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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슨 트레킹 ❸

산에 들다 - 캐나다 로키

by 보리올 2013. 2. 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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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으로 스노버드 패스(해발 2,423m)를 다녀 오기로 했다. 롭슨 패스뿐만 아니라 스노버드 패스 또한 대륙분수령에 위치한다. 미리 공지한 출발 예정 시각을 넘겼음에도 일행들 행동이 꿈뜨다. 롭슨 풍경에 취해 움직임이 더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해발 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웅장한 산세에 빙하와 호수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이 캐나다 로키의 매력이다. 폭포도 많고 나무와 숲도 많다. 야생 동물과 야생화도 물론 많이 만난다. 이 모두가 대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야영장에서 스노버드 패스까지는 왕복 22km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거리다. 고도도 다시 770m를 올려야 한다. 패스로 오르는 내내 롭슨 정상에서 흘러내린 롭슨 빙하를 바라볼 수 있었고, 재스퍼 국립공원에 속하는 산봉우리와 콜맨(Coleman) 빙하도 조망할 수 있었다. 우리들 눈길을 주는 곳마다 장엄한 풍경이 펼쳐지니 절로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에 오른 사람에게만 자연이 선사하는 보상 아니겠는가. 머무를 수 있다면 한없이 이 자리에 머무르고 싶었다.

 

이상하게 일행들 길이 엇갈리면서 한 대장을 포함한 몇 명이 뜻하지 않게 롭슨 빙하로 올라가 버렸다. 그들은 짜릿한 모험을 즐겼다 했지만 그들이 걸어가는 방향에 검은 입을 벌리고 있는 크레바스를 본 사람은 무척이나 가슴을 졸여야 했다. 빙하에서 빨리 나오라 손짓 발짓하며 소리지를 뿐 달리 방도가 없었다. 마치 롭슨 정상까지 치고 올라갈 기세로 빙하를 걷던 일행들이 다행히도 빙하 옆 모레인 지역을 치고 올라와 일행들과 합류했다. 그 위험한 크레바스를 용케 피해 안전하게 올라온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스노버드 패스. 하지만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드세게 불어오는 바람은 그런대로 참을만 했지만 롭슨 정상을 뒤덮었던 검은 비구름이 우리를 향해 몰려오는 것을 보고는 하산을 서둘렀다. 구름이 덮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순식간에 시야도 엉망으로 변했다. 결국은 후두둑거리며 쏟아지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으며 산을 내려와야 했다.  

 

롭슨 패스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다. 모닥불을 둘러싸고 늦은 밤까지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사실 힘들게 올라와서 3일을 야영하고 산을 내려가려니 일정이 너무 짧다는 느낌이다. 좀 억울하기도 했다. 이런 곳이라면 신선처럼 머물며 일주일, 아니 한 열흘은 세월아, 네월아를 불러야 하는데 말이다. 달이 떠올라 하늘을 밝힌다. 이런 밤이면 어김없이 술이 생각나는지 누군가 배낭에서 숨겨놓은 위스키를 꺼내왔다. 자연에 취하고 술에 취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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