금하네요. 혹시 거북이 박물관의 거북이 등껍질이었나요?

  2. 설록차 2013.07.28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ntiques Road-show' 에 18~9세기에 쓰던 Tea Caddy가 자주 나오는데요... 윗 장식은 거북이 등껍질로, 테두리는 은으로 마무리된 근사한 상자인데 거북이 무늬가 그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았어요...영국 식민지인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금,은이 얼마나 영국으로 많이 갔으면 생활용품 곳곳에 은을 사용했는지~ 이 프로그램 매주 보는데 역사공부도 됩니다...미국 프로그램도 방송해 주는데 역사가 짧다보니 100년 넘은게 별로 없더군요...우리는 전쟁과 소중함을 몰라서 보존하지 않았기에 남은게 더 없을것 같습니다... 귀신이야기를 안믿으면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ㅠㅠㅠ

  3. 설록차 2013.07.28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족관 사진에 있는 두 마리 거북이요...각각 무늬와 색깔이 다르잖아요...시커먼 거북이만 있는줄 알았거든요... 노란 등껍질 거북이보고 생각이 났는데 쓰고보니 보리올님 글과 좀 동떨어진 댓글이네요...앞으로는 본문에 집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