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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슈잉①] 선샤인 메도우즈(Sunshine Meadows)

산에 들다 - 캐나다 로키

by 보리올 2013. 8.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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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산꾼들과 캐내디언 로키를 다녀왔다. 2009 412일부터 3 4일에 걸쳐 바삐 다녀온 산행이었다. 절기는 봄인 4월이라 하지만 로키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엄청 쌓여 있었기 때문에 스노슈즈를 신고 설산을 걷는 스노슈잉(Snowshoeing)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캐나다 로키에는 보통 10월부터 눈이 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산에는 겨우내 눈이 쌓인다고 보아야 한다. 이 눈이 왕성하게 녹는 시기는 대개 5월부터지만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은 6월에도 눈에 빠질 각오를 해야 한다. 산악 지역은 1년 중에 절반 이상이 눈에 파묻혀 있다. 그 말을 역으로 생각하면 눈에서 즐기는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캐나다 로키가 어쩌면 천국일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한겨울인 1월이나 2월에 눈산행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날씨가 매섭게 춥다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스노슈잉 산행은 일부러 날씨가 조금 누그러지는 4월을 택했다. 이 시기면 조금 이르긴 해도 밖에서 캠핑도 할 수가 있다. 굳이 캠핑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캠핑장 쉘터의 난로에 장작불을 지피고 그 불에 알버타(Alberta) 쇠고기를 구워 와인 한 잔과 함께 먹는 캠핑족의 낭만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노슈잉에 나선 일행은 모두 다섯 명. 밴쿠버에서 밴프(Banff)까지는 차를 몰고 꼬박 하루를 운전해야 한다. 9~10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밴프에 있는 터널 마운틴 빌리지 야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 야영장은 한겨울에도 오픈을 한다. 마침 고국에서 스노보드 촬영차 밴프에 와있던 후배가 있어 캠핑장으로 불러냈다. 우리 나라 스노보드계에선 원조격에 속하는 김은광과 촬영 스탭들을 만나 오랜만에 알버타 쇠고기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다.

 

 

 

캐나다 로키에서의 첫 번째 스노슈잉 대상지로 선샤인 메도우즈를 골랐다. 여름이면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이곳에 밴프 국립공원에서 아주 유명한 스키장이 있다. 스키장 곤돌라를 이용해 선샤인 빌리지까지 쉽게 오를 수가 있었다. 이 선샤인 메도우즈 지역은 연간 10m에 이르는 강설량을 자랑하고 설질도 뛰어나기로 소문난 곳이다. 겨울이면 북미 각지에서 몰려든 스키 인파로 꽤나 붐빈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들도 단체로 스키 강습을 받고 있었다. 김은광 일행과는 곤돌라 내리는 곳에서 작별을 했다.

 

 

 

 

 

슬로프를 따라 아래로 할강하는 스키어나 스노보더를 뒤로 하고 우리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 위를 걸었다. 그들은 여기서 내려가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산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스키 슬로프를 벗어나 어느 정도 고도를 높이자, 우리 눈앞에 엄청난 평원이 펼쳐진다. 어디를 보아도 눈, , 눈밖엔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이 설원 위에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며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하지만 배낭을 맨채 스노슈즈를 신고 눈 위를 달리기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산행 목표로 삼은 쿼츠 리지(Quartz Ridge)를 올랐다. 캐나다 로키의 유명봉 중 하나인 아시니보인 산(Mt. Assiniboine, 3618m)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명당자리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날씨가 점점 흐려지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펑펑 눈이 내린다. 온통 하얀색뿐인 드넓은 설원에 빨강색, 파랑색 등산복을 입은 우리 일행만이 그나마 변화를 주고 있다. 그들이 그리는 동선 자체도 하나의 멋진 그림이 되었다. 하루 종일 눈길을 거닐며 우리가 만난 사람이라곤 패러 스키를 즐기는 젊은이 한 명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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