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세 번째 날이다. 이틀을 걷고 났더니 벌써 출발지점의 반대편에 서있었다. 오늘도 다섯 개 구간을 걸었다. 모두 19km 거리였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솔직히 지루함을 떨치기가 좀 어려웠다. 11구간인 효자길은 박태성이란 분의 효행을 기리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단다. 그의 정려비와 묘소가 둘레길 근처에 있다는데 일부러 찾아가진 않았다. 그가 어떤 효행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적었던 탓일 것이다. 처음엔 차로를 따라 걷다가 중간에 산으로 들어섰다. 예전부터 굿을 했다는 굿당이 몇 개 나타났지만 들어가보진 않았다. 코스도 짧고 길도 평탄했다. 특히 이전 구간에 비해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한산해진 산길에서 머릿속 생각을 한 군데로 모을 수 있어 좋았다.
사기막골 입구에서 충의길로 들어섰다. 그런 이름을 가진 이유가 궁금했지만 원래 충효는 한 몸처럼 붙어 다니지 않았던가. 길로 들어서 바로 만난 다리에서 백운대와 인수봉이 보였다. 평소에 보던 방향과는 정반대라 그 모습이 좀 낯설게 보였다. 솔고개까진 산길이라 좋았는데 거기서 우이령길 입구까진 다시 차로를 걸었다. 우이령길 입구는 사전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로 붐볐다. 둘레길은 거기서 직진해 13구간인 송추마을길로 접어 들었다. 차로를 따라 걷는데 오봉이 뚜렷이 보였다. 도봉산으로 들어섰음을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구간 시작점에 있던 대문 표식도 이상하게 중간에 세워져 있었다. 오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송추마을로 들어서면서 다시 아스팔트 길을 걸었다. 산길 옆에 둘레길 각 구간을 설명하는 게시판과 국립공원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애를 쓴 흔적은 분명하지만 내 눈엔 이것도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다.
환경 파괴라고 말이 많았던 사패산 터널 위에서 14구간 산너미길로 들어섰다. 마을에서 벗어나 산 속으로 들어서 다행이었다. 사패산 6부능선까지 올라 의정부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섰다. 제법 경사가 있어 난이도를 높이 잡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푸르른 녹음이 땀을 식혀줘 산에 오른 기분이 났다. 안골 계곡에서 오늘의 마지막 구간인 안골길로 들어섰다.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을 만났고, 의정부에서 올라오는 청소년들과 산길에서 마주쳤다. 산길에서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군사용 진지 몇 개를 지나 의정부 직동공원으로 내려섰다. 사람들로 붐벼 얼른 지나쳤다. 의정부 소풍길이라 적힌 표식도 붙어 있었다. 고속도로 지하 통로를 지나 회룡탐방지원센터에서 15구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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