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아일랜드(Vancouver Island)로 가는 BC 페리에 올랐다.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의 홀슈베이(Horseshoe Bay)에서 나나이모(Nanaimo)로 가는 배를 탄 것이다. 여름철 성수기로 들어선 때문인지 선상에는 여행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갑판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해안산맥(Coast Mountains)의 웅장한 자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저건 하비(Harvey) 산이고 그 옆엔 브룬스윅(Brunswick) 산, 그리고 저건 해트(Hat) 산. 봉우리 하나씩을 찍어 이름을 맞혀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나나이모에 도착해 장을 보았다. 첫날은 코목스(Comox)에 있는 지인 집에서 신세를 지지만 나머지 3일은 캠핑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19번 하이웨이 상의 퀄리컴 비치(Qualicum Beach)에서 4번 하이웨이로 갈아탔다. 예전에 토피노(Tofino)로 가기 위해 몇 번 지났던 길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맥밀런 주립공원(MacMillan Provincial Park) 안에 있는 커시드럴 그로브. 퀄리컴 비치에서 서쪽으로 25km 지점에 위치한다. 카메론 호수(Cameron Lake) 남서쪽에 자리잡은 커시드럴 그로브는 수 백 년 묵은 고목으로 우거진 숲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난 트레일은 난이도가 거의 없어 설렁설렁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도 좋았다. 4번 하이웨이가 그 숲을 반으로 동강내며 가로지르기 때문에 한쪽을 먼저 보고 길을 건너 다른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캐나다 CBC 텔레비전에서 2007년에 ‘캐나다 7대 불가사의’를 투표에 부쳐 선정하였는데, 이곳이 그 일곱 군데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상위권에 들었던 곳이라 했다.
하이웨이 남쪽은 더글러스 퍼(Douglas Fir)가 주종인 숲이 펼쳐졌다. 리빙 포레스트(Living Forest) 트레일과 빅 트리(Big Tree) 트레일로 불리는 짧은 트레일이 있었다. 세 사람이 나무 줄기를 둘러싸도 닿지 않을 정도의 둘레니 도대체 몇 년이나 자란 것인지 궁금했다. 빅 트리 트레일에는 높이가 75m, 둘레가 9m가 넘는 수령 800년 묵은 나무도 있었다. 하이웨이 북쪽에 있는 숲은 더글러스 퍼보다는 웨스턴 레드 시더(Western Red Cedar)가 많았다. 올드 그로스(Old Growth) 트레일을 한 바퀴 돌았다. 나무 껍질로 만든 올빼미를 나무에 걸어놓아 방문객을 즐겁게 했다.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강풍에 넘어진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놓고 누워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워낙 강수량이 풍부한 지역이라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릴 필요가 없어 그리 심하지 않은 폭풍에도 쓰러지는 나무가 많은 까닭이다.
코목스로 올라가면서 도중에 누굴 만나러 로이스턴(Royston)을 들렀다. 19A 하이웨이 상에 있는 조그만 마을인데, 바다를 끼고 있어 잠시 바닷가를 걸었다. 잔잔한 바다 건너편으로 캐나다 본토에 해당하는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가 시야에 들어왔다. 울퉁불퉁한 봉우리들이 우리에게 손짓을 하는 듯 했다. 코목스 지인 집에 짐을 풀었다. 주인장이 준비한 저녁을 먹곤 산책에 나섰다. 이 집으로 최근에 이사를 왔는데 골프장 안에 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조경도 훌륭했지만 스트라스코나 주립공원(Strathcona Provincial Park) 안에 있는 코목스 빙하가 한 눈에 들어와 가슴을 설레게 했다.
홀슈베이에서 나나이모로 가는 BC 페리에 올랐다.
오래된 전나무와 삼나무가 가득한 커시드럴 그로브를 산책하는 것은 일종의 성지순레 같았다.
로이스톤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 건너 선샤인 코스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해질녘 코목스 골프장에서 바라본 코목스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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