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해발 1,649m의 롭슨 패스까지 운행한다. 거리는 12km. 급경사 오르막 구간이 있어 땀깨나 흘려야 했다. 화이트 폭포, 풀 폭포, 황제 폭포가 모두 이 구간에 있다. 엄청난 수량에, 엄청난 낙차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폭포라 할만 하지. 벼랑에서 흘러내리는 실폭포들도 눈에 띈다. 여기가 바로 ‘천 개 폭포의 계곡(Valley of a Thousand Falls)’이라 불리는 곳이다.
“저길 보세요. 롭슨 정상이 나타났습니다.” 내 다급한 외침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 동안 구름에 가렸던 정상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롭슨이 우리 기도에 화답한 모양이다. 언제 다시 구름에 숨을지 모르기에 롭슨을 올려다 보는 횟수가 많아졌다. 황제 폭포를 지나면서부터 길이 유순해졌다. 롭슨 강을 따라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넓은 자갈밭이 나왔다. 롭슨 북쪽에 있는 네 개 빙하 중에서 미스트(Mist) 빙하와 버그 빙하가 먼저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버그 호수 초입에 있는 마모트(Marmot) 캠핑장과 호수 끝자락에 있는 버그 호수 캠핑장, 그리고 리어가드(Rearguard)라 불리는 작은 캠핑장도 지났다. 사람들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쉘터를 가진 버그 호수 캠핑장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여기는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우리는 가장 멀리 있는 롭슨 패스 캠핑장을 배정받은 것이다. 버그 호수 캠핑장을 지나는데, 벤치에 여유롭게 누워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마모트 한 마리를 보았다. 우리 출현에 놀란 기색도 없이 우리를 한번 흘낏 올려다보곤 다시 눈을 감는다. 참으로 맹랑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버그 호수 건너편으로 고개만 돌리면 롭슨 정상이 우리 시야에 들어온다. 우뚝 솟구친 기상이 남달랐다. 크게 용을 쓰며 힘차게 뛰어 오르면 한 걸음에 정상에 닿을 것 같았지만 무슨 재주로 2,000m가 넘는 고도를 뛰어 넘겠는가.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지. 롭슨 패스로 연결된 길은 평탄하기 짝이 없었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 풍경도 부드럽기만 하다. 리어가드 산(Rearguard Mountain)에 가려 보이지 않던 롭슨 빙하의 모습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힘든 지도 모르고 어느 새 롭슨 패스 캠핑장에 도착, 텐트를 치고 여장을 풀었다.
일행들을 재촉해 아돌푸스(Adolphus) 호수까지 산책에 나섰다. 이 호수는 공원 경계를 넘어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들어서야 한다. 롭슨 주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의 경계에 닿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와 알버타 주를 나누는 경계이기도 하다. 이 경계선이 또한 대륙분수령으로 북미 대륙의 물줄기를 동서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이 분수령 동쪽에 떨어진 빗물은 대서양이나 북극해로 흐르고, 서쪽으로 떨어진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북미 대륙에서는 지정학적으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히말라야 원정같은 경우엔 통상 현지인 요리사를 대동하기 때문에 음식 준비에 크게 신경쓸 일이 없다. 하지만 여기는 캐나다 로키 아닌가. 한 대장이 리더인데도 팔을 걷어부치고 음식을 준비한다. 산을 오래 탄 사람들, 특히 고산 등반을 많이 한 사람들은 대개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한 대장도 예외가 아닌지라 저녁을 준비하며 그의 숨겨진 음식 솜씨를 뽐냈다. 본인이 끓인 찌개를 맛있게 먹는 일행들을 보며 한 대장은 내심 즐거운 모양이다. 대학 산악부 신입회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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