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로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다녀온 분들과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실상은 논산에 계시는 지현 스님께서 우리를 모두 논산으로 초대한 것이다. 저녁은 사찰 음식으로 준비한다고 해서 무조건 가겠다 했다. 하루를 함께 보낼 프로그램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시내버스를 이용해 청주에서 조치원으로 가서는 논산행 기차를 탔다. 명색이 무궁화호였지만 예전의 완행 열차처럼 정차하는 역이 많았다. 비둘기호를 타고 전국을 일주했던 옛날이 그리워졌다. 세상은 점점 살기 편해지는데 반해 낭만과 감동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시골 풍경은 여전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누런 벌판만 쓸쓸히 남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여긴 내가 그리던 고국의 산하가 아닌가.
트레킹을 함께 했던 분들이 속속 도착했다. 차를 타고 상월면에 있는 자장면 집으로 향했다. 집이라곤 서너 채가 전부인 조그만 동네에 있는 ‘동금성’이란 중국 음식점이었다. 이렇게 허름한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나서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누군가가 이 식당을 추천했던 기억이 난다. 해물 볶음 자장을 시켰다.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해 고마운 마음으로 먹었다. 소화를 시킬 겸해서 인근에 있는 명재 고택에 먼저 들렀다가 노성산에 오르기로 했다. 명재는 조선 숙종 때 학자였던 윤증 선생의 호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 등은 충청도 양반 가옥의 멋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에겐 장독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해발 348m의 노성산을 오르기 위해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길 위에 황금색 솔잎이 떨어져 있어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일행들은 무슨 화제가 그리 많은지 재잘재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노성산 정상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어 땀 식히기엔 제격이었다. 동쪽으로 계룡산 봉우리들이 보였다.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는 천황봉도 희미하게 보였다. 저녁은 절밥으로 공양을 들었다. 야채와 나물 반찬으로 가득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우리 손님상에는 싱싱한 굴 한 접시가 따로 올라왔다. 깔끔한 절밥으로 모처럼 입맛을 돋우었다. 특별한 대접을 받은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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